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끄적인다.
특별히 무언가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이 공간을 또 이렇게 방치해놓고 말았다.
이 공간이 방치 되어 있는 순간은...
왠지 모르게 내 삶도, 내 시간도, 내 인생도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참 웃기지.
이 공간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게 '고작' 한 편의 드라마라니.
이렇게 다시 이 감정들을 글로 끄적이고 나면, 내 인생도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
뭐, 결과를 알 수 없지만...
그래서 내게...
드라마는 '고작'이 아니다.

오늘 <청담동 살아요>가 170회의 막을 내렸다.
솔직히 말하면, 170회를 한편도 빠지지 않고 보지는 못했다.
청살을 시작한 것 자체가 한 111, 112회 정도였으니까.
그 뒤로 1회부터 시작해 이제 107회 정도를 정주행 하였고,
실시간으로는 매일 본방 사수는 하지 못하고 띠엄 띠엄 챙겨보았다.

좋아하는 드라마라면, 응당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보아야 하며
최소 2-3번은 반복해서 봐야 내 인생의 드라마라는 말이 나오는데...
청살은 좀 다르다.
아직 보지 못한 에피소드들이 가득이지만,
오늘 드라마가 끝났어도 나는 여전히 그 에피소드들을 볼 것 같고...
그 인물들을 사랑하게 될 것 같고,
앞으로 2-3번은 더 볼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삶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너무 좋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내 가난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지만,
청살의 매력은 그것이다.
정민과 무성의 에피소드에도 나온 말인데,
'웃프다'.
웃기고도 슬프다.

간혹 그런 생각이 든다.
가난해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청살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들의 풍자를 보면서 잘 만든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가슴 절절히 이해하고 위로받을 수 있을까.

시작부터 <청담동 살아요>라는 드라마(시트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김혜자 님이 종편의 어떤 시트콤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게 <청담동 살아요>인지는 몰랐다.
그러다 10아시아 등에서 <청담동 살아요>에 대한 리뷰를 보았다.
워낙 그 매체에 대한 신뢰가 강한지라... 무턱대고 꽤 괜찮은 드라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리고 2012년 5월 10일 111회를 보았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무사모'. 무섭게 생긴 사람들의 모임이다.
우현+상훈+무성 아저씨가 무사모에 나가고,
자기와 같이 무섭게 생겨서 생기는 고충들에 가슴 찡해하다가..
술에 취해 쇼윈도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험상 궂은 다른 사람들인줄 알고 대치를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빵 터져버렸다.
진짜 많이 웃었지만, 생각할 수록 짠한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날 또 다른 에피소드로 노안 때문에 돋보기를 쓰게 된 혜자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집안의 먼지들을 발견하면서,
때로는 모르고 사는 게, 보지 않고 사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부분도 의미 있게 느껴졌다.
더불어...(지금 생각해보니, 이 에피소드가 내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젊은 피.
현우 + 지은 + 상엽의 삼각관계까지.
상엽이 현우의 옛 연인 때문에 자신이 짝사랑하는 지은이 상처 받지 않을까
고군분트하는 모습이 아.직.은 20대인 내 가슴을 달달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이렇게 삼각관계 로맨스도 있고, 삼인방의 블랙 코미디도 있고,
혜자 맘의 의미 있는 스토리도 있는 드라마.

나도 모르게 다음 날, 시간에 맞춰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에피소드가 대박!

112회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63세 혜자 : 혜자야, 너 왜 소리 안 내고 울어. 어린애는 소리내서 우는 거야. 엉엉. (...)
어린 혜자 : 근데 아줌만, 왜 아직도 여기에 자꾸 오세요?
63세 혜자 : 아무리 생각해도 넌 어린 나이에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겪었어. 네가 저기 주저앉아서 왜 빨리 해가 안 지는 걸까. 빨리 빨리 뜨고 빨리 빨리 져서 빨리 늙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게,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어린 혜자 : (...) 아줌마. 내가 어려서 마음이 아팠던 건 사실이지만, 난 커서까지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나이 들어서까지 이렇게 심장이 쪼그라든 채로 살고 싶진 않았어요.
63세 혜자 : (...)
어린 혜자 : 아줌마. 심호흡을 하세요. 후우.
63세 혜자 : 후우.
어린 혜자 : 그렇게 나를 몰아내세요.
63세 혜자 : 난 이제 괜찮아요. 이제 나를 내려놓으세요.


