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2 / 컬쳐스페이스 엔유


웃어야지. 웃으며 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억지 웃음을 지으며, 이 그 글을 적는다. 공연이 재미가 없어서? 아니, <키사라기 미키짱>은 기대만큼 유쾌하고 즐거웠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그래서 슬펐다. 너무 재밌고 좋아서.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슬픈 건, 나 때문이다. 적어 내려가다 차마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여전히 임시 저장되어 있는 이 작품에 얽힌 아주 개인적이고, 소소한 에피소드! 그것을 공개하지 못하기에 마찬가지로 지금 이 뭐라 표현하기 힘든 몽롱하고 나른하며 촉촉한 개인적인 기분은 제외하고 덤덤하게 써 내려가리.

이전에도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블로깅을 한 적이 있다. 이건 '무조건'이라고 생각했었다. 100% 연극화 되어야 하며, 빵빵 터질 거라는 확신! 그래서 이 작품이 상연된다고 했을 때, 그 오픈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브라운관 스타 김남진의 연극 무대작으로 홍보되는 작품. 미안하지만 김남진이라는 배우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사실 드라마에서 봤을 때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어서! 캐스팅은 아예 키사라기 팀과 미키 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미키 팀에 이철민이란 배우를 좋아하는 데다 김한은 정말 개인적으로 옛날에 좋아했던 드라마 <단팥빵>에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호감! 미키 팀 공연을 보려했는데 여차저차하여 결국 키사라기 팀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이에모토 역, 김남진은 처음에는 생각보다 발성이 괜찮다 했는데...초반뿐. 슬프지만 극이 흐를수록 몰입이 잘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합'이 참 중요한 연극인데...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주변에 그의 연기에 약간의 실소를 보이는 몇 명 관객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스타 마케팅적으로 그래도 관객 동원력이 있긴 한가보다. 그의 기럭지 등에 동요하는 팬들도 많았고, 그의 연기를 귀여워하는 관객도 많....많았나? 눈물 연기 때의 감정선은 그래도 내 마음을 조금은 움직엮으니까.

극은 위에서 밝힌대로 생각 이상으로 재밌었다. 어찌됐든 나는 영화를 통해 이미 내용이나 캐릭터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솔직히 이 정도까지 웃길 수 있는지는 몰랐다. 정말 배우와 연출의 힘이 컸던 게 아니었을까. 일단 인트로가 있는 연극, 첨 봤다. 인트로 개념의 그 짧은 장면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무대 활용도도 좋았고, 영화에서 저 장면은 어떻게 연극으로 연출할까 했던 부분들도 훌륭했다. 그리고 정말 배우분들의 연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연기실력도 뛰어났지만, 서로간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한가지! 딱 한가지 아쉬운 것. 아...! 두 가지다. 일단 프리뷰 기간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음향이 너무 컸다. 대사와 겹치지 않는 음악은 상관 없었으나 대사칠 때 음향은 좀더 줄여야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너무 심하게 웃겼다. 사실 화장실 개그. 솔직히 화장실 개그가 빵빵 터진다는 건 알지만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한다. 원작에도 있는 부분이지만 원작보다 훨훨훨 많이 강조되었다고 해야할까. 딱 필요한 부분을 빼고는 사실 누가봐도 웃기기 위해 했다는 느낌. 조금만 눌러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건 화장실 개그에 대한 개인적인 취향 때문이 아니라 너무 웃기다 보니 배우가 진지하게 연기할 때도 웃음이 터지고 전체적으로 감동적이어야할 부분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온다. 물론 그래서 웃음과 감동이 범벅이 되는 거기도 하겠지만! 감동적이어야한다고 웃음기 쏙 빼고 눈물만 질질 짜는 것도 아니지만 웃음의 완급을 조금만 조절해준다면 감동의 깊이를 더 느끼게 되지 않을까.

사실 많이 우려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관객들이 그 추리와 반전에 억지스러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근데 반응들을 보니 다들 '아~~~!' 하는 분위기. 내가 다 뿌듯해지는 이 이유는? 이 작품이 관객몰이에도 좀 성공을 하고 롱런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일단 미키 팀 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보고! 좋은 이야기는 그 형태를 어찌하건간에, 어느 나라에사 상연되던 간에 '좋은 이야기'다. 이 '좋은 이야기'를 기대 이상의 연출과 연기로 보게 되서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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