청년과 아저씨의 중간 지점에 있는 분이 지하철에서 노약자 석 기둥을 붙잡고 힘겹게 버틴다. 주저 앉았다가 걸터앉았다가 일어섰다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지만 애쓰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러다 결국은 노약자석에 눕다 앉아계신 아주머니의 무릎을 베더니 깜짝 놀라 일어난다. 아주머니도 불쾌하기보다는 그 분이 안쓰러웠는지 일어서서 조금 편히 앉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사코 괜찮다며 버티고 선다. 기둥을 붙잡은 깍지 낀 손은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다. 결국 터벅터벅 걸어 지하철 문을 걸어나간다.
이미 강남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온 후이다. 검은 색 양복을 차려입은 아저씨는 홀로 대자로 뻗어 자고 있었고, 캐주얼 복장에 학생으로 추정되는 이는 보도블럭 위에, 일행이 수많음 사람에게 둘러싸여 누워있다.
지하철 아저씨가 술에 취해 힘들어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기는 했으나 어쨌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쁘게 보이지 많은 않았다. 살며시 웃음이 지어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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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8

고등학교 연극반 학생들의 공연을 봤다. 전국 청소년 연극제를 위한 지역 예선 참가작. <회장님, 어떤 며느리를 원하십니까>.

작년에 처음 공연이 되었다는데, 기성 극단에서 상연된 정극은 아니고, 고등학교 연극을 위해 쓰여진 작품이었다.

일단 각 정계의 회장님들이 맞춤형 며느리를 얻기 위해 비밀의 사립 학교에 며느리될 학생을 후원한다는 것, 그리고 선택된 아이들을 5세부터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차단한 채 회장님들이 원하는 직업까지 맞춰 사육(?)한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누나에게 어머니의 병에 대해 전하기 위해 남동생이 그 금남의 집에 여자로 위장해 들어가 그곳의 말도 안 되는 불합리를 깨우치게 해 그녀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준다는 것 등. 소재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물론 중후반에 "꿈"에 대한 부분 등은 너무 교훈적으로 설명하려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그대에게>처럼 위장한 성별이 들어가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순정만화 같으면서도 사회상을 비판하는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은 훌륭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의 아마추어 연극은 어설플 수밖에 없다. 대사도, 발성도, 발음도 불안하다. 가끔은 대사를 까먹기도 하고, 무대 위에서 두 팔과 두 손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어색하게 서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추어 연극이 아름다운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평생에 유일하게 한 번밖에는 없는 경험과 기억과 추억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뒤바꿀마한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대에서 내려오고 난 후에도,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나고 십년이 지나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잊고 싶기도 했다. 그 기억이 아니라 그 관계를. 내가 내 현실이 너무나 버거워서 주위를 돌볼 여력이 없어서, 내가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까지 다다르지 못해 부끄러워서 이제는 그만 인연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잠수도 타봤고 주위 사람들에게 투덜부려보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난 그 자리다. 그 자리에 내가 있다.

아니, 내가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는 그 자리를 지켜볼 뿐이다. 과거를 기억하며. 그 때의 나를 기억하며.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도 그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 친구들이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났을 때,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다면 지금 그 순간은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그래서 난, 아마추어 학생 연극을 무시하지 않는다. 암전이 되었을 때 반짝반짝 빛나는 형광 테이프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어설픈 연극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배우에게는 어둠속에서 길을 인도해주고, 관객에게는 세상에사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을 선사하는 연극을.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말썽을 부리는 학생이 많다는 이유로, 비난 받고 사라지는 일따위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연극을 소중히 여겨주고, 그것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그 열정에. 그 행복하고 아쉬운 순간을 지켜보고 박수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오늘의 너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너무 수고했어. 아직 그 자리를 이어주어 고마워. 앞으로도 지켜줬으면 좋겠어. 그 곳을.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그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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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청 중인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 <최고의 사랑>, 그리고 <내 마음이 들리니>. (그러고 보니 모두 MBC네) 세 드라마 모두 처음부터 호감이 가거나 시작 전부터 봐야지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최사>의 경우, 홍자매의 최신작이라는 이유와 몇 명의 배우가 캐스팅에 언급되다가 결국 공효진과 차승원으로 낙점되었다는 사전 정보가 있었다. 홍자매는 언제나 그러하듯 재밌고, 유쾌하고, 보면 즐거우니까. 공효진이라는 배우를 좋아하므로 한 번쯤 봐줄까 하는 생각. 하지만 본방을 번번히 놓치고 있었는데...트윗들의 반응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특히나 요즘 너무 신뢰하고 있어 약간 걱정이 되는 텐 아시아의 리뷰들도 대략 훌륭. 결국 날 잡고 시작했는데...'역시나'라는 말 밖에는. 이제 정말 홍자매는 로맨틱&트렌디 드라마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나보다.
우연히, 어쩌다 보게 된 주말 연속극 <반빛>이나 <내마들>에 비해 <최사>가 월등한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이게 이게 보면 볼수록 애정도가 바뀌기 시작하는데...! <최사>를 누른 것은 <내마들>.





