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볼까 말까 고민한 영화였다.
왠지 재미있을 거 같긴 한데, 뭐랄까.
조금 오버스럽게, 황당하게 웃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리고 왠지 돈을 들여 다운을 받아 보기엔 선듯 손이 가지 않는...
게다가 온라인 상으로 볼 수 있는 곳도 알고 있어,
괜시리 언제든 마음 먹으면 볼 수 있잖아, 라며
가볍게 생각한 구석도 있었다.

그러다 결국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아이폰으로 감상 완료.
저녁이라 차 안이 어두컴컴하고 옆 좌석의 분이 잠들어 있어 다행이었지,
아니면 미친년 취급을 당했을 수도.
왜냐?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입을 틀어 막고 웃거나 발을 동동 굴렀으니까.
정말 좋았다. 지금의 내게.

이 영화가 재밌을 거라 생각한 것은,
테루 짱 역을 맡은 아카라와 요시요시 때문이었다.
(물론 이 분때문에 억지스러운 웃음은 아닐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 분을 기억하는 드라마는 쿠도 칸쿠로의 작품들 <타이거&드래곤>이나 최근에는 <자만 형사>!! 항상 코믹한 역할을 많이 맡았었는데...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밌다. 헌책방의 아들로 남들을 놀래키는게 유일한 삶의 낙인 사람. 훗날 사람들이 정말 생사를 오갈 정도로 심장을 벌떡이게 반들 귀신의 집 사장이 되는 것이 꿈인.
그리고 그런 테루짱의 친구, 히사노부. 병원 청소 업체 직원인 히사노부는 누구에게건 친절한 사나이. 왠지 진지 청년의 느낌.(물론 친구들의 요구에 따라 귀신 분장을 하기도 하지만...그 다음 급 무표정에 연설이란...) 캐릭터도 좋았지만 나는 이 역을 연기한 배우, 오카다 요시노리가 넘 좋다. 키사라기 캣츠아이의 웃치! 정말 매력있다. 영화 <록커즈>에서도 좋았는데.
한명의 배우에 편중된 애정으로 영화를 보니...참 힘들더군. 그 배우가 맡은 캐릭터가 슬퍼지는 게 싫으니까. 히사노부가 좋아하게 되는 여자. 아카라.
그녀는 이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하며, 무려 세 명의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역할이다. 하지만 기존의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을 상상한다면 오산! 첫 당면은 기다란 구멍 뚫린 어묵을 먹으며 노숙자 아주머니를 훔쳐보는 장면이다. 뭔가 어설프고 어색한 느낌이랄까. 카메라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해 신혼 부부의 카메라를 부숴 버리고 몰매 후 찾아가게 된 면접. 그런 그녀를 히사노부가 뽑아주지만 역시나 일머리가 없다. 심지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다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특별한 것. 그것은 예술성. 노숙자 아주머니에게서 영감을 얻고, 그녀를 그린 그림들. 빗소리를 들으며...그것은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히사노부는 한 눈에 본 것이다. 그녀의 그런 비범함을. 자신은 원하기는 하나 갖지 못한 걸 갖은.
예술성과 사회성을 맞바꿔버린 아카라를 점점 세상과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히사노부다. 그녀를 챙기고, 회사에서 잘린 그녀를 테루의 책장에 취직 시켜주고, 그 책방에 그녀의 그림을 걸게 만들어 결국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졌건만 그녀를 좋아하게 된 하사노부와 테루짱이 영화 촬영의 연기를 빙자해 싸우는 것도 완전 좋았다.
사랑하는 남자를 따라 그곳을 떠나버린 아카라. 1년 후 두 남자는 아카라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함께 술을 마신다. 모두 잠든 후 하사노부와 아카라만이 깨어 빗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고맙다고. 또 히사노부의 대답이 죽인다. "뭐가요."
정말 별거 아닌데.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일상적인 건데. 왜 이렇게 좋은 건지.

몇 개 좋았던 장면은
테루짱이 나무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 자꾸만 아래에서 꼬마가 놀리자 씹고 있던 풍선껌을 크게 불어 꼬마를 그 풍선으로 눌러 버리는 거.
그리고 히사노부가 아카라의 입사원서에 얼굴을 파묻자 그를 짝사랑 하던 여직원이 게이가 아니라고 좋아하는 장면과
우울증 비스무리한 거에 걸린 테루짱의 아버지가 "아버님들 누워만 있지 마시고 지슴 떠나세요"라는 멘트로 끝나는 방송을 보며 조금씩 생기를 찾아 결국 떠나는 것.
아,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였다.
기분 좋은.
나의 삶에게 살며시 속삭여본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라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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