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은 항상 날 가슴뛰게 한다. 언제든, 어느 캐스팅에 관게 없이 보고 싶어진다. 하나가 좋으면 10이 좋은 내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지점이다.

2011년 헤드윅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가장 내 관심을 끈 사람이 김동완이었다. 기존 신화나 아이돌 출신 김동완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연기하는 김동완은 좀 관심이 갔다. (여기서 내 첫번째 실수가....헤드윅에서는 연기를 볼게 아니었는데^^;;;) 김동완이 나온 드라마들을 보며,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줄곧 해 왔으니까. 노래의 경우는 신화의 타이틀들을 빼 놓고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가수로 살아온 시간이 얼마인데, 나쁘지는 않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내게 티켓을 구해준 사람이 "김동완 캐스팅인데 괜찮아?"라고 물을 때도, "네! 전 김동완 궁금해요."라고 답했고, 함께하는 친구가 "덩드윅 별로라는데."라고 말할 때도 "나는 한번 보고 싶었어."라고 말했다. 물론 최근 김재욱에 대한 글들을 많이 봐 욱드윅(?)도 좀 땡기기는 했으나, 중요한 사실은 초대권으로 인해 김동완 외에는 선택권이 없었다는 거.

나는 그냥, <헤드윅> 자체가 좋으니까.

설레는 맘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일단 일본인들 정말 많더라. 아마도 1세대 아이돌 김동완의 힘인가? 드디어 공연 시작! 김동완을 순수한 눈으로 바라봐야하는데 자꾸만 이전에 본 3명의 헤드윅들이 오버랩이 됐다. 그럼 안돼! 라고 말하며 백짓장처럼 하얀 머리로 공연을 보기 위해 애썼다.

연기는 뭐, 나쁘지는 않았으나 어찌나 대사를 잘 씹어주시는지. 근데 또 씹고 나서도 어찌나 능청스럽게 잘 대처해주시는지. 그게 그리 미워보이지는 않았다. 김동완의 연기가 그런 것 같다. 기본적으로 엄청 못하거나 그러지 않는데,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면 '처음'치고는 잘하는 편인데 그 이상으로 넘어서지 못하는.

헤드윅이 된 게 아니라 헤드윅을 '연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 부분이 가장 많이 아쉬웠다. 노래를 부르며 취하는 손짓 등도 조금은 소극적으로 보였고. 소리를 질러야할 때의 발성이나 성량도...쩜쩜쩜.

노래의 경우에도 나쁜 건 아닌데~ 중간 중간 트로트 창법처럼 소리내는 거랑 감정이 디테일하지 않은 거. 남자답게 부르는 건 그래도 좀 멋있던데. (기본적으로 대부분, 김동완 원래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탈의' 씬 & '토마토'씬!
(아ㅠ 다 쓰고 수정하려고 했다가 이 후에 쓴 것들이 훨훨~ 날아가버렸다. 젠장. 이러면 솔직히 김빠지고 힘빠져서 다시 쓰기 엄청 짜증이 나는데...뭐, 워워. 하고 마무리는 지어야지. 전에 썼던 말 따위 기억하려고 하지말고...새롭게 적어 내려간다는 마음으로!)

탈의&토마토 장면은 항상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완드윅의 경우, 토마토 장면은 괜찮았으나 탈의는 조금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조금은 더 분출되어도 괜찮을텐데...조금만 더. 몸은 엄청 좋았는데! 너무 심하게 좋은 느낌?! 뭐 눈은 호강스러웠으나 그 촘촘한 근육이 뭔가 조금. 좋았으나 아쉬운 애매모호한 감정!

헤드윅은 커튼콜이 너무 신난다. 모든 이들이 일어서서 배우들의 노래에 맞춰 미친듯이 몸을 흔들 수 있는 그 커튼콜이 너무 좋다. 이 공연을 처음 본게 아마도 2005년. 지금까지는 항상 노래의 가사를 듣기 위해, 극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헤드윅이 "손을 들어"라고 외치기 전에 손을 들 준비를 하고 있는 관객이, 노래를 따라부르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배우가 연기하든 난 헤드윅이 좋다는 것이다. 그 경계 위에 서 있던, 누군가를 사랑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용서한 헤드윅이 좋다. 변함없는 한 가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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