남궁민이 다크마루로 변신하기 전까지는 그저 너무나 따뜻하고 예쁜 드라마였다. 상대의 눈을 보고,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조금은 부족해도 사랑을 나누고 서로 서로 보듬아 안는 사람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드라마였다. 최진철이나 시내, 태현숙이라는 인물이 아무리 악해도 다른 이들이 그 모든 것을 쇄신 시켜줬다.

이야기도 좋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후덜덜. 일단 중년 연기자들이 튼튼하게 받쳐주니, 황정음이라는 아직은 검증 받지 못했던 배우도 그 조화를 이루며 부족함없이 연기를 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윤여정 배우님의 연기는 정말 사람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옛날 <꼭지> 때도 그랬고, <내 멋대로 해라>에서도 그렇고. 구성진 욕하며, 눈물 연기는 정말...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약간 모자란 봉영규 역을 맡은 정보석 님도 그렇다. 예전에는 그리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정말 세월은 허투루 흐르는 게 아닌가보다. 그 세월, 성실하게 갈고 닦은 실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눈에 띄게 멋있어진,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된 그 분의 연기.

아역들의 힘이나 조연 배우들의 힘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주역들도 좋다. 솔직히 김재원이 제대 이후에 이리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몰랐다. <로망스> 외에는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 김재원. 좋고 싫고의 감정이 있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롱런을 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의 미소가 반갑고 아름다워 보인다니. 내가 이 드라마에 푹~ 빠지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점점 <내마들>에 빠져들게 한! 내 감정을 흡입시켜버린 장본인. 남궁민. 정말 대박인 것 같다. 캐릭터도 캐릭터이지만 정말 연기를 잘한다. 시작이 마음에 들면, 그 긍정적인 감정이 꽤나 오래 지속되는 편이다. 목숨걸고 열렬하게 좋아하는 짓은 잘 못하지만... 남궁민의 시작은 <곰팡이 꽃>이라는 소설을 영상화한 단막극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가 좋으니, 당연지사 남궁민도 좋고 그때부터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아쉽게도 그가 나온 영화는 거의 못 봤지만. '마루'라는 캐릭터가 워낙에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해야하는데, 남궁민이 그 감정선을 너무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봉마루가, 장준하가, 장준하도 봉마루도 아니신 그가, 너무 절절히 이해가 되니까. 요즘은 봉마루가 남궁민인지, 남궁민이 봉마루인지.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는 처음엔는 태현숙이 복수를 위해 마루를 데려왔고, 그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의 생물학적 친부에게 복수해야하는 준하(마루). 준하가 그 모든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긴장감. 준하와 동주가 조금씩 환경에 의해, 한 여자를 동시에 좋아함에 의해 어긋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놓지않았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일부러, 심하게 조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동주와 준하 사이에) 이 드라마의 매력이었는데...
아마도 다크마루로의 변신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까지는 준하가 본격 다크마루가 되는 시작인 21회를 건너뛰고 본격 다크마루가 된 22회만 보고 쓴 글이고, 지금 막 21회의 시청을 마쳤다. 뭐 그전에 하고 싶던 얘기도 결국은 그 누구도 다크마루를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는데, 21회의 시청을 마친 지금 그 생각은 더욱더 확고해졌다. 준하는 자신이 최진철의 아들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쩌면 태현숙이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을 이용했던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의 아들을, 동주의 형을 포기하지 않았다. 동주가 위험해진 준하를 찾아가 상황에 대한 얘기를 전했을 때도 자신보다 어머니라 부른 태현숙을 더 걱정했고, 스스로 붙잡혀 들어갔다. 아마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런 준하를 외면했다. 그 모든 사실을 깨닫고 수갑을 찬 채 차 안에서 웃던 장준하는...(아, 남궁민 진짜 연기 잘한다!) 그 웃음만으로도 다크마루의 명분을 얻었다. 마루에게는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으니까.

