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퀴즈 시즌 1> 왜 보지 않았을까?
기본적으로 메디컬 드라마나 범죄 수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아마도 당시 텔레비전에는 케이블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반드시. 케이블이 나왔더라면 내가 이런 드라마를 안 봤을리가 없어.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나 류덕환이라는 주연배우라면 분명 혹 했을테니까. 내가 <신의 퀴즈 시즌 2>의 예고편을 본 것만으로도 첫 방영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가급적 본방사수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시즌 1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그 당시에도 조금은 관심을 가졌었고, 꽤나 호평을 한 기사를 많이 읽었었다.

그래서 시즌 2는 꼭 챙겨보자 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이거 이거 보통이 아니다. 우선 원래도 갖고 있던 류덕환이라는 배우에 대한 호감이 급 상승했다는 것이다. 능글맞고 장난기 가득하며 모든게 가벼워 보이는! 하지만 잘난 척 마저도 밉지 않은 천재 한진우 박사의 역할을 어찌나 잘 해주시는지. 첨에는 너무 어려보이고, 특히나 러브 모드를 형성하고 있는 강경희 형사랑 넘 나이 차이가 나 보여서 좀 그랬는데, 이게 한 사람에게 애정이 깊어지니 모든 게 오케이! 그렇게 배우에 집중하다 4회 정도 지나니 드라마 자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꽤나 재밌고 훌륭했다. 결국 시즌 1을 시작! 3일만에 전편을 모두 섭렵하고야 말았다.

이를 어째.
난 사랑에 빠져버렸다.
한진우 박사를 연기한 배우 류덕환 군과 드라마 <신의 퀴즈>에.
우선 류덕환에 대한 고백부터 시작!

류덕환이란 배우를 떠올리면 우선 몇 개의 작품이 생각난다. 요즘 폭풍 성장이라 하여 인터넷에 떠도는 <뽀뽀뽀> 요런 거 말고, 2002년 연극 <웰컴투 동막골>에서의 동구. 많은 이들이 <웰컴투 동막골>에서의 류덕환이라 하면 영화 속 인민군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연극에서 꼬마 동구 역으로 무대에 올랐었다. 당시 류덕환 뿐 아니라 그 연극 자체와 출연한 모든 배우를 좋기는 했지만...! 무튼 류덕환은 그 당시부터 나에게 영원한 동구가 되었다.
그 다음은 MBC 베스트 극장 중 <Do 야 Love Me>. 디테일한 부분은 생각나지 않지만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고 착각한 청소년이 자살을 시도했다가 엄마의 사랑도 깨닫고 기발한 방법으로 죽음도 피해간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꽤나 재밌었다. 그 후 류덕환은 차근 차근 배우로서의 자신의 역량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필름있수다 소속이며 장진 사단의 일원이기에 나에게는 무조건적인 배우기는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그 모든 것에 상관 없이 점점 멋있어진다.
<아들>이나 <퀴즈왕> 등 뭐 장진 감독님 작품에서는 그렇다치고(이 놈의 무한 애정^^;;;) <천하장사 마돈나>나 <우리동네>에서 대박이었으니까. 매력이 정말 철철 넘친다. 그 무렵 그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정말 거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살이 좀 빠지면 조승우의 느낌도 나고 살이 조금 찌면 박해일의 느낌이 난다. 물론 '류덕환'만의 느낌도 충만하지만! 최근 본 <세상에서 사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조금은 더 내공이 쌓이면 더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쨌든 그는 멋있다.

특히 이 <신의 퀴즈>는 그의 매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이었다. 영화에서만 봤는데 아무리 케이블이지만 한 시즌을 이끌어나갈 주역으로서의 무게감이 충분히 느껴진다. 귀여운 모습에 아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분노하는 모습에 사랑에 빠진 모습까지! 모든 게 완벽하다. 물론 지금 당장 <신의 퀴즈>에 심하게 심취해 눈에 뵈는 게 없는 것도 있겠지만! 나처럼 눈에 뭐가 씌이지 않았더라도 분명 누가봐도 류덕환은 주연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정말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키ㅠ 조승우의 신장을 생각하면 충분히 커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요즘 여배우들의 평균 신장이 워낙 크다보니. 흐흙. 무튼 멋지다. 류덕환.


