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연애>.

살인 용의자의 딸과 피해자의 동생.

그 두 사람의 만남.

어디선가 본듯한 관계 설정.

 

일드 <그래도 살아간다>이다.

 

이제 세상에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것일까.                      

유사한 소재와 모티브를 갖고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가 관건이다.

1,2회까지 봤을 때는 그래도 <보통의 연애> <그래도 살아간다>와는 많은 부분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진범이 아니라든지.(혼자 또 망상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달리 생각해봐도 역시나 중간 중간 디테일한 장면이나 대사에서 <그래도 살아간다>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보통의 연애>를 보니 <그래도 살아간다>가 생각이 많이 나서, 오래간만에 꺼내보았다. 다시 봐도,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도 살아간다>를 처음 보고, 참 많이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당시 완성하지 못했던 감상평이다.

 

“ -드라마라도 무서웠다, 일드 <그래도, 살아간다>

 

 

 

뭐 때문에 다운을 받아 놓았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그래도, 살아간다>라는 드라마를 받아 놓았다는 것만 기억했을 뿐.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그래도, 살아간다>를 봤는데 매우 재미있었다고 말했고, “, 나도 그 드라마 있는데.”라며 1화를 틀었다.

 

후줄근한 모습의 에이타가 등장. “, 에이타 때문에 받아 놨었나?”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기본 정보가 전혀 없이 드라마를 봤는데, 꽤나 충격적일 정도였다. 결국 그 자리에서 최종화까지 밤을 꼴딱 세고 말았다. 왜 한번 시작하면 멈출 줄을 모르는 것인지.

 

일단 상황 설정이 최고다. 중학생이 동급생의 여동생을 때려 죽인다. (, 이 격한 표현) 그로부터 십 여 년의 시간이 훨씬 흐른 뒤. 피해자의 집은 부모님이 이혼하는 등 산산조각이 나 있다. , 에이타는 여동생을 친구에게 잃고 의욕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오빠 역할을 맡았다. 여동생이 함께 놀아달라는 것을 뿌리치고 친구와 19금 비디오를 빌려 보러 간 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여동생의 죽음이 자신의 죄인 것마냥.

 

가해자의 집은 서로 뭉쳐 있지만 감호소 비슷한 정신병원에서 나온 아들을 찾을 생각 조차 하지 않은 채,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힘들게 살아간다. 정착할 만하면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누군가의 제보로 또 그곳을 떠나야 하고. 여주인공은 바로 이 가해자 집안의 딸이자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여동생이다. 여주인공은 자신들의 가족을 괴롭히는 사람이 에이타라고 생각하고 신분을 숨긴 채 그를 찾아가고, 에이타는 여주인공이 낚시터에 죽으러 온 사람이 줄 알고 그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한다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준 드라마였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도 너무나 절절했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사이코패스의 탄생과 삶이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사이코패스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은 있지만, 아 간혹 드라마 속에서 에피소드 형식으로 등장한 적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묘사는 처음이었다. 정말 사람이 그렇게 까지 나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정말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그 남자를 볼 때 섬뜩함이 느껴졌다. 아니, 섬뜩함이라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 그냥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 같다.

 

정말 무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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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쓰고 당시 글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어찌됐든 이 드라마는 내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과연 우리 나라라면, 이런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저런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보통의 연애> <그래도 살아간다>와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나의 추측을 뒤엎고 결국은 아버지가 진범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보통의 연애>도 자신만의 매력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후발 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그래도 살아간다>가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물론 4부작과 11부작의 차이도 있었을 테지만.

 

<보통의 연애>의 아름다운 영상, <그래도 살아간다>의 이야기. 그리고 두 드라마에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까지이야기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잘 보여준 드라마였던 것 같아서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해자 가족의 삶.

피해자 가족의 삶.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게밖에 위로 받을 수 없는 사람들.

서로가 마주보았을 때 보통 사람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삶.

그런 이야기.

 

그래서 참, 아팠던 그런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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