나는 이 에피소드에서, 청살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
63세의 혜자와 어린 혜자가 만나는 그 장면.
혜자와 같은 슬픔과 고통을 겪지는 않았었지만, 그 시대를 경험하진 못했었지만, 누구에게나 '상처'라는 건 있는 거니까.

청살은 그렇게 내게 다가와 위로가 되었다.
내 잘 익어가고 있는 상처에...(요즘 상처 받고 있나?) 꽃 향기가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드라마가 되었다.
인물 구성 하나 하나가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다.

시인을 꿈꾸는 혜자 맘.
거짓말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진실되고 아름다운 사람.
혜자 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29회 "어느 추운 날".
추운 겨울 날, 한 노숙자가 죽었고 그 소지품 속에서 상엽의 연락처가 적힌 오천원짜리 상품권이 발견되었다.
혜자 맘이 돈이 없어서 대신 주었던 상품권.
혜자 맘은 지폐가 없어서 상품권을 준 자신을 자책하면서, 편의점에 들어가서 잔돈을 바꾼다.
자신이 돈으로 줬으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그 모습을 본 모태 청담인인 상엽 역시 자신의 지갑에 잔돈을 채워 넣는다.
그 얼마나 따뜻한 에피소드인가.
단순히 스스로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그 마음이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상만이 전부라 여기던 사람들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좋은 에피소드를 꺼내들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혜자 맘이 시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계속 나를 자극 시켰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원하고 싶다는 마음.

조금씩 부족한 인생인듯 보이나 꽉 찬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속물이었던 지은이 멋진 남자 친구까지 생기고, 자신의 인생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면서도
열등감을 버리지 못한 것.
초라해지고 싶지 않아서... 뛰고 난 후 "나는 왕이다"를 외치던 그녀의 모습.
서울대에 잘나가는 성형외과 의사이지만, 기러기 아빠와 페이닥터로 살아가는 무성 쌤.
(솔직히 무성 쌤 에피소드 중에 너무 울컥 울컥한 거 많았었다)
그리고, 우리 우현 아저씨.
48회 "무슨 말을 하고 사십니까"
77회 "잃어버린 유산.. 행복"
102회 "감동에 솔직한 남자"편
정말 강추, 강추, 강추.
행복이라는 게 무언지 정말 우현 아저씨를 보면서, 많이 생각했었다.
상훈 아저씨도... 완전 좋아.
얼굴과 다르게 진짜 착한 캐릭터.
실제로도 정말 착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분이셨다.

상엽과 현우는.
뭐.
잘 생기고 멋있으니까.
하하하하.
라고 말하지만, 애정은 상엽 쪽에 살짝 더.
바람둥이가 나중에 사랑을 깨닫지만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의 연인이 되어 있고,
그 사랑을 지켜봐줘야 한다는 거.
식상한 스토리 구조이지만, 솔직히 설레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다 가지고 있는 현우보다는 다 가진 듯 보이지만 살짝 부족해보이는 상엽에게 더 애정이 갔던 게 사실이다.
상엽이라는 배우를 처음 봤는데,
아마 앞으로 눈여겨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쩔 수 없이 약간 능글맞은 사람을 좋아하나 보다.

정민 쉡은....정말... 최고.
말을 할 필요가 없고.. 캐릭터도 너무 좋았다.
(지금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감정이 뒤섞여서... 죽겠다.
이 드라마는 등장 인물과 배우의 이름이 같아서... 말하다 보니까 막 섞인다. 하하하!)

보희 배우와 조관우 매니저도 다 좋아.
심지어 개인 개똥이마저도... 사.랑.스.럽.다.
캐릭터들이 다 살아 있다.
역시 개똥이도.

오늘, <청담동 살아요>가 끝났다.
오늘도 위로 받았다.
어제도 위로 받았고.
지금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과거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미래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드라마가 있어서,
행복했고
아직도 볼 게 남아 있으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청담동 살아요>.