어머니라 부르던 사람에게 '태현숙!'이라 부르며 자신의 아버지인 최진철을 데려오라며 소리지르던 준하, 아니 다크마루. 그런 준하에게 현숙이 내뱉던 독설. 난 그래도 현숙에게 조금의 양심이 있기를 바랐다. 조금의 죄책감은 느껴주길 바랐다. 하지만 태현숙은 너무나 뻔뻔했다. (이 부분이 사실 조금 아쉽다. 현숙을 조금은 인간다운 캐릭터로 만들었어도, 최소한 혼자 있을 때 만이라도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준하가 현숙의 무릎을 베고 누웠을 때, 그 어깨를 쓰다듬어 주려다 멈칫하던 행동 외에는 어디에서도 조금은 준하를 진짜 아들로 생각했을 거라 여겨지는 부분이 없다. 사람이 이 정도로 악하고 이기적일 수 있다는 것도 슬프고, 최소한의 갈등과 고뇌도 없다면 정말 준하가 너무 불쌍하니까.)

나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인지. 다크마루를 비난하지 않지만, 그 밑바닥에는 마루가 끝까지 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아니, 끝까지 가더라도 그 끝에 동주가 아닌 자기 자신이 서 있을 거라는. 그런 믿음. 보석으로 풀려난 후 최진철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준하가 짓던 표정. 그 표정이 복수의 과정 중 최진철도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준하가 최진철의 손을 잡았다고 그를 미워하거나 원망할 수가 없다.

물론 시내에게 하는 행동이나( 솔작히 시내는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크마루는 무서워. 후덜덜덜.) 우리에게 하는 행동! 그리고 ㅠㅠㅠㅠ 동주에게 하는 행동은 너무나 살벌하지만...그래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우리의 다크마루를. (그리고 끝끝내 마루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는 그런 부분도 있다. 부모가 악하면 그 핏줄도 악할 것이라는 그런 말도 안 돼는 게 사실처럼 느껴질까봐. 그렇다면 사람에게 희망은 없으니까.)

자식을 이용해 그 부모에게 복수한다는 것. 드라마 <부활>이 많이 생각났다. 하은(엄태웅)은 복수의 도구로 그 대상의 숨겨진, 버려진 아들을 이용한다. 그 아들로 하여금 아비에게 사기를 치게 만드는 것. 그 덧에 걸린 아비는 자신에데 그렇게 한 사람이 자기의 친자식이라는 것을 알고 죽음을 선택한다. 그 죽음과 함께 그가 자신의 아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삼은,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그래서 형님으로 모시던 하은을 칼로 찌른다. 그 칼에 맞은 하은은 칼에 지문을 지우고, 끝끝내 그 사람을 보호한다. 아들은 그저 사기죄로 형을 살게 되고, 하은은 옥중에 있는 그에게 둘이 이전에 했던 엄마를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킨다.

이 드라마 때문에 자식을, 핏줄을 복수의 도구로 삼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 하지만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내마들>의 결론도 그랬으면 좋겠다. 상처받을 대로 상처 받아도, 서로를 할퀴고 생채기 내도 결국은 용서하고 곁에 남는...그런 결말이었으면 좋겠다. <내마들>은 동주-우리의 사랑 얘기도 좋지만, 동주-마루가 훨씬 더 좋다.





