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 고독

- 천양희

고독이 날마다 나를 찾아온다
내가 그토록 고독을 사랑하사
고(苦)와 독(毒)을 밥처럼 먹고 옷처럼 입었더니
어느덧 독고인이 되었다
고독에 몸 바쳐
예순여섯번 허물이 된 내게
허전한 허공에다 낮술 마시게 하고
길게 자기고백하는 뱃고동소리 들려주네
때때로 나는
고동소리를 고통소리로 잘못 읽는다
모든 것은 손을 타면 닳게 마련인데
고독만은 그렇지가 않다 영구불변이다
세상에 좋은 고통은 없고
나쁜 고독도 없는 것인지
나는 지금 공사중인데
고독은 제 몸으로 성전이 된다



:: 그냥 오늘은 스물아홉 허물이 된 내게, 이 시가 와서 박혔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