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몇권 정도는 감동 받고, 설레며 읽었겠지.

<냉정과 열정 사이>라던지........<냉정과 열정 사이>라던지....

사실, 명확하게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

<도쿄 타워> <장미 비파 레몬>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소란한 보통날> <달콤한 작은 거짓말> <반짝반짝 빛나는>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등....

익숙하기는 한데, 내가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모를 작품들이 더 많다.

 

나에게 크게 뇌리에 남지 않았다는 거겠지.

그저, 남들이 좋아하니까 왠지 알아야 할것만 같은 그런 마음에 그 제목들을 기억하고 있는 거겠지.

 

<호텔 선인장>도 그런 작품이었다.

너무 익숙한.

그래서 읽은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읽지 않았던.

그런 작품.

 

친구가 집에 가는 길, 책을 읽고 싶어서 들어간 헌책방에서 선택한 책.

그리고 그런 친구를 만났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건네 받게 된 책.

<호텔 선인장>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우선 인트로 문장이 참 중요한 것 같다.

 

"계절은 아름답게 돌아오고, 재미있고 즐거운 날들은 조금 슬프게 지나간다."

 

저 한 문장이 참 좋으네.

그리고, 내가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볼 때, 꽤나 좋아하는 콘셉트(?), 상황 같은 게 있는데

바로 타인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호텔 선인장>도 그런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등장인물이 모자, 오이, 숫자 2일 줄이야.

하하하하하하하.

 

꽤나 귀엽다고 해야할까.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성격이 다른 3명의 등장 인물이 주가 되어서 흘러가는 이야기이다 보니까,

성격이 다른 두 명의 나의 벗들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리고 얼핏 자유로운 영혼의 모자 같아 보이는 내가,

대책없이 용감해 보이는 오이 같은 내가,

어쩌면 조금은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고, 하지만 따뜻한(?) 숫자 2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2의 생일 에피소드.

가족과 떨어져서 살고 있는 내게 친구라는 존재들에 대한 생각.

 

'친구란 좋은 거야'

2는 생각했습니다.

물론, 가족은 소중합니다. 그렇지만 친구는 늘 그대로이고, 주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오이도, 모자도, 지금 실제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자가 자신의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피소드.

누군가의 죽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똑같은 상황이 온다 해도, 마찬가지 일 거라고 말하는 그의 마음.

 

모자의 추억은 검은 고양이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추억이란, 그런 것입니다.

 

이사를 가게 되었을 때, 야단법석을 떨자고 찾아간 곳에서,

 

"희한한 일이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아"

 

라던 그들의 이야기.

 

아주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 하나의 의미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가볍지 많은 않은 이야기.

어쩌면 부러울 지도 모르는 이야기.

어쩌면 슬플지도, 어쩌면 기쁠지도 모르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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