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6 / 잠실보조경기장




정말 대박이었다. 그 흥분과 감동이 사그라들까봐 벌벌 거리며 돌아온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그 때의 일을 설명할 때면 방방 뛰는 내가 있다.

사실 연극이나 뮤지컬은 그래도 좀 보러 다녔지만, 콘서트까지는 내게 좀 무리였다. 다른 공연에 비해서는 음악을 열성적으로 좋아하지 못해 함께 즐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됐고, 그 금액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특히나 대형 콘서트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러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부터 종종 콘서트를 보러가게 되었는데... 싸이만큼 또 날 흥분시킨 공연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 공연의 시작은 "싸이 좋아해?"라는 질문 하나였다. 나는 "싸이는 그렇게 안 좋아하는데, 공연은 한 번 가보고 싶어."라고 대답했다. 사실 싸이에 대한 감정은 딱 그 정도였다. 대중적인 노래들을 몇곡 알고 있었고, 대중적이진 않아도 꽤나 좋은 곡들이 많다는 사실 정도! 또한 그의 공연은 언제나 최고라는 소문 역시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실제로 예전에 대학교 행사로 싸이의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장난이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볼 수 있다면. 그 오랜 기대를 안고 찾게 된 콘서트장. 특히나 이번 공연은 '흠뻑쇼'로 더더욱 기대를 모았다. 사실 날이 너무 더워서. 공연을 보기전 불가피한 약속으로 이미 체력을 소진한 바 있어서 사실 많이 걱정이 되었다. 이런 대형 공연장에서의 스탠딩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입장하면서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일단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는대 사실 그 어마어마한 인파에 숨이 막혔다. 나중에 알고 보니 2만 5천명이란다. 함께한 벗과 다음에는 지정석에 앉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공연을 다 보고 온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지정석이 뭐에요? 무조건! 스탠딩이다. 더 일찍 와서 무대와 더 가까운 곳을 선점하리다."

20분 가량 늦게 시작한 콘서트. 더위와 옆 사람간의 열기에 시작 전 부터 지쳤는데...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쌩쌩해지는 이 상황은 도대체 뭔지. 왜 싸이의 공연에 사람들이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는지 알 것 같다. 입담도 입담이지만 정말 퍼포먼스와 세트 리스트가 장난이 아니다.

사실 콘서트는 그 뮤지션의 노래를 알아야 더 잘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며칠 전부터 싸이의 노래를 좀 듣기도 했고. 근데 드런 거 다 필요없다. 그냥 그 시간을, 그 장소를 즐길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 싸이의 콘서트는 그 마음과 더불어 '지구력' '근력' '끈기'가 필요하지만.

레퍼토리가 싸이의 대표곡들과 함께 대중적인 노래도 많다. 아마도 이전에 리메이크 앨범을 낸 것 같기도. 나 같은 일반인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싸이스러운 노래도 있었지만 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서른 즈음에> <사노라면> 등의 노래도 있으니까 지루해질 틈이 없었다. 거기다 오렌지 카랴멜과 비욘세의 패러디, 싸욘세는 정말 최고의 퍼포먼스가 무언지를 보여줬다. 저 사람이 얼마나 저 무대를 즐기고 있는지,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아무 재미있는 연상이지만, 그의 공연을 보며 몸치인 내게 댄스 본능이 치밀어 올랐다. 마치 춤이 자유와 동의의인 것마냥, 춤을 배우고 싶어졌다.

그리고 게스트들도 난리였다. 인순이와 GD&TOP! 인순이 님은 음향이 별로 좋지 못했는데 노련하게 잘 대처를 하셨다. 역시나 배테랑! 그리고 정말 그 나이에 섹시 웨이브가 그토록 잘 어울리다니. 너무 멋지셨다. 근처에 외국인 관객이 한명있었는데, 인순이를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그게 뭐라고 왜 그리 뿌듯하던지. 그리고 대박은 <거위의 꿈>. 내가 그 노래를 라이브로 듣게 되다니. 사실 이젠 그 노래가 너무 유명해졌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 노래를 좋아했다. 이적이 블렀을 때부터. 그 가사는 언제나 내 가슴을 쿡쿡 찌른다. 미친듯이 날 뛰고 소리지르며 공연을 보다 또 울컥해버렸다. "이런 오만가지의 감정을 느끼게하는 공연 같으니라고."

