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잎인 줄 알았는데 새네
저런 곳에도 앉을 수 있다니
새는 가벼우니까
바람 속에 쉴 수 있으니까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을 보고 있을 때
내 뼈가 자꾸 부서진다
새들은 몇번이나 바닥을 쳐야
하늘에다 발을 옮기는 것일까
비상은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었다
한수 앞이 아니라
한치 앞을 못 보았다
얼마를 더 많이 걸어야 인간이 되나*
아직 덜 되어서
언젠가는 더 되려는 것
미완이나 미로 같은 것
노력하는 동안 우리 모두 방황한다
나는 다시 배운다
미로 없는 길 없고 미완 없는 완성도 없다
없으므로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
뼈가 자꾸 부서지는 오늘.
바닥에서 비상을 꿈꿔야 하는 나날들.
방황하며 노력하려는 순간들.
너와 나,
그리고 또다른 너와 나에게 힘들었던 하루.
한치 앞을 모르는 세상사에서
오늘은 이 시가 그나마 차가워진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가 되었다.
너에게도.
부디, 그대들에게도
내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