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
이정도는 되어야 미쳤다는 표현을 쓸 수 있지.
미칠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은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미쳐버리고 말았다.

증상 하나.
디시갤에 들어간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전혀 갤질을 안하다가 맘에 드는 드라마가 나타나면 눈팅을 시작한다.
어쩔 수 없이 비주류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는지라,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들은 대중성이 약간, 아주 약간 부족하다.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주위에 없는 관계로,
디시갤에서 그 한풀이를 할 수밖에.
화크를 보면서는 디시갤까지는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역시나 그곳에서 헤매는 날 발견하게 되었다.

증상 둘.
OST까지도 섭렵.
좋은 드라마는 역시나 이야기나 연출의 힘 외에도 음악의 영향이 굉장히 크다.
화크 역시 삽입곡들이 장난이 아니다.
어제 결국 정리되어 있는 삽입곡 중 대부분을 구하고야 말았다.
당분간 눈과 귀, 생각마저도 화크에 맞춰지지 않을까.

증상 셋.
영상 소장.
사실 화크의 경우, 발랄하거나 유쾌하거나 재밌는 내용이 아닌 관계로 영상을 소장할지 말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어두운 내용의 드라마의 경우에는 사실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난 후에,
잘 안 꺼내 보게 된다.
하지만, 역시나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걸... 지금 당장은.

이제 이 세가지 증상에,
대본 필사까지 이어진다면. 완.전.대.박.
대본이 공개가 되어 있지 않아서 현재로서 대본 소장은 불가능.
이러다가는 영상보고 써내려가게 생겼다.
우선 아쉬운대로, 4회까지의 내레이션만.

1화 악마는 스스로 문을 열지 못한다

-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8일 동안의 기록이다.

- 천국의 문이 가장 넓게 열린다는 크리스마스. 기상청이 생긴 이래 최대의 폭설. 그리고 7장의 편지.
  결과를 알고 돌아보면 낱개로 흩어졌던 일들이 하나하나 복선이 되고,
  그리하여 의미없던 순간 순간은 선택의 여지 없는 운명처럼 느껴진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괴물은 이미 우리와 함께 있었다.
  그를 위해 문을 열어놓은 것은 우리 자신이었다.

2화 참회하라, 이미 늦었을지라도

- 폭설로 고립된 학교에서 우리는 각자의 어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8일 동안의 기록이다.
 

- 김진수. 참 진, 빼어날 수. 1993년 4월 9일 생. 아버지 김춘호. 어머니 한순선...
  신입생 소개서에 쓰여있는 김진수에 대한 프로필은 그랬다.
  가능한 변(별)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럴듯한 이유도 몇 가지 있다.
  그래도 죄가 된다면 그것은 지푸라기 하나의 무게.
  그러나 어느 순간 낙타의 등은 뿌셔졌고,
  딸기 알레르기가 있었던, 그리고 장래희망이 의사였던 아이가 죽었다.
  변명의 기회는 사라졌다.
  기도의 시간도 지나갔다. 우리가 우리의 죄를 깨달았을 때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참회의 기도조차 소용없는 시간.
  그러나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시작됐다.

3화 길 떠난 소년이 만난 것

- 악의로 가득찬 편지를 받은 7명의 아이들. 
  편지를 보낸 것은 누구인가.
  비참하게 물들여지고 구석괴물이라 불리우고, 가망없는 희망을 조롱당하고, 단 하나의 훈장마저 빼앗긴 너는 누구인가.
  눈으로 고립된 학교. 저마다 어둠을 숨긴 사람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8일 동안의 기록이다.

- 고백하건데,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18살.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에 꿈꾸는 모험과 일탈에 대한 동경.
  허클베리핀이라던가, 나누크가 겪는 모험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을 벗어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모험을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를 지나던 우리에게
  이때까지의 일들은 두려움보다는 기대에 가까운 흥분으로 먼저 왔다.

 
  그러나 우리는 잊고 있었다.

  아무리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데도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위험하며 
  소년은 살기위해 잔혹해져야 한다는 것을.

  허클베리핀도, 나누크도 결국은 악마를 만난다.

4화 마주 세운 거울에서는 악마가 튀어나온다

- 폭설로 고립된 학교에 남은 7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그들은 모두 같은 편지를 받았다.
  우리는 한입씩 깨물어 누군가를 살해했다.
  사소한 악의는 눈덩이처럼 스스로 몸체를 불려 우리를 덥쳤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8일 동안의 기록이다.

-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를 설명해보려고 한다.

  어째서 모든 우연이 정해진 것처럼 최악의 방향으로 흘러갔는가를
  그리하여 이 일을 맨처음 시작한 사람마저도 통제할 수 없게 되어버렸는지를.
 
  두 개의 거울을 마주 세웠기 때문이다.
  어둠은 어둠을 비춰 또 다른 어둠을 만들어내고 마주선 거울에선 괴물이 튀어나온다.
  그리하여 통제되지 않는 전혀 다른 어둠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도플갱어. 얼굴을 마주치면 죽고 만다는.

  또 다른 나를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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