그.리.고. GD&TOP. 간신히 지켜오던 내 체력과 질서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시점! 아하하하! 헌데 뭐 그런 사람이 나 하나뿐은 아니었으니까. 여자들이 정말 무섭게 변했다. 나중에 싸이도 장난스레 말하긴 했지만, 진짜 반응이 싸이때와도 달.랐.다^^;;;; 남녀 커플은 이때만큼은 남자가 여자를 들여올려 더 질 보이게 할만큼. 사실 예전에 빅뱅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다른 아이돌에 비해 정형화된 느낌이 덜하고 무대에서 자유롭게 놀줄 아는 그런 그룹? 요 정도의 긍정적인 느낌이지 막 좋아하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 빅쇼를 다녀오고 맘이 변했다. 그들이 좀 좋아진 것. 특히나 GD! 빅쇼에서 어쩜 그렇게 멋있는 건지. 를 부르는 모습, 그 목소리에 완전 반해버렸다. 그 뒤로 빅뱅과 GD의 노래를 꽤나 열심히 들었었다. 그런 GD가 내 눈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어찌 좋지 아니한가. 어찌 미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사실 TOP이 잘 생기기는 했으나 한 번 애정이 기울어버리면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에게 시선이 꽃혀버린다.(사실 빅쇼에서도 진짜 멋있다고 느낀 사람은 태양이었으나 어쩌겠는가. 좋아하게 된 사람은 GD인데.) 무튼 예상치도 못하게 GD&TOP을 보았으니 광분 그 자체. 싸이에게는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생각치 못하게 좋은 노래도 많았다. 특히 <아버지>나 <소나기>. 특히 <소나기>는 나는 처음 듣는 노래였는데, 주변에 싸이의 팬인 듯 하는 분이 매번 부르는 노래라 하였다. 싸이 자신도 가장 힘든 시기에 쓴 노래인데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그 노래가 끝나고 갑자기 천둥이 치는 소리가 나더니 물줄기가 반원 모양으로 분수 줄기가 치솟듯이 솟구쳐 오르는데... 덩말 그 광경이란.

사실 '흠뻑쇼'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우비와 비닐가방을 나눠줬었다. 중간 중간 물을 뿌렸는데 사실 감질맛나는 정도? 처음에는 물줄기를 피하던 사람들이 하도 더우니까 계속 "물 뿌려! 물 뿌려!'를 외쳤었다. 그 때 싸이가 나중에 그 말을 외친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며 기대하라고 했는데, <소나기> 후에 뿌려질 물을 얘기한 것이었다. 정말 하늘을 바라보고 물을 맞았다. 물을 맞고 있는데 찝찝한 게 아니라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비를 맞고 싶었었다. 예전에, 10대에는 비가 좋다며 세상에 우산이 없어지길 바란 적이 있었다. 우산이라는 물건이 있는데 비를 맞고 다니면 미친년 밖에는 안 될테니까. 근데 20대 후반의 나는 언제 비를 좋아했냐는 듯이 우산이 없으면, 아니 비가 오면 나가기 조차 꺼려하는 어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내가 물을 맞고 있었다. 우산 없이, 우비도 입지 않은 채. 인공적이긴 하지만 하늘에서 뿌려지는 물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나를 때리는 물방울 하나 하나가 어린 시덜 꿈 많고 열정 가득하고, 누구보다 낭만적인 너는 어디갔느냐며 혼내는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싸이의 콘서는 내게 자유였다. 자유가 뭔지, 열정이 뭔지 알려줬다. 미친듯이 춤추고 노래 부르며, 살아오면서 절대 넘지 못할 거라 여겼던 경계를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보았다. 형식에 얽매일 필요없어. 원하는대로, 하고싶은대로, 맘껏 해도 괜찮아. 나쁘지 않은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첫번째 앙코르 후에 급격한 체력 방전으로 인해 바깥으로 나왔다. 놀 때는 몰랐는데 바깥으로 나가려도 발걸음을 옮기는데 한발자국 한발자국 떼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미치게 놀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멀찌감치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무대와 사람들을 봤다. 앙코르 후 끝날 줄 알았던 공연은 처음 시작인 듯 계속 현재 진행중이었다. 무대 가까이 있지 않은 사람들도 다들 자유롭게 춤을 추거나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싸이가 (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관객들이 세가지, 지구력! 근력! 끈기! 만 있으면 자기는 밤샐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진심이었나보다. 어떻게 앙코르 공연을 그렇게 본 공연 하듯 할 수 있는 건지. 이건 뭐 스프링쿨러도 올라와서 물을 뿌려대는데, 정말 밖으로 나온게 아까워서 다시 뛰어들어갈 뻔 했다.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공연에 질투가 날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시작으로부터 3시간이 지나 있었고, 싸이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그 세 시간이 정말 꿈만 같았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미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웃어댔다.