두번째. 이 드라마에 대한 고백. 일단 나는 <싸인>도, 그 유명한 <CSI> 시리즈도 보지 않았다. 수사물, 범죄물 등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배우와 시즌 1에 대한 호평으로 본 드라마였다. 하지만 일드를 좋아했을 때 봤던 법의학을 다룬 <보이스>를 봤기 때문에 (물론 그것도 마지막까지 다 보지는 못했었다. 소재도 소재였지만 일본 특유의 에피소드식 구성이 좋지 않았다.) <신의 퀴즈>의 소재가 조금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찌됐던 1시간이 넘지 않는 방송 시간이나 10회 완결이고 시즌제가 가능한 드라마. 일본 드라마들과 꽤나 많이 닮아 있다. 뭐 꼭 일본 드라마가 좋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국내에서는 새로운 시도니까.

사실 시즌제를 시도한 많은 드라마들이 있었다. 하지만 성공한 것은 <막돼먹은 영애씨>나 <별순검> 뿐. 사실 둘 다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몇 몇의 기사를 읽어본 결과 그 드라마들이 시즌제 드라마의 기틀을 잡았다면 <신의 퀴즈>는 심화 발전하여 정착과 성공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한다.

사실 지상파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를 염두하고 제작됐거나 훗날 그 가능성에 대해 언급된 작품들이 있었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그래도 시즌 3까지는 나왔는데 너무 시트콤의 성향이 강했고, <소울메이트>나 <옥션하우스> <라이프 특별조사팀>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는 결국 시즌 2를 만나볼 수 없었다. 근데 지상파에사 어려웠던 시즌제 드라마가 케이블에서 시도되고 정착되기 시작한 것.

지상파는 시청률 10% 미만이면 완전 망한 드라마인데, 케이블은 2,3%만 나오면 그야말로 대박. 수치로 보면 케이블 드라마가 별 볼일 없지만 사실상으로 그렇지 않다. 케이블 드라마, 그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이보영, 신하균 주연의 <위기일발 풍년빌라>는 톱스타들의 출연으로 주목받았다. (꽤나 챙겨 봤는데 사실 마지막까지는 못 봤다.) 지금도 <로맨스가 필요해> 등 어느 정도 인지도와 스타성을 가진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고, 유이의 <버디버디>도 결국 케이블로 편성이 되었다고 하니 케이블 드라마의 선전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그 연장선상에서 <신의 퀴즈>는 일단 그 소재에서 흥미를 끈다. 법의학을 다루는데, <신의 퀴즈> 원조 팬들이 <싸인>을 국내 최초 메디컬 범죄수사물이라 표현한 것에 있어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뭐, 나는 <싸인>을 안 봤기에 딱히 뭐라 할 말은 없는데 기사로만 판단해본 차이가 있다면 <싸인>은 좀더 거대한 권력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고, <신의 퀴즈>는 희귀병을 소재로 개인에 집중하면서도 사회적 문제를 고루고루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즌 2에서는 한진우 박사의 병과 관련하여 왠지 의학계의 권력이나 음모에 대한 부분이 나올 것 같기도 하지만 분명 <싸인>과는 좀 다를 듯! 매회 에피소드도 기대되지만 일단 그 커다란 이야기 줄기도 흥미로워서 좋다. 시즌 1에서 마지막 타나토스와의 결투인 2회 분량을 위해 그 전회에도 꾸준히 힌트와 암시를 남겼으니까. 시즌 1의 결말에서는 한진우 박사가 왜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게 됐는지 밝혀졌고, 시즌 2에서는 어떻게 진행이 될지 모르겠지만 부디 우리 한 박사님이 죽지 않기를. 그래야 시즌 3를 기대할 수 있으니. 참, 알 수 없는 질병과 싸운다는 점에서는 일드 <블러드인 먼데이>도 조금, 약간 떠올랐다는 쓸데 없는 이야기.
 
