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4

어디든 가고 싶었다. 3일의 휴일을 언제나 그러하듯 TV 채널만 미친듯이 돌리고 싶지 않았다. 벗에게 SOS를 쳤고, 다행이 함께 해주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그 벗과 함께 했었던 강화도나 제부도를 다시 한 번 갈까, 고속버스를 타고 좀 멀리갈까, 아님 수도권 내 새로운 곳을 뜷어볼까 하다 결정한 곳이 '북한산'. 서울에 산지 7년이 넘어가는데 아직 북한산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친구도 1박 2일에 나왔을 때 가보고 싶었다며, 맘이 통했다 좋아했다.

하지만 친구가 1박 2일에서 본 것은 '북한산'이 아니라 '북악산' 서울 성곽!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 집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상관이 없었기에, 이상하게 성곽에 매력을 느끼기에 북악산 서울성곽을 선택했다. 찾아가는 길부터 시작해 모든 것을 친구에게 맡기고, 방황하는 마음, 텅빈 생각만 갖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한성대 입구역에서 만났다. 지하철에서부터 난관에 봉착! 친구가 알아놓은 출입구와 역사 내에 표시되어 있는 출입구가 달랐던 것. 블로그를 더 믿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우리의 길은 우리가 정한다" 요런 이상한 마음이 들어 원래 알아놓은 출구로 나갔다.
뭐, 그덕에 조금 헤매기는 했지만 그 골목길에서 만나는 경치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너무나 예뻤던 하얀색 게스트 하우스. 나중에 게스트 하우스를 해 외국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친구가 그 집을 바라보던 눈빛. 모든 이들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는 소망이 길 위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그렇게 헤매다가 다다른 북악산 성곽입구. 초록색 속에 풀내음이 났다. 그게 너무 좋았다. 도심 속에서 만나는 자연은 언제나 '희열' 그 자체이다. 계곡과 산과 하늘과 별을 사랑했던 내 과거를 만나는 시점이다.





한참을 올라가니 말바위(?) 안내소. 주민등록증까지 내고 출입증을 받았다. 그 서울성곽은 군사지역인 관계로 출입시간도 통제되고, 신분증 확인도 하고, 사진촬영도 허락된 장소에서만 가능하고.

난 그저 자연이 좋은가보다. 아무리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도, 등선이 가파라도, 땀을 흘리는 그 순간이 좋고, 내가 걷고 있는 그 순간이 좋다. 그리고 과거의 흔적이 좋다. 세월이 흘러도 아직도 남아있음. 그리고 기억됨. 그 사실이 좋다.

허락이 되지 않은 곳에서 몰래 몰래 사진을 찍으며, 힘들다던 친구와 쉬어가며... 행복을 느낀다. 즐거움을 느낀다.

그냥 이대로도 좋아.

내가 조금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사소한 것에도 감동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는 공익 요원, 가파른 계단에 식겁해서 쉬고 있을 때 우리와 비슷한 감정으로 '웁스'를 외치던 외국인. 독일에서 온 청년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던 중년 아저씨. 그런 그들을 보고 아주 조그마한 꼬마에게 '카메라는 역시 독일제래' 라고 말해주던 젊은 아버지. 이 모든 게 잊지 못할 무언가가 아니겠는가.

그 시간이, 그 공간이 너무나 좋았다. 비록 스탬프는 한 개밖에 찍지 못했지만, 이번 해에 모든 코스를 방문하겠다 벗과 약속했다.


하늘은 푸르렀고,
풀내음이 가득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벗이 있고,
꿈꾸는 내가 있었다.
의미를 떠나 참, 행복한 하루였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지껄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대, 일상 그리고 나  (0) 2011.06.11
너는 나쁘다.  (0) 2011.06.09
새벽 5시 37분  (0) 2011.06.08
진정한 뻘짓이란 이런 거다  (0) 2011.05.30
'무조건'을 주세요.  (0) 2011.05.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