싸이의 콘서트는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주었다. 특히나 앞으로 지구력, 근력, 끈기를 키워 다음 번엔 싸이가 지칠 때까지도 쌩쌩한 최후의 관객이 되겠다는 이런 희한한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행복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시 난, 꿈꾸고 싶어졌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0731 / 아트원 씨어터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또 이.렇.게.까.지 재미있으리라 생각지는 못했다.


"뮤지컬 <톡식히어로> KT&G 상상극장 ★★★★☆ 더 B급이 되어도 좋을텐데! 더 저질스럽고 더 유치하게!"

작년에 이 공연을 보고 난 뒤 썼던 한줄 리뷰였다. 그 당시 무슨 공연인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봤는데 너무나 재밌게 봤었다. 뭔가 유치한데 그게 나쁜 게 아니라 너무 기발하는 느낌. 오히려 더 막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온 뮤지컬이었다.

그랬던 이 뮤지컬을! 최근 뮤지컬에 푹~~~~~ 빠져버린 친구가 티켓을 구해온 것이다. 빠듯하고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를 하자면 오랜만에 내려간 본가에서 날 붙잡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이 공연을 선택하고 말았다.

과연 내가 이 공연에 처음으로 느꼈던 그 감정이 유지될까, 솔직히 조금은 걱정이 됐다. 사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같은 경우도 첫번째 때 너무 재밌게 봐서 친구를 데리고 다시 보러 갔는데 대략 난감. 첫 번째 그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그러면 어찌하나 걱정되는 마음 반, 기대되는 마음 반으로 엄청난 비를 뚫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작년에는 라이언, 신주연 캐스팅으로 봤었고. 배우들에 대해서는 딱히 크게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없다;;;; 이번 캐스팅은 이석준과 솔비. 더블캐스팅인 이기찬보다는 농익은 이석준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남주 캐스팅은 마음에 들었고, 솔비는 그냥 뭐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그냥 어디 한 번 지켜볼까 라는 심정?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공연.

멀티맨으로 익숙한 얼굴, 개그맨이자 배우 고명환이 나왔다. 사실 고명환을 생각하면 드라마 <부활>이 떠오른다. 조연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연기에 약간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제 뮤지컬까지 진출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약간의 우려를 했었다. 노래를 들어본 바 없으니... 근데 잘하더라. 노래도 거슬리지 않고, 연기도, 춤도. 멀티맨으로서의 역할을 너무나 잘 해낸 거 같다.

이석준 역시 처음 본 공연이었는데... 정말 연륜(?)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나보다. 살짝 멜빈 역할을 하기에 나이가 많은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을 대사에 녹여주시니 정말 빵빵! 터질 뿐이다.