P.s 승철이 얘기를 못했다. 승철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매우 많은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마루이지만, 우리는 승철이랑 됐으면 좋겠다. 승철이의 외사랑이 너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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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2 / 컬쳐스페이스 엔유


웃어야지. 웃으며 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억지 웃음을 지으며, 이 그 글을 적는다. 공연이 재미가 없어서? 아니, <키사라기 미키짱>은 기대만큼 유쾌하고 즐거웠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그래서 슬펐다. 너무 재밌고 좋아서.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슬픈 건, 나 때문이다. 적어 내려가다 차마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여전히 임시 저장되어 있는 이 작품에 얽힌 아주 개인적이고, 소소한 에피소드! 그것을 공개하지 못하기에 마찬가지로 지금 이 뭐라 표현하기 힘든 몽롱하고 나른하며 촉촉한 개인적인 기분은 제외하고 덤덤하게 써 내려가리.

이전에도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블로깅을 한 적이 있다. 이건 '무조건'이라고 생각했었다. 100% 연극화 되어야 하며, 빵빵 터질 거라는 확신! 그래서 이 작품이 상연된다고 했을 때, 그 오픈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브라운관 스타 김남진의 연극 무대작으로 홍보되는 작품. 미안하지만 김남진이라는 배우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사실 드라마에서 봤을 때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어서! 캐스팅은 아예 키사라기 팀과 미키 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미키 팀에 이철민이란 배우를 좋아하는 데다 김한은 정말 개인적으로 옛날에 좋아했던 드라마 <단팥빵>에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호감! 미키 팀 공연을 보려했는데 여차저차하여 결국 키사라기 팀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이에모토 역, 김남진은 처음에는 생각보다 발성이 괜찮다 했는데...초반뿐. 슬프지만 극이 흐를수록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합'이 참 중요한 연극인데...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주변에 그의 연기에 약간의 실소를 보이는 몇 명 관객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적으로 그래도 관객 동원력이 있긴 한가보다. 그의 기럭지 등에 동요하는 팬들도 많았고, 그의 연기를 귀여워하는 관객도 많....많았나? 눈물 연기 때의 감정선은 그래도 내 마음을 조금은 움직엮으니까.

극은 위에서 밝힌대로 생각 이상으로 재밌었다. 어찌됐든 나는 영화를 통해 이미 내용이나 캐릭터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솔직히 이 정도까지 웃길 수 있는지는 몰랐다. 정말 배우와 연출의 힘이 컸던 게 아니었을까. 일단 인트로가 있는 연극, 첨 봤다. 인트로 개념의 그 짧은 장면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대 활용도도 좋았고, 영화에서 저 장면은 어떻게 연극으로 연출할까 했던 부분들도 훌륭했다. 그리고 정말 배우분들의 연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연기실력도 뛰어났지만, 서로간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한가지! 딱 한가지 아쉬운 것. 아...! 두 가지다. 일단 프리뷰 기간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음향이 너무 컸다. 대사와 겹치지 않는 음악은 상관 없었으나 대사칠 때 음향은 좀더 줄여야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너무 심하게 웃겼다. 사실 화장실 개그. 솔직히 화장실 개그가 빵빵 터진다는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한다. 원작에도 있는 부분이지만 원작보다 훨훨훨 많이 강조되었다고 해야할까. 딱 필요한 부분을 빼고는 사실 누가봐도 웃기기 위해 했다는 느낌. 조금만 눌러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건 화장실 개그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 아니라 너무 웃기다 보니 배우가 진지하게 연기할 때도 웃음이 터지고 전체적으로 감동적이어야할 부분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물론 그래서 웃음과 감동이 범벅이 되는 거기도 하겠지만! 감동적이어야한다고 웃음기 쏙 빼고 눈물만 질질 짜는 것도 아니지만 웃음의 완급을 조금만 조절해준다면 감동의 깊이를 더 느끼게 되지 않을까.

사실 많이 우려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관객들이 그 추리와 반전에 억지스러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근데 반응들을 보니 다들 '아~~~!' 하는 분위기. 내가 다 뿌듯해지는 이 이유는? 이 작품이 관객몰이에도 좀 성공을 하고 롱런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일단 미키 팀 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보고! 좋은 이야기는 그 형태를 어찌하건간에, 어느 나라에사 상연되던 간에 '좋은 이야기'다. 이 '좋은 이야기'를 기대 이상의 연출과 연기로 보게 되서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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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은 항상 날 가슴뛰게 한다. 언제든, 어느 캐스팅에 관게 없이 보고 싶어진다. 하나가 좋으면 10이 좋은 내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지점이다.

