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에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하나씩 보고 있다. 왓챠에서 왕가위 감독 특별전을 하는데... 말로만 들었던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던 그의 명작들을 하나씩 도장 깨기 하고 싶었다. 명장면도 많이 보고, 패러디도 많이 보고, 오마주도 많이 봐서 마치 내가 이미 본 것처럼 느껴지는 그의 영화들. 하지만 솔직히 제대로 본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처음으로 선택된 작품은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1997). <옷상‘s 러브> 때문에 약간 퀴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그나마 홍콩 배우 중 아는 사람이 장국영이니까. (장국영을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그가 나온 작품을 단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그가 나의 어린 시절에 유명했으니까. 그리고 그의 죽음이 너무 거짓말 같은 사건으로 회자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연예인과 이미지가 닮은 사람이었으니까)

밤에 일부러 불을 끄고 핸드폰을 옆으로 치워 둔 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1997년 영화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었다. 나는 솔직히 왕가위 감독이 왜 유명한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영상미, 미장셴이 정말 훌륭하더라는 거. 그 영화가 홍콩이 아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하는 지도 몰랐다. 영화 속에서 제대로 마주한 장국영은 정말로 섹시하더라는 거. 이미 그의 인생과 그 끝을 알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영화를 보면서 좀 황당하게도 다음 웹툰 <밤의 베란다>가 생각나기도 했다. 사랑하는 상대의 곁에 있기 위해 상대가 다치고 아프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미 헤어지고 만나고를 반복하는 사랑의 끝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나름 두 사람의 감정에 몰두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물론, 그 시작점과 두 사람의 달달한 연애를 볼 수는 없기에 상대에게 집착하게 되는 ‘왜’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결말도 완벽하게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그냥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해서 갈갈이 찢겨 졌던 한 남자의 이별 극복기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뭐 그럴 수도. 일단 전체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영화의 분위기하며, 연기하며, 감정선이라던지... 진짜 지금 현재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일단 왕가위 감독 영화에 대한 스타트는 굉장히 좋았던 것으로. 두 번째로 선택된 영화는 <아비정전>(1990)이었다. 마음 한구석에서 오래된 순서부터 볼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냥 익숙했던 것부터 봐야 할 것 같았다. 장국영을 좀더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맘보 춤을 추던 장면은 정말 수도 없이 봤던 것 같다. 과연 그 장면이 왜, 어디서에, 어떤 이유로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아비정전>. 여전히 장국영은 섹시하더라. 사람이 저렇게 섹시할 수 있구나 싶었고, 경찰관이 너무 잘 생겨서 누구지 하고 찾아보니 유덕화더라. 내가 이렇게 홍콩 영화에 무지하다. 유덕화의 젊은 시절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장만옥은 (생각해보니 장만옥도 이름과 얼굴은 너무 잘 아는데, 그녀의 영화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왜 예쁜지 모르겠지만 참 예쁘더라. 사실 처음에 장국영이 장만옥을 꼬시는 장면(?)은 어렸을 때 봤더라면 멋있었을 거 같은데 지금 내 나이에는 손발이 너무 오그라 들기는 했다. 배우들이 마음에 드니 그 정도는 넘어가는 것을.

왕가위 감독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해피투게더>와 <아비정전>만 봤을 때는 사랑 후 이야기(감정)를 참 잘 다루는 거 같다. 항상 사랑의 시작이 아닌 끝을 이야기 하기 때문에 왜 여자들이 장국영한테 목숨을 걸고 빠져 드는 지는 잘 이해가 안 가지만. (물론, 장국영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극 중 캐릭터 상으로는 도대체 왜 저 남자한테 집착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밖에) 좀 황당하지만 <아비정전>은 보면서 한국 영화 <사랑을 놓치다>(2006) 생각이 많이 났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비슷한 게 없는데, 그냥 계속 생각이 나더라는 거. 특히 장만옥과 유덕화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

소소하게 영화를 보며 생각한 거. 영상미는 확실히 좋구나. 시계를 작정하고 참 많이 보여 주는구나. 시간과 순간에 대한 고찰(?) 좋으네. 장국영의 맘보춤 장면은 왜 그리 유명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댄스 장면을 감독이 좋아하나? <해피투게더>의 탱고 장면도 그렇고. 장국영과 양 엄마의 관계성은 잘 따라가지 못하겠다. 친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사실이 아비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알겠는데. 이 영화에서도 홍콩뿐 아니라 필리핀을 배경으로 하네. 필리핀에서 장국영과 유덕화가 만나는 스토리 라인 및 구성은 좋았는데, 갑분 액션씬? 엔딩 기차 씬 좋기는 좋은데.... 조금은 이해가 안 가기도. 올해 영화를 보고 ‘해석’을 검색해 본 게 <아메리칸 사이코> 다음으로 두 번째인 거 같다. 장국영이 연기한 ‘아비’라는 인물이 이해가 되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부족한 건가? 식견이 짧은 것을 어찌하랴.

