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네이버와 점신(?)에서 본 오늘의 운세가 좋길래 한껏 기대한 하루였는데,

오전에 맡긴 디카 사망 소식을 오후에 듣게 되었다.

완벽한 사망은 아니나, 수리하면 30만 원가량 비용이 들기 때문에

AS가 의미가 없을 거라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카메라를 폐기해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래도 찾으러 간다고 해야 하나 고민했으나

결국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찾아갈게요.”였다.

 

완벽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없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도 올해에는 좀 버리면서 살고 싶었고, 조금은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사용 불가능한 카메라라 할지라도 그냥 없앨 수는 없었다.

 

솔직히 벌써 망가지기에는 아깝다.

내 인생의 두 번째 디카는 (첫 번째 디카는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고, 기억해야할 만큼 사양이 좋지도 못했다) 파나소닉 루믹스였는데

2010년에 사서 2017년까지 7년을 사용했다.

 

2016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하지만 그다음에 산 캐논 g7x mark220183월에 사서....

지난 7월에 고장이 났으니... 겨우 3년 조금 넘게 사용한 것.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도 몇 번 함께 하지 못했는데.

 

오늘 사망 소식을 들은

이 카메라는 2018년에 4주간의 스페인 여행을 위해 산 거였다.

 

2018 스페인 타라고나

 

사실... 할 말이 없는 게,

그 당시에도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에 처박고 하도 험하게 굴려서

여행 직후 AS 센터에 한 번 다녀왔었다.

사실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서... 죄인은 말이 없다.

이번 사망 원인도... 강한 충격으로 인한 타박상(?)이었다.

 

지난 7월에 갔던 제주도 여행에서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사진을 찍다,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부는 바람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렌즈 경통(?)이 그 안으로 들어가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접수하면서 이미 강한 충격을 받았으면 안이 망가졌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렌즈를 비롯 다 망가졌는데 그게 또 일체형 어쩌구 저쩌구.

 

흠흠.

너무 슬프다. 카메라를 다시 사야한다는 것도 고민이지만,

(아무리 핸드폰 카메라 기능이 좋아진다고 해도, 카메라는 카메라 만의 맛이 있다)

그냥 내 손에 있던... 그리고 나의 여행을 함께 해주던 친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 슬픈 거 같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리고 반백수(완벽한 백수는 아니나 그렇다고 출퇴근하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다.

남들은 프리랜서라는 표현을 쓰곤 하지만... 왠지 그 표현도 마음에 들진 않는다)인 상황인지라

해외여행을 좀 자제한 이유도 있었고...

 

그래서 이 카메라로는 해외는 스페인+모로코+포르투갈과 라오스만 다녀왔고,

 

2018 모로코 사하라 사막

 

국내 여행은 부산, 울진, 신안 등등.

사실 꽤 오랜 시간 핸드폰 카메라에 의존해서 잘 사용을 안 하다가

올해 6월 거제 여행을 하면서 다시 이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7월 제주도.

 

그게 마지막이 되었다니....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속이 상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 어찌할꼬.

삼가 고카메라의 명복을 빌 뿐이다.

 

혼자하는 여행에,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에,

가족과 함께 하은 여행에,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해주어 고마웠다.

(특히 혼자하는 여행에서... 그대와 삼각대는 나의 가장 큰 친구였소)

 

이제... 언제... ...

어떤 카메라를 사야 하나....... 흠흠흠.

 

굿바이 마이 카메라

'지껄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키오스크가 싫다  (0) 2021.08.03
종일반 관극, 낮공과 저녁공 그 사이 어딘가  (0) 2021.08.01
마이 하우스  (0) 2018.07.06
이틀 동안  (0) 2018.07.04
이런 게 불면증인가봐  (0) 2017.06.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