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몇 명의 드라마 작가들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송지나 작가도 내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
내가 좋아한 몇 명의 배우들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유지태도 내 카테고리 안에 있었다.
힐러를 시작한 이유는 이 두 사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에 대한 감정이 지금은 예전과 같지 않다.
내가 이런 표현을 써서는 안 되는 분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실망하게 되어 더 이상 좋아한다 말할 수 없는, 이제 그 긍정의 감정이 추억이 되어버린 송지나 작가님.
그리고 아직은 '여전히'지만 예전과는 같지 않은 유지태.
이 두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힐러를 보게 만들었다.
4회까지 본 감상을 말하자면 50:50으로 시작한 송지나 작가와 유지태가 30:30:30:10의 비율로 송지나 작가, 유지태, 지창욱, 박민영이 되었다.
이런 말이 미안하긴 하지만 박민영은 이 드라마를 시작하는데 있어 가장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배우에 대한 '불호'가 강하지 않은 스타일이지만 이상하게 멈칫 멈칫하게 되는 여배우들이 조금 있다. 박민영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리고... 지창욱. <기황후>때 왜 그리 인기가 많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드라마 자체도 제대로 보지는 않았었다) 매력 터짐!
뭐 그래도 정이 무서운지라 여전히 나는 유지태가 더 좋지만. 누가 봐도 지창욱이랑 박민영이 주인공인데... 이상하게 나는 지창욱이 인어공주가 되고 유지태가 왕자와 결혼하는 공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 역시나 주인공은 인어공주인 지창욱이겠군.) 물론 이런 나의 바람은 공상이자 희망사항으로 끝나버리겠만.
힐러를 보다보면 <남자 이야기>가 많이 생각난다. 사회적인 이슈를 묶어 이야기를 풀어낸 부분이. <남자 이야기>를 봤을 때 초반에 꽤나 흥미로워 하다가 결국 중간에 포기해버렸다. 이야기가 너무 올드한 느낌이라. 아니, 캐릭터가 그랬나?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힐러>가 조금 더 소프트하고 유쾌하다. 지창욱과 박민영의 힘과 유지태와의 밸런스 때문일 것이다.
<힐러>를 보면서 느낀 점은 소재의 탁월함과 전사의 견고함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출생의 비밀과 작위적이란 표현은 옳지 않지만 사건을 하나로 엮기 위한 운명이라는 우연성은 식상하긴 하지만... 전사가 너무 훌륭해 하나 하나를 다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게 만든다.
앞으로 수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 <힐러>가 식상함이 아닌 설렘으로 나에게 다가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80년대의 해적 방송과 지금 언론사의 행태를 엮은 부분은 진짜 너무 너무 훌륭한 것 같다.
내가 이번에는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 드라마를 지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한 때 좋아했던 이들의 건재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ps 별도로 쓰게 되지는 않을 듯 싶어 살짝 언급하자면 신하균 때문에 보게 됐던 <미스터 백>도 시간이 지날 수록 밑천을 드러낸다. 막바지를 향해 가는 이 순간 손을 놓아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그럴 때 조금은 속이 상한다. 뒷심이 부족해서 처음 좋았던 그 마음을 잃게 만드는 게. 드라마라는 게 그래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만드는 사람들한테는 어렵고 힘든 과정일 것이다.

ps 액션 신에서 흘러나오는 BGM이 이토록 욕을 먹을지는 몰랐다. 난 크게 거슬리지 않았는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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