2011년 헤드윅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가장 내 관심을 끈 사람이 김동완이었다. 기존 신화나 아이돌 출신 김동완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연기하는 김동완은 좀 관심이 갔다. (여기서 내 첫번째 실수가....헤드윅에서는 연기를 볼게 아니었는데^^;;;) 김동완이 나온 드라마들을 보며,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줄곧 해 왔으니까. 노래의 경우는 신화의 타이틀들을 빼 놓고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가수로 살아온 시간이 얼마인데, 나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내게 티켓을 구해준 사람이 "김동완 캐스팅인데 괜찮아?"라고 물을 때도, "네! 전 김동완 궁금해요."라고 답했고, 함께하는 친구가 "덩드윅 별로라는데."라고 말할 때도 "나는 한번 보고 싶었어."라고 말했다. 물론 최근 김재욱에 대한 글들을 많이 봐 욱드윅(?)도 좀 땡기기는 했으나, 중요한 사실은 초대권으로 인해 김동완 외에는 선택권이 없었다는 거.

나는 그냥, <헤드윅> 자체가 좋으니까.

설레는 맘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일단 일본인들 정말 많더라. 아마도 1세대 아이돌 김동완의 힘인가? 드디어 공연 시작! 김동완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봐야하는데 자꾸만 이전에 본 3명의 헤드윅들이 오버랩이 됐다. 그럼 안돼! 라고 말하며 백짓장처럼 하얀 머리로 공연을 보기 위해 애썼다.

연기는 뭐, 나쁘지는 않았으나 어찌나 대사를 잘 씹어주시는지. 근데 또 씹고 나서도 어찌나 능청스럽게 잘 대처해주시는지. 그게 그리 미워보이지는 않았다. 김동완의 연기가 그런 것 같다. 기본적으로 엄청 못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면 '처음'치고는 잘하는 편인데 그 이상으로 넘어서지 못하는.

헤드윅이 된 게 아니라 헤드윅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 부분이 가장 많이 아쉬웠다. 노래를 부르며 취하는 손짓 등도 조금은 소극적으로 보였고. 소리를 질러야할 때의 발성이나 성량도...쩜쩜쩜.

노래의 경우에도 나쁜 건 아닌데~ 중간 중간 트로트 창법처럼 소리내는 거랑 감정이 디테일하지 않은 거. 남자답게 부르는 건 그래도 좀 멋있던데. (기본적으로 대부분, 김동완 원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탈의' 씬 & '토마토'씬!
(아ㅠ 다 쓰고 수정하려고 했다가 이 후에 쓴 것들이 훨훨~ 날아가버렸다. 젠장. 이러면 솔직히 김빠지고 힘빠져서 다시 쓰기 엄청 짜증이 나는데...뭐, 워워. 하고 마무리는 지어야지. 전에 썼던 말 따위 기억하려고 하지말고...새롭게 적어 내려간다는 마음으로!)

탈의&토마토 장면은 항상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완드윅의 경우, 토마토 장면은 괜찮았으나 탈의는 조금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조금은 더 분출되어도 괜찮을텐데...조금만 더. 몸은 엄청 좋았는데! 너무 심하게 좋은 느낌?! 뭐 눈은 호강스러웠으나 그 촘촘한 근육이 뭔가 조금. 좋았으나 아쉬운 애매모호한 감정!

헤드윅은 커튼콜이 너무 신난다. 모든 이들이 일어서서 배우들의 노래에 맞춰 미친듯이 몸을 흔들 수 있는 그 커튼콜이 너무 좋다. 이 공연을 처음 본게 아마도 2005년. 지금까지는 항상 노래의 가사를 듣기 위해, 극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헤드윅이 "손을 들어"라고 외치기 전에 손을 들 준비를 하고 있는 관객이,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배우가 연기하든 난 헤드윅이 좋다는 것이다. 그 경계 위에 서 있던,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용서한 헤드윅이 좋다. 변함없는 한 가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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