 


그다음으로 보고 싶은 건 <화양연화>였지만, 오래된 순서대로 보자 싶어 <열혈남아>를 선택했다. 사실 <아비정전>에서 장만옥과 유덕화가 너무 잘 어울렸던 이유도 있다. 그렇게 선택한 <열혈남아>(1987). 왕가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사실 가장 보기 힘들었다. 워낙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탓이 컸다. 그런 류의 영화를 보지 않는 나에게 도대체 의리가 뭣이 중한데. 유덕화의 의형제인 창파 캐릭터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고... 30분이라도 영웅이 되고 싶다고? 그런 동생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멋있나? 뭐, 홍콩 느와르? 그런 영화가 유행하던 당시를 생각해보면 왜 남자 관객들이 열광하며 이 영화를 수십 번씩 봤는지, 유덕화와 장만옥의 비주얼을 생각하면 왜 여자 관객들도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는 가지만 개인적으로는.... 흠흠흠.

물론 이 영화 속에서도 중간중간 영상미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 홍콩 뒷골목 양아치들 이야기하면서 장면이 이렇게 예쁠 수 있구나 하는 장면들. 특히나 란타우 섬에서의 버스들이 나올 때 참 좋더라. 음악도 참 좋고. 물론 이 영화뿐 아니라 <아비정전>이나 <해피투게더>도 음악이 참 마음에 들었다. 

<열혈남아> 대만판은 엔딩이 다르다기에 한번 찾아보았다. 감정적으로나 러브스토리적으로는 대만판이 더 울림이 크겠지만, 이건 처음부터 사랑 이야기보다는 남자들의 세계에 관한 영화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나한테는 좀 힘든 영화였지만, 뭐 나름의 가치는 있지 않을까 싶다. 1973년 <비열한 거리>라는 영화를 모티브로 삼았다는데... 무튼 전설의 시작을 마주한 것으로 이 영화감상의 의미를 삼고 싶다. 

이렇게 3편의 영화 감상이 끝났다. 웃긴 게 왓챠에서 <해피투게더> 예상 평점이 3.7이고, <아비정전>이 3.5고, <열혈남아>가 3.2였는데... 너무 정확하게 그 순서대로라서 놀라웠다. 이제 <중경삼림>(1994) <타락천사>(1995) <화양연화>(2000)를 볼 생각이다. 나무 위키에 나온 왕가위 감독에 대한 정보를 살짝 훑어보았는데 “탐미주의 감독들이 잘 듣는 비판이지만, "너무 미장센에만 힘을 쏟아부어 정작 스토리는 빈약하다"든가, "영화를 찍으려고 연출력을 발휘하는게 아니라 연출력 자랑하려고 영화를 찍는 느낌"이라든가, "미장센 빼고는 남는게 뭐냐?" 등의 지적을 자주 듣는다.”라는 문장에서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그의 영화를 더 보고 난 후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의 영화를 마주하는 것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몇몇 사람들이 <빈센조>가 재밌다고 했는데 나는 솔직히 너무 별로였다.

너무 과장되어 있고, 몇몇 장면은 세련되고 영상미도 좋았지만 전체적인 톤이.... 조금 뭐랄까.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랄까. 배우들의 연기도 부담스럽고.

남자 주인공이 이탈리아 마피아라는 특수성을 빼면 권선징악형 법정 드라마랑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고.

물론 한국의 정계가 마피아와 다르지 않다라는 것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복수한다는 지점이... 작가의 전작인 <열혈사제>가 아니라면 신선했을 수도 있겠지만 요즘은 더 쎈 것들이 많다보니... "와" 싶을 정도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과장>이나 <신의 퀴즈>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생각보다 <시지프스>가 <닥터 후>에 빠졌던 나의 취향. 

