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잘 모르겠다는 말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 생각했을 땐,
성적소수자를 보는 나의 시야를 그래도 조금은 넓혀줬던 그런 책.

-2006. 02. 16

--------------------------------------




공연 잡지에서 [헤드윅]을 소개하면서,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젠더문학 소설집 - 레인보우 아이즈]를 함께 다뤄줬다.

이전에도 `퀴어 문화`에 약간의 관심이 있었기때문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욱이 요즘 일본문화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팬픽이라던지 동인녀에 대해서 자주 듣고 보게 됐고
조금은 혼란스러웠고,
뭔가 내 스스로의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런 나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됐다.

시작하고 중간에 손을 놓치 못한 채 끝까지 다 읽게 됐는데,
정독을 하지는 않았다.
6개의 단편소설보다는 `펴내며` 부분이 더욱 감동적이었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건가?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은 여섯가지 색깔이라고 한다.
이 깃발을 디자인 한 `길버트 베이커`는 색깔마다 저마다의 상징을 심어두었다고 한다. 빨강은 `삶` 주황은 `치유` 노랑은 `태양` 초록은 `자연` 파랑은 `예술` 보라는 `영혼`!!!
원래 남색도 디자인데 포함되었으나, 퍼레이드에서 좌우 조합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뺐다고 한다. 남색의 의미는 `조화`!!
이 책은 남색을 제외한 여섯가지 색깔을 바탕으로 쓰여진 단편으로, 이 책을 선택한 이성애자가 `남색`을 써내려가길 바란다.
(라고 `펴내고`는 말한다.)

내가 쓰는 남색이란.
처음에는 솔직히 별로였다. `싫다`는 느낌의 거부감은 아니었으나, 뭔가 미묘한~.

트랜스젠더 아빠를 둔 딸의 이야기인 [입술나무]의 경우, 자식이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심리묘사는 좋았으나, 둘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너무 급작스럽다.
또한 외국 게이와의 조우를 다룬 [게임의 법칙]과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는 [아마쥐 아 요재지이]의 경우 역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읽음에 있어 너무 `의미`를 찾으려 했기 때문일까.
그렇다. 이 책은 어쩌면 정말 그냥 `보여주기`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성적 소수자의 삶을...
그런데 나는 그 시선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뭔가 이성적으로 이해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

가정적 문제로 인해 비행과 동성애에 빠지게 된 소년과 군대에서의 뭐라고 성경험에 대한 지워진 기억을 안고 사는 중년 남성의 얘기를 다룬 [12시]의 경우는 뭔가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그냥, 현실에서도, `치유`가 필요한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줘야할 것이라고.
그리고 여성들의 야오이 문화, 팬픽 문화를 다룬 [나르키소스의 숲]은 재미있게 읽었다. 복잡한 인물 구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어 이를 따라가는 재미도 쏠쏠했고, 실제 야오이 소설을 앞뒤 중간 중간에 삽입한 것도 새로웠다. 무엇보다 현실적이었다는게 좋았다.
야오이 문화와 게이문화가 다르다는 것과 뭐~ 이를 대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까지. 꽤 괜찮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정체성의 교차로에 서서 어찌할지 모르는 이성애자 여대생의 불확도를 그린 [커밍아웃]도 좋았다. 내 주위에서도 솔직히 멋진 게이나 레즈비언을 보면서 자신도 그들과 동일시 하는 아이들을 종종 봐왔다. 현실감있는 글이었다.

솔직히 책을 읽고도
`잘 모르겠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그런 책이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지금도 때때로,
가끔씩 꺼내보는 영화다.
그때도 좋았지만,
여전히 좋다.
좀 오래 걸리면 어때?
답답하면 좀 어때?
그래도 사랑이잖아.

-2006. 02. 02

-----------------------------------





사랑을 놓치다.
조금은 지루하고 잔잔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영화가 좋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영화관을 찾았다.
그런데
프롤로그에서부터
익숙한 각본/ 감독의 이름에..
가슴이 설레여왔다.
`추창민`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단편영화
`사월의 끝`에 연출을 맡았던
추창민 감독의 영화였던 것이다.
`사월의 끝`을 너무나 좋게 본 나로써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극도로 커졌다.