사실 'B급'이라 칭해지는 것들에 큰 애정을 가질 수 없었다. 잘 알지도 못했고. 정말로 어떠한 작품을 B급이라 일컫는지. 근데 이 작품을 보면서는 그냥, '내게도 이런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도 욕이 장난 아니게 많고, 연출 역시. 후훗.

그런 장면이 나온다. 녹색괴물이된 멜빈이 불량배들과 싸우는. 막 팔이 뽑히고 다리가 뽑히고 내장이 뽑히고 머리가 뽑히고. 심지어 그 내장으로 줄넘기도 한다. 어떻게 표현할까 싶은데 누가봐도 뻔히 가짜인 인형 팔과 다리, 내장이 나온다. 그 뻔할 뻔짜! 가짜 신체들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하면 나 너무 변태 같은 것일까.

그리고 패러디도 많이 하는데, 시장과 엄마 역을 동시에 맡고 있는 배우의 지킬앤하이드의 패러디는 정말 최고이다. 예전 공연에도 이 역을 맡은 배우에 푹 빠져버렸는데... 요번 역시 감동 그 자체다. 폭발적인 성량하며 지치지 않는 체력. 정말 멋지시다.

그리고 나는 밴드의 생음악이 참 좋은가보다. <헤드윅>도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공연에는 꼭 밴드가 있다. 밴드의 라이브는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두 번의 관람으로 확신이 생겼다. <톡식히어로>가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너무 많이 웃어서 턱관절이 아팠던 뮤지컬. 유쾌하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이 공연은 앞으로도 놓치지 않고 봐야할 것만 같다.

아. 마지막으로 솔비. 노래는 괜찮은데... 허스키 보이스가 꽤나 거슬린다. 원래도 약간 목소리가 허스키한데 연습 때문인지, 더 상한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원래 그 역이 순수하면서도 톡시를 유혹하는, 그래서 그 모순에서 더욱더 웃음이 유발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솔비는 순수하기보다는 섹시하기만 하다^^;;;; 뭐 그래서 조금 낯설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연기였던 듯 싶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소녀의 기도

                                   - 서정슬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개미를 한 마리 죽인 일이 있어요
그 개미는 사람을 무는 놈이었어요
팔 다리를 따끔따끔 물길래
손가락으로 꼬옥 누른 거예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지렁이를 한 마리 죽인 일이 있어요
그 지렁이는 눈이 없는 장님이었어요
세수를 하다 보니 발밑에 있어
깜짝 놀라 밟아 버린 거예요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귀뚜라미 다리 하나 뗀 일이 있어요
그놈은 방안이 운동장인 줄 알았나봐요
펄떡펄떡 뛰다가 앉아 있길래
가만히 뒷다리를 잡았더니 떨어졌어요

그보다 훨씬 전 아주 어릴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세상에 오기 전에 하느님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요
왜 이런 괴로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 )
이 놈의 연상 작용을 어이해야 할런지요.
사람에게는 정말 잊혀지지 않는 책, 구절들이 있나보다.
개미를 손으로 꼬옥....눌러 죽일때마다,
이 동시가 생각이 난다.
오늘도 개미 두마리를 눌러 죽.이.다.가. 이 시가 생각이 났다.
그러자 이 시가 수록되어 있었던 시집이 떠올랐다.
연두색 동시집과 카세트 테이프로 이뤄졌던,
이름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10살, 크리스마스 때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선물.
매일 매일 듣고 따라하고, 동시 낭송 대회에 나가고....
학교 대표로 나갔다가 지역 예선에서 떨어지고. 후훗.
그러고 나니, 아직도 이 낭송시집이 있을지 너무 궁금해서 온 인터넷을 다 뒤지고 다녔다.
힘겹게 발견!
감회가 새롭다.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지금 이렇게 돌아보니
내 인생에 꽤나 많은 영향을 미친 책이 아닐까 싶다.
결국 목차에 있는 시를 다 찾아보기에 이르렀으니,
이 놈의 연상 작용.

무튼, <소녀의 기도>는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시였다.
뭔가 너무 슬펐다.
소녀의 고통과 괴로움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내게는 참, 서글프고 쓰라린 시였다.