이미 <서클>이나 <앨리스> 때문에 ‘오! 완전 신선해!’의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브라운관에서 이런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게 아직은 희소성이 있는 것 같고, 정말 작가들이 애를 쓰고 조사를 많이 한 게 느껴져서 좋았다. 

조승우가 비행기를 고치는 장면은 내 기준에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중간 조승우가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위기에서 벗어나는 장면들도 내 기준에서는(주변에서 별로 재미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꾸만 ‘내 기준에서는’이라는 말을 붙이게 된다) 작가의 노력이 보여서 좋았다. 

중간에 3회 정도에서는 재미가 살짝 반감되기는 하지만 4회는 또 진짜 추적극으로 정신 없이 몰아붙이는 구나 싶고. 

<빈센조>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톤이 일관성 있지는 않아서 살짝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빈센조>보다는 재밌다. 

보면서 내가 조승우를 참 많이 좋아하구나 싶은 생각이. 

어디선가 살짝 박신혜의 액션이 아쉽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비교 만큼 나쁜 게 없지만) <앨리스> 1회에서의 김희선 액션을 생각하면 나는 참 괜찮았던 것 같다. 

스토리가 SF 공상과학이다 보니 살짝 따라가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만족이다. 

제발, 용두사미 되지 않고 끝까지 이 긴장감과 재미를 잘 유지해 갔으면 좋겠다. 

 


<괴물> 역시 사전 정보 하나 없이 시작했다. 

신하균의 드라마라니. 

사실 언제부터인가 신하균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무조건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좋아하는 배우다. 

일단 분위기는 좀 어두운데, 괜찮다.

근데 4회를 한꺼번에 몰아봐서 그런지 중간부터 좀 지루해지는 느낌이랄까.

‘심리 추적 스릴러’라고 해서, 서로 의심하는 거까지는 좋은데... 이게 보다 보면 의심을 위한 의심이랄까.

특히 여진구가 맡은 역할인 한주원이 이동식(신하균)을 무조건 의심하고 몰아붙이다 보니까 이입이 잘 안 되고 대본이나 연출적으로도 이동식을 무조건 범인처럼 의심 가게 만들어 놓는 데에만 최선을 다하다 보니까 개연성도 없는 거 같고, 공감도 되지는 않는다는 거.

솔직히 말하자면, 신하균의 연기가 아니었더라면 이 드라마를 어떻게 풀어 갔을지 모르겠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신하균이나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하는데, 나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연기 구멍이 없고, 다들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전체적인 밸런스도 좋고, <빈센조>와 <시지프스>, <괴물>을 비교해 봤을 때 톤도 가장 일관성 있는 거 같다.

특히 신하균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나 <게임>, 드라마 <브레인>이 많이 생각나서 너무 좋았다.

이게 이동식(신하균)이 진짜 범인일까, 아니면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추리하게 만드는 재미는 있는데 앞으로가 정말 중요할 것 같다.

계속 도돌이표 같은 느낌이 들면, 과연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4회까지 본 결과, 오락적으로는 <시지프스>가 가장 재미 있다. 

재미와 별개로 <괴물>도 아직은 흥미롭고. 

하지만 대중성은 <빈센조>가 아닐까 싶다. 가장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스토리와 연출. 흠. 하지만 내 취향이 <빈센조>가 아니라는 걸... 어찌 하겠는가. 

세 작품 모두 끝까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한번 지켜봅시다! 

 

 

 

왓챠 단독 공개로 <키딩>이라는 작품이 올라왔다. 미셀 공드리와 짐 캐리라는 두 명의 인물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년간 내 멜로영화 1위를 차지했던 <미술관 옆 동물원>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터널 선샤인>의 주역들.

 

2005년 처음, 노래방에서 <이터널 선샤인>의 예고편을 보았다. 짐 캐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노래를 부르던 나를 멈추게 했다. 그렇게 영화관으로 달려갔지만, 영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뭔가 좋은 거 같기는 한데, 완벽하게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얼마 후, DVD를 빌렸다. (그때만 해도 DVD방이 많았는데!!) 집에서 두 번째로 보는 <이터널 선샤인>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영화관에서 봤다. 그렇게 3, <이터널 선샤인>을 본 후, 그것은 내 최애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짐 캐리의 진가와 미셀 공드리라는 연출을 알게 되었다. 이후 미셀 공드리 특별전에서 <휴먼네이처> (2001), <수면의 과학>(2006)을 봤다. 당시에는 <수면의 과학>이 너무 좋았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내가 겉멋이 든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수면의 과학> 장면이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떠오르고, 다시 볼 자신이 없다.