 

 

오래간만에 너에게 메일을 썼어.
그런데... 발송 실패네.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휴면 상태가 되었대.
네가 이곳에 쓰인 글도 보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오늘은 네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To. 너에게

안녕.
잘 지내고 있어?
오랜만에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 같다.

오늘은 문득...
숨이 막힌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고 나니까 훌쩍 떠나고 싶어지더군.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건, 너 였어.
네가 있는 곳.
네 얼굴.

보고 싶다.

역시나, 나는 네가 보고 싶다.
힘이 들어도 네가 보고 싶고,
행복해도 네가 보고 싶고,
그냥 일상 속에서도 네가 보고 싶어.

잘 지내고 있지?
나는.... 사실 잘 못 지낸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네게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그럭 저럭 잘 지내고 있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그냥 내가 힘들다는 말들은
다 거짓말인 것 같아.
진짜 나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
진짜 내가 싫어서...
거짓의 나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근데, 그 거짓의 내가........
참 비겁하고도 미련맞다.

내가 무슨 소리 하는 지 잘 모르겠지?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해.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하루 하루야.

크고 작은 문제들은 언제나 발생하고,
그 문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특유의 긍정으로.............
아니, 그냥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나태의 마음으로 낙관하며 살아가고 있어.

모든 불안은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숨겨둔 채.

아직도 내가 꿈꾸고 있는 건지,
이게 꿈은 맞는 건지,
내 꿈이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서른이 목전인데.
뭐, 나이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방황을 할 지는 상상 조차 하지 못했어.
물론 이조차도...
그래, 인생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흘러간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라는 말로 위안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네가 보고 싶다.

위로도, 걱정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해도....
네 친구는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는 꽃 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냥,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일 수 있는
너라는 사람이 내게 있어서....
참 좋다.

보고 싶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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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포털 사이트 연예 뉴스에 드라마 섹션을 뒤적인다.

실제로 보지 않는 드라마라도 현재 방영 중이면, 그 작품에 어떤 배우가 어떤 캐릭터로 나오는지 알아야 하고,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드라마 섹션의 핫이슈는 일본의 화제작을 리메이크한 <닥터 진>과 김은숙 작가와 장동건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사의 품격>. 홍자매와 공유가 만들어가는 <> 정도?

 

하지만 내가 오늘 절절하게 토해내고 싶은 드라마는 바로 대중과 언론의 큰 주목 받지 못했던 <추적자>였다. 사실 나에게도 이 드라마는 제작 발표회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관심이 가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추적자>라는 드라마가 새로 한다더라.’ ‘손현주와 김상중이 나온다더라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하지만 1회가 방송되고 난 후 언론에 쏟아지는 호평들. 제작 홍보사의 언론 플레이를 감안하더라도, 기사의 내용이 나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단, 주인공인 손현주, 김상중 배우.

주말 연속극 및 단막극을 제외하고 손현주 배우님께 주인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얼핏 얼핏 제작 발표회 기사를 봤을 때, 나는 당연히 젊은 배우가 주연일 줄 알았다. 두 분이 기사에 많이 언급되기에 그저 비중이 큰가 보다 생각했었다.

최근 드라마라는 게 젊은 배우들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중년 배우들은 그들의 조력자 혹은 갈등 구조를 만드는 반대 세력으로 나올 뿐이니까.

하지만 이 드라마는 과감하게 연기력이 입증된 중견 배우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일단 그 용기에 박수를 짝짝짝.

그리고 그 판단이 절대 절대 틀리지 않았음에 또 한 번 짝짝짝.

 

정말 손현주 배우의 연기는 최고였다.

(김상중 님이나 박근형 님두! 그리고 내가 진심 사랑하는^^;; 강신일 배우님도 나오신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 경찰서에서 능글맞지만 정감 넘치는 형사. 딸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버지.

정말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연기이다.

 

드라마의 스토리도 그렇다.

가볍지 않다. 묵직하다.

정통 느와르라는 표현을 썼던데, 뭐 그렇게 까지 거창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저 한 남자의 복수극이랄까.

 

<추척자>의 오프닝은 꽤나 충격적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장에 난입해서 총구를 겨누는 손현주.

뺑소니 사고로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무죄판결을 받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유명 연예인 PK준과 몸싸움을 하다가 결국은 그를 쏘고 만다.

