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먹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내가 이토록 감상적이어진 것은.
오늘의 내가 그토록 눈물을 흘린 것을.

6화에서 조영재를 보며 흘린 눈물과는 다른 의미였다.
그 때도 아팠지만 오늘은 심장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그토록 우는 내가 이상하고 이상해 눈물을 참아보려고도 했지만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꺽꺽 거릴 정도로 눈물이 났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오늘의 내 눈물은 14,5살 경,
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흘렸던 눈물과 비슷했다.
질투와 열등감을 들켜버려 흘렸던 그 때의 눈물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6화의 영재를 통해서는 인간의 본능을 봤다.
나약하고 비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삶에 대한, 생존에 대한 본능.
그래서 화를 낼 수 없었던 본능.
하지만 오늘 무열이에게서는 나를 봤다.
무열이의 그 순간은 나였다.
내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내 충수 속에 꼭꼭 숨겨두었지만 때때로 고개를 드는 나였다.
다행인 건 그래도 무열인 끝끝내 멋진 놈이었다는 거.
근데 나도 마지막처럼 그렇게 멋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스스륵 움직이는 줄을 피나는 손으로 다시 잡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무열의 손에서 흐르는 피는 내 심장에서 흐르는 피였다.

그리고 더불어 편집의 대단함을 느낀다.
무열과 재규의 교차 편집.
그 편집이 아니었다면 나는 조금은 덜 통곡했을지도 모른다.
괴물이 문을 연 재규가 미칠 것만 같았다.
재규를 탓 할 수 없어, 재규가 나쁘다고 말할 수 없어서 나는 더욱더 가슴이 아팠는지도 모른다.
재규가 아파서 나도 더 아팠는지도 모른다.
역시나 다행인 건, 무열을 믿었듯 재규를 믿었도, 그들이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았다는 거.
그들의 18살. 그 경계. 혼돈.
왜 그것들이 그들의 나이로부터 10년 후를 살고 있는 내게도 이토록 가슴이 아픈 것일까.
요한이 그렇게 살아가야 했듯,
그들은 10년 후에도 나처럼 살아갈지 모른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밖도 아닌 안도 아닌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나처럼 마음 속에 괴물을 키우고,
언제 그 괴물이 마주 본 거울에서 문을 열고 나올지 두려워 하면서...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한 회를 남기고 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해피엔딩으로 끝난다해도 자신이 없다.
기쁠 것 같지 않다.
아무리 해피엔딩이어도,
난 불안하고 또 불안할 것만 같다.
그래서 그들의 용기에도, 그들의 결단에도, 누군가의 희생에도, 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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