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에서 그저 시간을 떼우기 위해 선택한 책이었다.
고양이에 관한 글을 구상 중이기도 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책을 완독한지가 백만년은 되는 것 같다)

 

친구는 아마도 이 책이 십년도 훨씬 전 고양이를 키웠을 때,
혹은 키우던 고양이를 불가피한 사정으로 입양 보낸 후 사서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나 역시 고양이를 키웠던 입장에서
(나의 고양이는 현재 부모님이 사는 본가에서 거주중이다)
이 책이 좀더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 프롤로그 문장부터 나를 좀 거슬리게 한다.

 

"서른여섯 살이 되고 보니 조금 멜랑콜리해지고 중녀에 들어선 것이 더 실감나면서
어느 정도 센티멘털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 서른여성이....중년이라니.
뭐, 작가가 그렇다면 어쩔 수는 없지만 서른 여섯은 살짝 상처를 받았다.

 

여하튼, 이 책은 고양이를 싫어하던 강아지 파 작가 '피터 게더스'가
여자친구로부터 스코티시 폴드 고양이 한마리를 선물 받고,
'노튼'이라는 이름을 주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작가의 연애사, 가정사, 일, 가치와 사상 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엮어 나간다

 

처음에는 노튼 자랑이 너무나 심해서, 또 약간의 거슬림이.
사실 고백하자면 그 거슬림은 약간의 질투였을지도 모른다.
나의 고양이는 굉장히 소심하고, 겁이 많고, 자동차 공포증이 있다.
(자동차 공포증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5일 정도 탁묘를 보내고 난 후부터
극도로 자동차에 타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데 노튼은 호기심도 많고, 자동차는 물론 심지어 비행기도 잘 탄다.
그가 자신의 고양이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우리 고양이가 생각나 질투가 났던 것 같다.

 

그러다 작가가 오랫동안 사귀었던 (고양이를 선물 했던) 여자친구로부터
"당신은 사랑이 뭔지 몰라"라는 말로 이별을 통보 받았을 때,
조금 통쾌한 기분이 들면서 점점 읽는 재미가 생겼다. (이 못된 마음은 뭐지?ㅎㅎ)

 

사실, 그냥 '고양이 한마리'에 대한 이야기였더라면
이 책이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내가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이 작가에게는 출판사 편집장이라는 직업과 시나리오 작가이자 제작라는 직업과
작가라는 직업이 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것과
작가 지망생들에 대한 이야기 출판 편집이나 대필에 대한 이야기,
시나리오 집필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나와서 나의 호기심을 끊임 없이 자극했다.

(이쯤 되면 노튼이 부러운 건지, 아니면 작가의 삶이 부러운 건지 모르겠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이책은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를 거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자의식 강한 한 젊은 남자가 실연과 아버지의 죽음 등의 일을 겪으며
내면의 일, 인간관계에서 보다 성숙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성숙의 방향을 이끄는 멘토는 바로 고양이이다"

 

라고 하는데, 100% 공감이다.


고작 고양이 한마리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켜 놓을 수 있는가.
나 역시 그 지점을 경험한 사람으로,
그의 이야기에 시기와 질투도 했지만,
마음으로 함께 웃고 울을 수도 있었다.

 

보아 하니, 3부작으로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도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슬픈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노튼의 여정을 조금은 더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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