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난 분명 이 여행길이 너무나 걱정스러웠다. 여행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여행의 앞뒤에 포진해있는 나의 일과들이 내 숨통을 조여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숨 쉬려 떠나는 여행마저도 나의 산소호흡기가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끝났을 때, 그래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그래서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거대한 착각이었을 뿐. 너무나 즐겁다.

길은 언제나 날 설레게 한다.
그래서 나는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심야버스가 좋다.

아직은 괜찮다며 1분 1초를 아끼기 위해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 젊음이 좋다. 심야버스에서 떠 다니는 내 생각들이 좋다. 졸음에 취해 불편한 잠을 자는 게 좋다.

심야버스 안에서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카메라의 사진들을 머두 훑어보았다. 1245장의 사진들.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면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10개월 무이자 할부로 산 카메라. 하지만 아이폰에 밀려 최근 좀 멀리했는데... 사진 한장 한장에 고스란히 묻어 있는 추억들.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길이 있었기에 추억이 있고, 추억이 있기에 사진이 있는 것.

그 순간 순간이 떠올라 너무나 행복해졌다. 또 이 길에서 많은 추억을 기억하고 남겨야 겠다.

- 20110813 AM 1:31
통영으로 향하는 심야 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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