20110710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사실 기본적으로 '공포'에 대한 큰 흥미가 없다.
특히나 그 공포가 초인적인 대상인 귀신이나 뭐 이런 것일 경우에는 더욱더.
물론 심리적 공포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귀신 이야기는 안 무섭다.
차라리 피튀기고 잔인한 호러나 좀비물은...극도로 싫어하지만.
 
<우먼인블랙>의 경우 공포스릴러라는 장르에서 그나마 '스릴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연극에서는 '공포'를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공연 날짜가 9월까지 되어 있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볼까 하다가
조기 예매로 50%를 하고 있길래 덜컥 예매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불행히 연극을 예매해놓은 날,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정말 나갈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공연장으로 향했다.

오픈 이틀째.
왜! 왜! 왜! 왜! 왜! 왜!
50% 할인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수가 너무 적었다.
이거.... 수지타산은 맞는 건지...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었다.

2인극이었는데, 시작과 초반부는 꽤나 재미있었다.
관객을 적절히 활용한 연출법.
흐흐흐.
나는 어쩔 수 없이 관객을 연극에 동참시키는 게 좋다.
그리고 초반 배우의 연기는, 후덜덜이었고.

아무래도 내용이 끔찍한 일을 경험했던 한 남자(아서 킵스)가 그 날의 악몽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배우를 고용하여 그날의 일들을 연극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보니,
하나의 연극이 탄생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해야하나?
그 전날 봤던 <예술하는 습관>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두 연극 모두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더 유사하게 느껴진 건 예전에 봤던 <39계단>이었다.
네 명의 배우가 나와 서른 가지가 넘는 배역을 소화해내는 것처럼,
이 연극 역시 두 명의 배우가,
그 중에서 아서 킵스를 맡은 배우가 다량의 역할을 소화해낸다.
심지어 '개'까지도.

그리고 연극이 가진 장점을 친히 설명해주신다.
상상만으로 모든 게 이뤄진다고.
의자 두개로 몸을 흔들 거리면 그 곳은 기차가 되고,
의자를 바꿔 앉는 것만으로도 기차를 갈아탄게 되는...
그런 연극적인 부분들이 나는 참 좋다.

그리고 어쨌든, 연극이 '상상'을 기반으로 하듯,
'상상'이 거대한 공포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음향과 무대장치 만으로 만들어 내는 공포.
영상이 아니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또 직접 눈 앞에서 펼쳐지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밀폐되어 있는 공간이기에
공포는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사실, 중반부는 좀 지루했다.
배우가 젊은 아서 킵스를 연기하고, 중년의 아서 킵스가 그 외 모든 배역들을 연기하며,
과거 공포의 저택에 가는 장면.
잠을 자려 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보면 아무 것도 없고.
중간 중간 여자 비명 소리에 일부 여성들이 놀라기는 하였으나,
솔직히, 그런 거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나로서는 깜짝 놀라기는 하나,
그게 심리적인 공포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게 막 무서워야 하는데, 그냥 놀라는 거에서 끝나버리니까.
물론, 내가 참 그런 거에 무딘 성격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후반부에 무대가 막 움직이고 그럴 때는 지루한 감은 떨어지지만,
공포감은 여전히........그냥 그 수준을 유지한다.
중반부를 좀더 빠르게 호흡하면 좋을텐데.
그리고, 뭐 극장의 문제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무대 장치를 객석까지 확대시킨다면....
내가 너무 큰 거를 원한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차피 공포스럽기를 원하다면,
조금더 스펙터클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스모그만 미친듯이 뿌려댄다고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아니니까.
(물론 조명 등은 매우 좋았다)
관객들은 그 분위기에 심취되기보다 자기 앞으로 몰려오는 스모그를 손사래쳐 사라지게 하는데 급급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면은 꽤나 공포스러웠다.
말 그대로,
조명과 음향과 실제 비주얼(?) 삼 박자가 고루 조화를 이뤘다고 해야할까.
그 순간만큼은, 나도 심장이 사알짝 쪼그라드는 것 같았으니까.