사고로 그를 쏜 후에도 죽으면 안 된다고 진실을 알려달라고 울부짖는 손현주.

 

내가 살짝 당황한 것은 너무 빠른 전개 때문이 아니라,

손현주가 사람을 쏘면…. 붙잡히게 될 거고, 그러면 도대체 복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16부작을 어떻게 이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탈옥하는 것이었지만.

 

딸의 복수를 한다는 점에는 브라운관판 <아저씨>라는 홍보 포인트를 내세우고 있고,

거대 권력과 소시민의 대립 구조라는 점에서는 <대물>에 비유를 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안 이야기이지만,

1회 방영 이후에 일각에서는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교통 사고를 낸 후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두 번이나 더 소녀(손현주의 딸)을 밟고 지나간 것이나 자신의 대권 출마를 위해서 손현주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의사를 돈으로 매수해 소녀를 결국 죽게 만든 것 등.

핏빛 하나 없이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는 막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상황 상황이 소름 끼치게 무섭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런 권력이 이 세상의 감추어진 진짜 모습이니까.

그래서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이 드라마를 더욱더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내 <추적자>가 과연 어떤 드라마로 남을지 궁금해진다.

 

감독 미란다 줄라이

 

 

 

에잇. 에잇. 에잇.

이상하게 선뜻이 되지 않았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나 보다.

요즘 씨네큐브나 스폰지 하우스, 아트하우스 모모 등 작은 영화관에서 하는 영화들 중

사실 계속 볼까 말까 고민이 되는 영화였다.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에는 일종의 믿음과 신뢰가 생긴다.

좋은 영화일 것이란.

그리고 나 역시 그 영화를 좋아할 것이라고.

 

하지만 <미래는 고양이처럼>은 이상하게 선뜻이 되지 않았다.

지금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다른 영화에 비해서우선 순위에서 좀 밀려버린 그런 영화랄까.

예고편을 봤을 때도미칠 듯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영화일까하는 궁금함 정도?

하지만 시간대가 맞는 게 이 영화밖에 없어서선택했는데.

 

- 힘들어.

 

힘들었다.

아무리 내가 잔잔하고 특이한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버린 영화랄까.

시작은 좋았다.

장난처럼 남자가 자신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다고 말을 하면서 하나, , 셋을 외치자여자가 움직이던 것을 멈춰버리는 것.

처음엔 독특한 그들이 좋았다.

 

4년째 동거중인 그들이 수명이 6개월 남았다는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 고양이가 잘 보살피면 5년도 살 수 있다는 말에 그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룬 것 없이 별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자신들이 견딜 수 없어진다.

그 상황에서 무언가를 책임진다는 것은그들에게 일종의 두려움이었다.

결국 고양이가 치료받는 1개월이라는 시간동안 그들은 원하는 대로 살아보기로 하고, 하던 일을 그만둔다.

 

여기까지도, 그래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자의 외도와 남자의 판타지….

영화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흘러가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 된다.

현실과 판타지가 믹스되어 시간적인 흐름을 알 수도 없고, 뭐가 현실이고 뭐가 환상인지 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떠나려는 여자를 막기 위해 남자는 실제로 시간을 멈춰버린다.

그렇게 남자에게 멈춰버린 시간 동안에도 여자의 시간은 흘러가서

고양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한달이 지나버리고.

그들을 기다리던 고양이는 안락사를 당해버리고 만다.

 

솔직히 말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게 투성이다.

고양이의 내레이션들도 그렇고,

여자가 외도한 남자의 어린 딸.

그 아이가 땅을 파서 묻혀 있던 장면도.

그게 남자 주인공(제이슨)이 미래의 자신을 만났듯이혹시나 그녀의 과거 어느 지점과 맞닿아 있는 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녀가 셔츠에 집착하는 이유나그녀의 행위 예술에 가까웠던 춤들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결론도 결국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잘 모르겠고.

 

전체적으로 어려웠다.

시간을 멈추는 부분에서는 <캐시백>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 영화는 재기발랄한 느낌이라도 있었지

이 영화처럼 모든 것이 모호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와, 홍보 전단지를 읽어보았다.