그리고,
내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재미가 없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여기저기 숨겨있었다.

이 영화는 굉장히 자연스럽다.
그리고 익숙하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이쁘게 보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평범한 사랑이야기이다.
극적인 장치들을 배제한 채,
그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의 사랑을.

지금 자신의 사랑을 놓치고 있을지도
모를
세상의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말한다.
사랑한다면,
지금,
그 사랑을 잡으라고.

기분 좋은 영화이다.


※예기치 않게 이기우가 너무 멋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꽤나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두 세번 정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었다.
이후의 야마모토 후미오의 단편집들은 꽤나 가벼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 책 만큼은 대표작인 <연애중독>보다 훨씬 좋다.
또렷한 내용은 이제 기억에 없지만,
이 책을 처음 접했던 느낌과 공감하던 그 순간은 잊혀지지 않는다.

#
내가 디디고 선, 그야말로 단단하다고 굳게 믿어왔던 대지가 그렇게도 간단하게 무너져버릴
살얼음이었다는 건 까맣게 몰랐었다. 그러나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든 물 밑에서 이제 나는
꼼짝없이 얼어죽는구나 했더니, 뜻밖에도 거기에는 '남아도는 시간' 이라는 이름의 뜨뜻미지근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거기에 흥건히 누워서 지내는 일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했다. 더구나 나는 그 밑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어떤 동기도,어떤 목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네이키드>중에서-

-----------------&&-----------------


야마모토 후미오- 플라나리아





`연애중독`의 뒷편에 소개된 야마모투 후미오의 작품들 중
유난히 눈을 끄는 책이 있었다.
단편선을 모아놓은 플라나리아.

단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책 소개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책을 집어들었다..
124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프리터, 사회부적응자, 낙오자의 삶을 그대로 그렸다는 소개가....

책을 읽고 나서...
기대 이상의 흥분이 나를 휩싸안았다..
내가 만약 글을 쓴다면..
이런 글이었으면 좋겠다...

커다란 사건은 없어도..
아주 조용하게..
그냥 타인의 모습을 바라만 봐도..
그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할게 만들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플로나리아 처럼...

표제작인 플라나리아...
잘라도 잘라도..다시 살아난다는 플라나리아..
이 작품도 좋았지만..
나는 [네이키드]라는 작품이 가장 좋았다..
내 이야기 같아서...
정말 바쁘게 살았던 커리어우먼의 30대 여성이..
남편과 이혼한 후, 직장도 사라지고 난 후..
느끼는 생각들....

꼭...나 같아서....
내 이야기같아서....

.
.
.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언젠가 이 곳에,
이미 써내려간 이 시를,
오늘 다시 되뇌인다.

----------------&&---------------///

내리는 눈 밭에서

서정주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폭으은히 내려오는 눈발속에서는
낮이 붉은 처녀아이들고 깃들이어 오는 소리


울고
웃고
수구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큰놈에겐 큰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이애기 작은이애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그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기어 드는 소리


::
이 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청춘>이라는 영화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야했다는 이유로 언급하기가 조금 부끄러웠지만,(내 입으로 내가 말하긴 뭐하지만 진짜 순진했었다ㅋㅋㅋ) 말하지 않고 못 배길 정도로 참 좋은 영화다.
단순히 그들이 겪은 고민과 아픔은 그들의 나레이션처럼 섹스만의 문제였을까.
사랑, 젊음, 아픔, 방황, 고민.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모르겠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괜찮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내게,
그래서 너무 큰 의미가 있는 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비둘기 부리에는 하트가 있다.
그 하트는 끊임 없이 뛴다.
콩닥콩닥.
아니,
끄덕끄덕.
위로, 아래로.
자신을 겁내지 말아달라며,
사정하듯.
그렇게 끄덕끄떡,
하트가 머리 조아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