아! 그리고 한국 드라마에서는 전문직 드라마가 많지 않은데 모든 이야기들이 러브스토리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직 드라마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만 있을 뿐 결국 알맹이는 멜로 드라마. 근데 일드는 조금 다르다. 찐한 멜로일 때는 신파조 한 가득이지만, 아닐 땐 아쉬울 적으로 감질나게 무드만 형성해 놓고 결국 뜨뜻미지근하게 마무리 짓는다. 궁금하게시리. 근데 <신의 퀴즈>도 비슷하다. 한 박사와 강 경사의 감정선은 줄굳 이어가며 감상 포인트를 주되 그 러브모드를 중심 내용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물론 마지막에는 그래도 결론을 내주어 좋았지만. 이런 부분이 <신의 퀴즈>의 또 다른 매력인 것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신의 퀴즈>는 배우들의 연기도 죽음이다. 시즌 1의 1화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태우의 등장으로 깜짝 놀랐고 <살인의 추억>의 영원한 향숙이 아저씨도 반가웠다. 얼굴이 낯설은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도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솔직히 깜짝 깜짝 놀랐다. 에피소드마다 바뀌는 배우들인데, 그 연기력을 보고 있으면 제작진이 얼마나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지 느껴진다. 시즌 1에 마지막 에피소드 '타나토스'. 사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단어이다. 죽음의 신, 타나토스. 이 단어를 정확하게 인지한 것은 일드 <러브셔플>을 통해. "왜 죽고 싶니?"라는 질문에, 타나토스에 휩싸인 사람들은 되묻는다. "그럼 왜 살고 싶은데요?" 그게 참 인상 깊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그러니까 왜 죽였느냐고."
"사람이 태어나는 데는 이유가 없잖아요. 그럼 사람이 죽는 데도 이유가 없을 수 있죠."

물론, <러브셔플>의 타나토스와 의미도 다르고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다시 한 번 '타나토스' 자체에는 관심이 생겼다.
여하튼 이건 중요한 얘기는 아니고, 그 에피소드의 주요등장인물로 한 박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타나토스를 연기한 배우가 안용준이다. EBS <비밀의 교정>, <경성스캔들>을 통해 관심을 가졌는데 <주몽>으로 확 뜬데다가 사적인 스캔들 때문에 호감은 사그라들었다. 그냥 나에게. 그러다 류덕환과 대립하는 안용준을 보니 사실 생각보다는 연기를 진짜 잘하는데, 조금은 과한 부분도 있고 기복이 좀 심한 듯한 느낌도 있었다. 이런 결론을 내기가 미안하긴 하지만 나는야 덕환이가 좋다. 무튼 연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드라마다. 아! 시즌 1에서는 잠깐 잠깐 나온 박도준 형사(추승욱). 시즌 2에서는 아예 한자리 꿰차셨는데 연기를 진짜 잘하시는 것 같다. 약간 사투리를 쓰는데 정말 리얼하다고 해야할까?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 조화가 잘 이뤄지는 작품인 듯 싶다.

그리고 마지막. 음악이 너무 좋다. 시즌 2의 음악도 좋았는데, 시즌 1도 매우 좋다. 물로 한 에피소드(8화: 마지막 선물)는 음악이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적절한 음악들이 이 드라마를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부디 시즌 2가 끝날때까지도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드라마를 발견해 기분이 너무 좋은 나날들이다.

+)
시즌 1, 10편을 한꺼번에 뭉뚱그려 리뷰하려니 글이 너무 길어졌다. 아하하하하^^;
읽다 지치겠다. 근데, 좋은 걸 어찌하누.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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