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

                                                     박찬세

여름감기에 걸리면 책상위에 죽어가는 매미를 올려 둔다
날개를 접고 떨고 있는 매미의 다리에 한기를 옮겨 심는다
-외로울 것, 그리워하다 죽어갈 것

구부러진 나무 아래서
죽어가는 매미를 주워 붓 끝에 올려 두었다는 남자와
붓이 되기 위해 떨림을 멈추었다는 매미를 생각한다.

빛을 향해 구부러지는 나무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꿈꾸는 남자는 같은 외연을 배회하다 간다
구부러지며 더 많은 그늘을 거느린다는 점에서 그늘은 유전이다
하여, 나무는 반듯해지기 위해 관이 되고
사람은 반듯해지기 위해 관에 눕는다.

그런데, 어떤 마음이 관 속에서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것일까
남자는 죽은 매미의 날개를 먹물에 적셔 나무를 그렸다고 한다

비가 내린다.
여름의 외연이 끓는다
체취의 시점에서 비와 매미와 감기는 일인칭일 것이다
체취를 벗어나기 위해 그늘 속에서 울다 가는 사람이 있다

그믐달이 구름을 벗어나는 찰나 그리운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의 꿈을 입을 수 있다는데
너의 이름은 어느 구름을 앓고 있는지
매미의 까만 눈이 청동에 이르기까지
눈물을 닦을 때 떨어진 너의 눈썹을 매미의 더음이로 읽는다

언제나 인간은 인간에게 외연이었다


::
시작은 그러했다.
팔로잉을 한 문인이 두 사람을 소개하는 트윗을 올렸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시인이었으며, 한 명은 작가였다.
트윗을 살펴보니, 관심이 생겨서 그 두 명을 모두 팔로잉하였다.
그 중 유일하게 맞팔을 해주신 분이 박찬세 시인이었다.
그리고 고향이 공주인 듯 하여 더 흥미가 갔다.
그놈의 지연.

하지만 팔로잉 해서 그들을 글을 볼 뿐
뭔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기 때문에 멘션 한번 보내본 적이 없다.
그저 그들이 올린 트윗을 읽고, 그들의 대화를 훔쳐볼 뿐.

그러던 어느날 팔로워가 한 명 줄었다.
뭐 늘상 있는 일이고, 팔로워에 그리 목숨을 걸지 않으며,
원래도 없는 팔로워 한 명 줄었다고 뭐 그리 대수일까 싶어 그냥 무심히 넘어가려다,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살펴보니, 이 분이 없어지셨다.
언팔을 하셨나하고 들어가보니 아예 계정 자체가 삭제되었다.

참, 이상한 일이 어차피 말 한마디 걸어본 적 없는 분인데
뭔지 모르게 허전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그 분은 어디로 갔을까.

한 번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시를 읽게 되었다.
그 분이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트윗의 글들만 읽었지 시를 읽어봐야겠다고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140자에 얽매여서, 다른 것은 보려하지 않는 내 모습이 순간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 분이 쓰신 시를 여러 편 찾아 읽었지만
굳이 이 시를 가장 먼저 남기는 이유는,
지금은 여름이며, 오늘은 비가 왔고, 나는 인간이며, 
"-외로울 것, 그리워하다 죽어갈 것"
이라는 구절이 가슴에 박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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