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간 공연 리뷰, 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사연에 더 집중된 관람평입니다.

   공연 내용 별로 없음 주의!

 

 

<라스트세션>이라는 연극을 보았다. 얼마 만에 자의로 보는 연극인지. 코로나가 창궐하던 2월... NT라이브 이후 5개월 만이다. (중간에 타인의 권유로 뮤지컬을 한 번 본적은 있다.) NT라이브 때는 공연 관람 중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아니었음에도 (입장시에는 착용 및 발열 체크 필수. 당시 문진표는 미작성) 쓰다 벗었다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고, 4월에는 몇 달 전부터 예약해놓은 연극이 자동 취소가 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렇게 자의와 타의로 나름 자제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물리적인 이유 외에도 다른 작업 때문에 공연을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있지만.

 

하지만 얼마 전 연극을 추천해달라는 지인의 부탁 때문에 보게 된 예매 사이트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꾸 망가져가는 생활 때문이었을까 공연이, 무대가 간절해졌다. 전날 3시간밖에 못 잤고, 마감이 코앞인 일이 있는지라 공연을 볼 상황이 아니었는데 외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예약해 놓은 미스터트롯 콘서트 티켓 날짜가 며칠인지 확인하려고(날짜를 보고 예약한 게 아니라 8월 중 무조건 좌석을 보고 예약한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팝업창에 뜬 <라스트세션>.

 

도대체 뭐에 끌린 건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상세 페이지를 클릭했다. 오호라, 내가 좋아하는 2인극이네. 신구 할아버지와 이석준 배우가 나오네. 프로이트 이야기라고? 흥미롭겠는데? 난 네 가지만으로 난 당일 티켓을 예매해버렸다. 공연 시간까지 5시간이나 남았는데... 해야 할 일이 백만 개인데... 순간 제정신이 들면서 취소할까 했지만 당일 예매는 당일 취소 불가. 내가 미친년이다를 읊조리며 혜화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어쩌면 나는 단순히 그냥 공연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대로 집에 들어가면 또 아무것도 안 하고 유튜브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잠이 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만에 공연을 보러 가는 혜화행인지 조금은 가슴이 들뜨기도 했다. 나는, 여전히 마로니에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그 공간이 좋은가보다.

 

카페에 가서 시간을 때우다 시간에 맞춰 공연장으로 향했다. 난 역시나 무대가 좋다. 프리셋 상태로 관객을 맞이하는 무대는 더 좋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생각 보다 꽤 많은 관객이 있었다. 신구 할아버지의 힘인 것인지. 무대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대사를 조금 버벅이기는 하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죽기 3주 전, 나디아 연대기의 작가 C.S 루이스와 토론을 한다는 내용인데.... 겁나 어렵다. 근데 재밌다. 그게 잘 만들었다는 증거이겠지. 연극을 따라가기는 쉬웠으나 그 내용을 체화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듯 하다. 나는 내가 ‘지적 허영’이 있는 걸 알았지만... 이 연극을 보며, 나 같은 사람이 우리 나라에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레드>라는 연극도 생각이 나고. 가능하다면 <라스트세션>의 대본을 구해서 한 번쯤은 읽어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저런 대사들을 쓸 수 있을까. 2인극의 티키타카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다시, 공연을 좀 보러 다닐까 생각 중이다. 출퇴근을 하지 않는 일상을 살다 보니, 삶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공연을 보면 조금은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공연을 보고 난 후 이틀을 또 의미 없이 보냈다는 건 안 비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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