 

뉴욕타임즈선정 2011 최고의 영화, ‘뉴요커선정 2011 최고의 영화, 27회 선댄스영화제

독창적 놀라움이 가득한 올해 최고의 영화 뉴욕 타임즈

오래된 연인들의 예측불허 미래가 시작된다!

영화의 한계를 넘어서는 걸작!_LA Weekly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이 주는 기쁨과 축복을 만끽하라!_Variety

반복되는 일상의 평범함을 경이로움으로 탈바꿈시키는 놀라운 재능!_New York Times

독특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솔직함과 진심_New York Times

매력적이고 유머러스하며 가슴 뭉클한 영화_Dallas Morning News

 

....

 

독창적인 건 인정. 하지만. 놀랍거나 기쁨과 축복까지야.

반복되는 일상의 평범함. 그들을 평범하다고 말하기는 살짝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누구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내가 4년 사귄 애인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공감이되지...

 

몇 몇 인상 깊은 장면들이 있기는 하였으나…..

내게는조금은 지루하고 어려웠던 그런 영화였다.

 

 

감독 민규동

출연 임수정(연정인), 이선균(이두현), 류승룡(장성기)

 

 

 

키득, 키득, 키득, 키득.

배우의 힘인가, 스토리의 힘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미소 짓다가, 키득거리다가 폭소하다가.

유쾌하고 기분이 좋은 영화였다.

 

임수정은 너무 예뻤고,

이선균의 캐릭터는 찌질했으나 여전히 자연스러웠고,

류승룡은 정말 완벽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선균 님이 나온다면….

그렇고 그런보다는 조금 더 나은 영화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

 

인트로는 이선균과 임수정이 처음 만나서 결혼하기의 과정이 만화처럼 장면 장면 휙--휙 지나간다. 오프닝임에도 불구하고 그 컷 하나 하나가 어찌나 달달하던지살짝 연애 세포에 동요가 일어나 주시고…. 하지만 타이틀과 함께 7년이 흐르고달달한 로맨스는 마치 전쟁 영화와 같은 살벌함을 띠게 된다.

 

매사가 불평불만인 아내가 되어버린 임수정.

그런 아내가 못 견디겠지만, 그렇다고 이혼하자는 말을 할 자신도 없는 이선균.

, 줄거리는 많이 알려진 대로 이선균이 이혼을 위해 전설의 카사노바인 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하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마누라 죽이기도 약간 생각이 나면서

사실 뻔할 것 같다는 생각을 좀 했었다.

결국 그러다가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다시 아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며... 등등등.

 

그렇다.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스토리이다.

그런데 뻔하지 않은 것.

카사노바 류승룡의 힘.

 

이건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완벽한 캐스팅이다.

류승룡은 점점 점점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보지는 않았지만)에서 게이 역할을 아주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해냈다고 하는데

이번 <내 아내의 모든 것>을 보면서 류승룡이 소화해내지 못하는 배역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사노바를 하기에는조금안 어울리는 외모가 아니야?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그래서 웃음담당하는 거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웃긴 게 전부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멋있다.

 

상대적으로 그래서 극 중 이선균은 더 찌질해보이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선균 님 역시 멋있으시지만)

 

평범할 수 있는 스토리가 진부하지 않고 재밌을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힘도 있지만 캐릭터의 힘에도 있다.

특히나 임수정이 맡은 연정인.

솔직히 내가 남편이라도 임수정 같은 아내가 있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정도로 말이 많고 불평불만이 많다.

 

하지만 이야기가 깊어지면그녀가 갖고 있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녀가 사회로 발을 내딛으며 치유가 되어 간다.

(그녀가 변한 것은 카사노바 성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궁극적으로 일을 통해 그녀가 사회로 나가게 되고그럼으로서 변화될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처음에는 사랑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견딜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극중 연정인의 말처럼 더 무서운 것은 침묵인 것이다.

소리 내지 않으면,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지고

더욱 견딜 수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문제가 없는 관계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나아지면 되는 거고, 관계는 더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게

소리를 내면 된다’.

 

들릴 수 있도록.

그리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소리를 내면 된다.

그리고 무너진 것은,

다시 일으켜 세우면 된다.

무너진 곳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P.s

배우로서의 임수정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참 예뻤고, 연기도 좋았다.

다운만 받아 놓고 보지 않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한번 꺼내어 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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