그 다음 작품인 <비카인드 리와인드>(2007)는 대중성은 있었지만 왠지 미셀 공드리의 느낌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도쿄!>(2008)는 제대로 보지 않았고, <무드 인디고>(2013)는 영화관까지 가서 봤으나 속상하게도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

 

나는 그 이후, 미셀 공드리를 잊고 살았는데 그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짐 캐리와의 드라마로. <키딩>

은 어른을 위한 잔혹 동화이자 힐링 동화 같다. 잔혹과 힐링이라는 말이 공존할 수 있다니. 겉멋이라고 생각했던 <수면의 과학>을 가장 많이 닮은 드라마이다. <키딩>은 어린이 방송을 진행하는 유명인 피클스 아저씨(짐 캐리)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무너져가고 다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짐 캐리의 단독 하드캐리인 듯 싶지만, 이렇게 완벽한’ ‘불완전한가족극이라니. 짐 캐리의 아버지, 누나, 아내, 쌍둥이 아들, 아내의 남자친구, 매형, 누나의 딸 등 짐 캐리의 가족을 중심으로 나올 수 있는 가족 문제는 다 나온 거 같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 강압적인 아버지. 성정체성이 흔들리는 남편 때문에 무너진 가정. 이혼. 심지어 치매에 이르기까지. 어찌보면 가족극의 전형적인 이야기들을 이토록 독창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

 

사실 생각보다 우울한 내용에 1, 2회는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3회를 넘어서기 시작하니까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상실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와 관련해 이것보다 완벽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누구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고, 이야기는 뒤통수에 뒤통수를 친다. 판타지도 섞여 있고, 어린 애들이 마리화나와 대마초를 피기도 하고, 성적인 이야기들과 대사들이 가득한 이 드라마가 이렇게 따뜻하고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짐 캐리의 연기는 여전히 대단하고.

모든 상실에 대하여,

따뜻한 위로가 되는 어른을 위한 드라마.

<키딩>

참 행복했습니다.

+ 지나간 공연 리뷰, 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사연에 더 집중된 관람평입니다.

   공연 내용 별로 없음 주의!

 

 

<라스트세션>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얼마 만에 자의로 보는 연극인지. 코로나가 창궐하던 2월... NT라이브 이후 5개월 만이다. (중간에 타인의 권유로 뮤지컬을 한 번 본적은 있다.) NT라이브 때는 공연 관람 중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아니었음에도 (입장시에는 착용 및 발열 체크 필수. 당시 문진표는 미작성) 쓰다 벗었다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고, 4월에는 몇 달 전부터 예약해놓은 연극이 자동 취소가 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렇게 자의와 타의로 나름 자제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물리적인 이유 외에도 다른 작업 때문에 공연을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있지만.

 

하지만 얼마 전 연극을 추천해달라는 지인의 부탁 때문에 보게 된 예매 사이트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꾸 망가져가는 생활 때문이었을까 공연이, 무대가 간절해졌다. 전날 3시간밖에 못 잤고, 마감이 코앞인 일이 있는지라 공연을 볼 상황이 아니었는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예약해 놓은 미스터트롯 콘서트 티켓 날짜가 며칠인지 확인하려고(날짜를 보고 예약한 게 아니라 8월 중 무조건 좌석을 보고 예약한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팝업창에 뜬 <라스트세션>.

 

도대체 뭐에 끌린 건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상세 페이지를 클릭했다. 오호라, 내가 좋아하는 2인극이네. 신구 할아버지와 이석준 배우가 나오네. 프로이트 이야기라고? 흥미롭겠는데? 난 네 가지만으로 난 당일 티켓을 예매해버렸다. 공연 시간까지 5시간이나 남았는데... 해야 할 일이 백만 개인데... 순간 제정신이 들면서 취소할까 했지만 당일 예매는 당일 취소 불가. 내가 미친년이다를 읊조리며 혜화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쩌면 나는 단순히 그냥 공연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또 아무것도 안 하고 유튜브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잠이 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만에 공연을 보러 가는 혜화행인지 조금은 가슴이 들뜨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마로니에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그 공간이 좋은가보다.

