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모른다.

그가 <상실의 시대>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것이 내가 아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이었다.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꺼내든 것은 아주 작은 이유였다.

나는 책을 읽지 않아도 보는 것 혹은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보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다.

내가 서점에 갔을 때, 희열을 느끼는 것은 그 책의 무덤 같은 분위기이다.

그 책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어떤 계기인지 모르게 내 책꽃이에 꽃혀 있는 책이었다.

(내 돈을 주고 사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 책이 잊혀져 갈 즈음, 친구와 2주에 한권씩 책을 읽기로 했고

두껍지도 그렇다고 얇지도 않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펼친 이 책은,

첫 장부터 내 마음을 울렁 울렁이게 했다.

 

 

 

 

갑자기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그뿐이다.

정말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이 문장만큼 날 설레게할 것이 있을까.

갑자기 무언가 쓰고 싶어졌다.

불현듯 쓰고 싶어졌다.

나도, 그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이 좀 흔들리긴 했지만.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 첫문장부터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구나.

사실 <상실의 시대>를 몇 번이나 읽으려고 시도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꽤 잘 읽히는 소설이었다.

그의 소설을 읽고 있자니,

어쩌면 <상실의 시대>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나도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설 속 '쥐'처럼.

누구도 죽지않고 섹스도 없는 소설을.

물론, 이뤄지지 않을 나의 공상.

 

많은 구절들이 인상 깊었지만,

요즘 내 상황과 맞딱트려 거짓말에 대한 문장들이 기억이 남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으며,

만약 거짓말이 없다면 진실이 그만큼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워낙 유명한 사람이라 내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참 좋은 문장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소설을 정독해보았다.

그렇게 다시 글을 시작하고 싶다.

열심히 읽어보고 싶다.

아주 어릴 적 내 모습 처럼.

그렇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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