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최승자 시인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최승자 시인의 이름을 알게 된 게 언제였을까. 트위터를 한창했던 2011년 무렵이었나.

트위터 피드에 올라오는 짤막한 최승자 시인의 싯구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쉽게 읽지도 못할 (책을 사는 건 좋아하지만 독서는 즐기지 않는......) 최승자 시인의 시집들을 사모은 것도 그때 즈음일 것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그냥 최승자 시인의 시들이 좋았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2022, 지금 최승자 시인의 수필집을 다시 마주한 것이다.

일단 책을 읽는 동안 틀 배경 음악 선정!

(일주일에 책 1권 읽기를 시작했다. 지난주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고, 이번주 선택된 책이 바로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였다) 영화 <조커>OST를 틀어놓았는데 집중이 이상하게 되지 않아 최근 익숙하게 자주 듣고 있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OST로 음악을 변경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원래 1989년 시인이 처음 출간하였고, 2014년 재출간을 요청, 2019년에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거처를 병원으로 옮긴 시인이 20211111일 섞박지용 순무 써는 듯한 큼지막한 발음으로 수화기 너머 또박또박 시인의 말을 불러준 책이라고... 띄지에 적혀 있다.

솔직히 최승자 시인을 시로만 접했던지라 (물론 그녀의 정신병 치료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그녀를 매우 좋아한다라고 말할 만큼의 정보가 내게는 없다) 그녀의 수필을 읽는 것은 잘 모르는 그녀를 알아가는 일과도 같았다.

 

1989년 출간된 첫 판본은 총3부로, 1976년부터 1989년까지의 기록이고,

2021년에 출간하는 새 판본은 총 4부로 1995년부터 2013년까지의 기록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최근 독서를 많이 하지 않은 나에게 좀 어렵게 다가오거나 읽기 힘든 글들도 있었지만,

<죽음에 관하여><호칭에 관하여> (의도한 건 아닌데 왜 다 이런 류 제목의 글들에 눈이 갔을까),

<떠나면서 되돌아오면서> <양철북 유감>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새에 대한 환상>

내가 왜 최승자라는 시인이 쓴 시를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글들도 있었다.

 

죽음에 관하여는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죽음을 동경하던 시인이

오히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무차별적 불행의 이상화 대신 선택적 행복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좋았다.

나의 머릿속에 존재하나 글로 정리하지 못한 많은 가치관들이 작가의 글 속에 있었다.

(<양철북 유감>의 경우에는 글 안에 있는 사연 자체가 인상 깊었다. 에세이 안에는 최승자 시인 주변에 있는 꽤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맹희 혹은 다른 눈>이나 <일중이 아저씨 생각> .)

 

이 책을 통해 내가 왜 최승자 시인의 시를 좋아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어 좋았고,

잘 모르던 그녀를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녀가 어떤 유년 시절을 보냈는지, 왜 고독에 심취하게 되었는지, 지방 시골에서 도심 서울로 이사하며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등. 그리고 그녀의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력이 신비주의에 심취하며 일어난 일이라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책장 한구석에 꽂아 놓은 최승자 시인의 시집들을 다시 꺼내어 읽어야겠다.

 

어째서 열심히, 열정을 갖고 쓰지 못할까. 그것은 아마도 내가 시에 대해,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믿음도 아무런 희망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中 

 

! 1가수와 시인이라는 글에서 최승자 시인이 좋아하는 가수로 레너드 코언과 조르주 무스타키를 이야기했는데... 듣고 있던 BGM을 나는 난생처음 들어본 레너드 코언의 곡으로 바꾸었다는 건... 그냥 이번 독서의 사족 같은 에피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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