신선했고, 새로웠던 연극이었다.
내가 컨디션이 조금만 좋았더라면,
혹은 겁이 진짜 많은 친구와 함께 했더라면,
조금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그런 연극이 아닐까 싶다.


20110709/명동예술극장




<키친>을 봤던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음 작품으로 <예술하는 습관>이 준비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술하는 습관>이라.
왠지 제목에서 너무 철학적이고 어려울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재미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뭐랄까.
의미가 있을 것만 같았다. 생각하게끔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볼까, 말까 여러번 고민하다.
아무리 어렵고 학구적인 게 좋다해도 왠지 끌리지가 않아서 몇 번을 멈칫했다.

이렇게 고민이 될 때에는!
과감하게 관람평을 찾아본다.
사실, 정말 보고 싶다고 한번에 감이 퐉~하고 오는 작품의 경우에는
내용이나 리뷰, 평들을 절대! 절대! 절대! 보지 않고 관람을 하는데,
이렇게 망설여질 때는 관람평을 보고 결정을 하곤 한다.

예매처의 관람평에는 예상 외로 "재미있다"는 평들이 많았다.
간만에 의미 있는, 연극다운 연극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조금 강하게 흥미가 일기 시작했다.
물론 내 예상대로,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다며, 조금은 지루했다고 말하는 관객들도 있었지만.

우선, 어쨌든 쉽게 재상연이 될 것 같지는 않고
편식하지 않고 이런 저런 연극을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일단 웃음 등에 대한 기대치를 최대한으로 낮추고 이 연극을 보기로 했다.

우선, 무대는 너무 좋았다.
세밀하고 정교하고, 사실적이라고 해야할까.
이 연극 자체가 극중극 형식을 띠고 있어, 무대는 연습실인 동시에 극중극인 <칼리반의 날>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앞에 OP석에는 무대감독과 오디오 스테프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무대 중앙에는 주인공인 피츠(오든)의 방이 만들어져 있고, 2층은 피아노가 있어 헨리(브리튼)이 있는 오디션 장소가 된다.
그리고 무대 사이드로는 작가나 대기 배우들이 앉아 있는 의자들이 있고,
내 자리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실제 배경 음악을 연주하는 피아노가 무대 오른쪽 뒤편에 놓여 있었던 것 같다.
(정말 안 보였다.)
사실적이면서도 활용도도 좋았다.
극중극을 연습하거나 쉴 때에 불을 켜고 끄는 벽에 달린 스위치를 활용하기도 하고,
밤낮의 변화를 실제 커튼을 치는 것으로 연출하기도 했는데...그 묘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또 좋았던 한 가지!
BGM으로 실제 아역 배우의 노래소리가 사용된다.
그 아역 배우는 브리튼이 오디션을 보는 학생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그 노래 소리가 정말 아름다웠다.
사실............ 그러면 안 되는데 얼마 전에 본 <산불>과 약간 비교가 되었다.
<산불>에서도 장면의 전환, 암전에 그렇게 라이브를 사용했는데,
노래 부르시는 분의 고음이 너무 불안하여...(이건 그 싱어의 잘못이 아니라, 정말 노래가 너무 높았다) 흐름을 방해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노래 뿐 아니라 싱어와 피아노의 위치도 OP석이어서 더 신경 씌였던 게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술하는 습관>은 피아노는 무대 뒤에 배치하고, 노래 부르는 아이는 2층에 있었던 것도 괜찮았다.
물론, 여기서는 극중극에서 다 그 부분들이 필요한 내용으로 각자만의 고유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었다는 게 큰 차이점이겠지만.
아무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실제 노래도 너무 듣기가 좋았다.

내용은, 생각만큼 지루하지도 뭐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았다.
그냥 조금은 담담했던 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에 울컥하기는 했지만.
울컥한 것은 별 게 아니었다.
이 <예술하는 습관>은 오롯하게 예술가를 위한 연극이며, 연극을 위한 연극이며, 예술가를 원했으나 예술가가 되지 못한 범인을 위한 연극인 듯 싶다.