 

카페에 가서 시간을 때우다 시간에 맞춰 공연장으로 향했다. 난 역시나 무대가 좋다. 프리셋 상태로 관객을 맞이하는 무대는 더 좋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생각 보다 꽤 많은 관객이 있었다. 신구 할아버지의 힘인 것인지. 무대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대사를 조금 버벅이기는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죽기 3주 전, 나디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와 토론을 한다는 내용인데.... 겁나 어렵다. 근데 재밌다. 그게 잘 만들었다는 증거이겠지. 연극을 따라가기는 쉬웠으나 그 내용을 체화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듯 하다. 나는 내가 ‘지적 허영’이 있는 걸 알았지만... 이 연극을 보며, 나 같은 사람이 우리 나라에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레드>라는 연극도 생각이 나고. 가능하다면 <라스트세션>의 대본을 구해서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저런 대사들을 쓸 수 있을까. 2인극의 티키타카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다시, 공연을 좀 보러 다닐까 생각 중이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일상을 살다 보니, 삶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공연을 보면 조금은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공연을 보고 난 후 이틀을 또 의미 없이 보냈다는 건 안 비밀이지만.

 

 

- 스포 있음

 

‘선뜻’이 안 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어쩌다 <와일드 테일즈 : 참을 수 없는 순간>이라는 영화를 발견했다. 복수에 대한 ‘옴니버스 영화’였는데, 69회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수상이나 관객평이 나를 사로잡았다. ‘골 때리는 영화’ ‘속이 시원하다’ ‘통쾌하다’ 등등...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갈등을 싫어하는 내가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 싶었다.

1. 웰컴 투 땅콩 항공

 

에피소드라고 하기에는 프롤로그 같은 개념이었던 단편. 작위적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어떤 방향성으로 가려고 했는지 잘 보여준다. 관객평 중 많은 이들이 좋아했던 에피였다. 나도 괜찮기는 했음.

 

2. 원수는 식당에서

 

식당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자살로 몰고 간 남자를 마주친 웨이트리스. 콘셉트는 좋았으나 마무리가 조금은 아쉬웠다. 단편의 단점이 그러한 거겠지.

 

3. 분노의 질주 18

 

이 에피소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거 같은데... 뭐랄까. 한 사람의 분노가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놈들끼리 똑같은 짓을 한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와는 다르게 결론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걸 공감할 수 있나?

 

4. 합법주차의 불법견인

 

(사실 이 에피소드를 보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딸의 생일 파티에 가야하는 폭발 전문 엔지니어가 케이크를 픽업하다 견인을 당한다. 불법 주차가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소용이 없다. 이 일 때문에 남자는 아내에게 이혼당할 위기에 처하고, 해고 당한다. 남자의 선택은? 사실, 나는 온전히 남자의 편이 될 수 없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매뉴얼이라는 게 있는 거고, 누구의 잘잘못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컴플레인을 하는데, 견인 회사 및 주차국(?) 직원이라고 무슨 수가 있겠는가. 이래서 나는 을의 마인드인 거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 영화에 대한 흥미가 굉장히 떨어졌는데 확실히 결말은....‘아이러니’의 정점을 찍는 거 같다. 왜 많은 이들이 이 에피소드를 최고로 꼽았는지 알겠다.

 

5. 뺑소니의 최후

 

나는 어느 정도 드라마성이 있는 게 좋다. 아무리 옴니버스 형식이라고 할지라도. 뺑소니 사고를 친 부잣집 아들 때문에 벌어지는 일. 돈으로 자식의 죄를 뒤집어쓰게 만드는 거나 검사까지 돈으로 매수하고, 그 와중에 이 모든 일을 해결하는 변호사도 돈을 뜯어 먹으려고 하고. 돈으로 먹고 먹히는 관계. 어찌보면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이 에피소드가 좋았는지 모르겠다. 결론 역시 훌륭했고.

 

6. 이판사판 결혼식

 

이 에피소드 때문에 이 영화를 봐야 하나 고민했었다. 결혼식에 관련된 참고 자료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 날, 신랑의 바람을 알게 된 여자. 게다가 그 여자가 하객으로 앉아 있는데.... 그 결말은? (지금 보고 있는 중이라.... 아직 결론은 모른다) 이 마지막 에피소드가 재밌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투 비 컨티뉴.

 

이 글을 쓸 때까지만 ‘선뜻’이 안 됐다고 했는데... 마지막까지 보고 있으니 그래도 안 본 것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세상에는.... 참 잘 만든 영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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