뭐, 기본적으로는 
영국 출신 시인 오든과 천재 작곡가 브리튼의 가상 만남을 주제로한 극중극이 펼쳐지고...
작품의 작가가 등장하며 노배우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한다,라는 줄거리이다.
예술가들의 고민과 창작의 고통을 그린 연극.

마치 두개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우선 극중극인 <칼리반의 날들>에서는 다른 것보다 오든과 브리튼에 대해서 궁금해진다는 생각.
그 가상 만남은 두 사람의 교집합, 후에 카펜터라는 작가에 의해 전기가 씌여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극은 카펜터가 오든을 인터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든이 카펜터를 자신이 부른 남창으로 오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오든과 브리튼의 공통점 중 하나가 동성애자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 내내 외설적인 단어들이 등장을 하면서 웃음 포인트가 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사전 정보 없이 갔던 내게는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오든과 브리튼이 유명해진 후 더 이상 자신의 시에, 음악에 귀기울이지 않는 대중으로 인해 고민하거나,
새로운 작품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는 모습은,,,
가슴이 조금 아팠다.
마지막으로 남창이었던 스튜어트가 예술가의 삶 만큼이나 자신의 삶도 중요하다고,
그들의 전기에 이름조차 없이 스치고 지나갈 자신의 삶도,
그들의  삶 만큼이나 의미 있다고 울부짖을 때에는, 더욱더 가슴이 아팠다.
나도 스튜어트랑 별반 다를 게 없을 테니까.

오든 역을 연기하는 노배우는 오든과 겹쳐보였다.
노 배우는 계속해서 배우에게 불만을 제기한다.
왜 오든의 추찹한 사생활을 들추냐고도 얘기하고,
문학적인 표현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도 몇번이고 연습을 중단시킨다.
그럴 때마다 노련한 무대 감독 케이가 그 상황을 수습한다.
이 뿐만 아니라, 카펜터 역을 맡은 도널드는 자신의 역할에 불만을 갖고,
자신이 그저 장치일 뿐이라며 또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사전 정보만 봤을 때는 노배우와 작가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져 뭔가 폭발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케이의 봉합에 의해 너무나 잘 마무리 된다.
사실, 그 부분이 가장 아쉬운 점이기도 했다.
갈등이 폭발하는 부분을 잘 모르겠다는 것.
그래서 아마 나는 '담담했다'라는 표현을 했나보다.

하지만 그 부분이 참, 울컥했다.
무사히 연극이 마무리 되고, 배우들이 모두들 돌아간 그곳에서
무대감독과 작가가 남아 이야기를 한다.
무대와 관객과 싸우는 게 배우들이기 때문에,
배우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나이를 먹을 수록 두려움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그것은 아마 모든 예술가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무대 감독이 말한다, 그 두려운 장소에, 그 낯선 장소에 관객과 배우가 모이게 하므로,
연극은 대단한 거라고. (명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 않지만)

그냥, 그 이야기를 듣는데...
또 다시 '연극'이 얼마나 대단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연극'이 어떤 의미인지...다시 한번 곱씹어봐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호재 선생님의 연기에 대한 극찬을 많이 들었는데... 역시나 잘 하신다.
그리고 얼굴만 익숙했던 오지혜 배우님의 연기도 좋았고.
사실 누구 하나 앙상블을 해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팀 역을 맡은 김기범 배우는,,,,잘 생겨서 좋았다. (은근, 느끼하게 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관람 이후 리뷰들을 찾아보았는데
이런 연극 같은 경우 알고 보면 더 좋았을 것들이 많은 듯 하다.
명확하게 뭐가 좋았다, 나빴다, 싫었다라고 평하기는 어렵지만,
대본을 한번 찾아서 곰곰히 읽어보고 싶게 만들고,
극 중에 나온 이들의 실제 삶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연극이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