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처럼 포털 사이트 연예 뉴스에 드라마 섹션을 뒤적인다.

실제로 보지 않는 드라마라도 현재 방영 중이면, 그 작품에 어떤 배우가 어떤 캐릭터로 나오는지 알아야 하고,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드라마 섹션의 핫이슈는 일본의 화제작을 리메이크한 <닥터 진>과 김은숙 작가와 장동건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사의 품격>. 홍자매와 공유가 만들어가는 <> 정도?

 

하지만 내가 오늘 절절하게 토해내고 싶은 드라마는 바로 대중과 언론의 큰 주목 받지 못했던 <추적자>였다. 사실 나에게도 이 드라마는 제작 발표회를 했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관심이 가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추적자>라는 드라마가 새로 한다더라.’ ‘손현주와 김상중이 나온다더라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하지만 1회가 방송되고 난 후 언론에 쏟아지는 호평들. 제작 홍보사의 언론 플레이를 감안하더라도, 기사의 내용이 나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단, 주인공인 손현주, 김상중 배우.

주말 연속극 및 단막극을 제외하고 손현주 배우님께 주인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얼핏 얼핏 제작 발표회 기사를 봤을 때, 나는 당연히 젊은 배우가 주연일 줄 알았다. 두 분이 기사에 많이 언급되기에 그저 비중이 큰가 보다 생각했었다.

최근 드라마라는 게 젊은 배우들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중년 배우들은 그들의 조력자 혹은 갈등 구조를 만드는 반대 세력으로 나올 뿐이니까.

하지만 이 드라마는 과감하게 연기력이 입증된 중견 배우를 드라마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일단 그 용기에 박수를 짝짝짝.

그리고 그 판단이 절대 절대 틀리지 않았음에 또 한 번 짝짝짝.

 

정말 손현주 배우의 연기는 최고였다.

(김상중 님이나 박근형 님두! 그리고 내가 진심 사랑하는^^;; 강신일 배우님도 나오신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 경찰서에서 능글맞지만 정감 넘치는 형사. 딸의 죽음에 슬퍼하는 아버지.

정말 두 말 하면 입이 아플 연기이다.

 

드라마의 스토리도 그렇다.

가볍지 않다. 묵직하다.

정통 느와르라는 표현을 썼던데, 뭐 그렇게 까지 거창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저 한 남자의 복수극이랄까.

 

<추척자>의 오프닝은 꽤나 충격적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장에 난입해서 총구를 겨누는 손현주.

뺑소니 사고로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무죄판결을 받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유명 연예인 PK준과 몸싸움을 하다가 결국은 그를 쏘고 만다.

사고로 그를 쏜 후에도 죽으면 안 된다고 진실을 알려달라고 울부짖는 손현주.

 

내가 살짝 당황한 것은 너무 빠른 전개 때문이 아니라,

손현주가 사람을 쏘면…. 붙잡히게 될 거고, 그러면 도대체 복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16부작을 어떻게 이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탈옥하는 것이었지만.

 

딸의 복수를 한다는 점에는 브라운관판 <아저씨>라는 홍보 포인트를 내세우고 있고,

거대 권력과 소시민의 대립 구조라는 점에서는 <대물>에 비유를 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안 이야기이지만,

1회 방영 이후에 일각에서는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교통 사고를 낸 후 확인 사살을 하기 위해 두 번이나 더 소녀(손현주의 딸)을 밟고 지나간 것이나 자신의 대권 출마를 위해서 손현주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의사를 돈으로 매수해 소녀를 결국 죽게 만든 것 등.

핏빛 하나 없이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는 막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상황 상황이 소름 끼치게 무섭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런 권력이 이 세상의 감추어진 진짜 모습이니까.

그래서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이 드라마를 더욱더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내 <추적자>가 과연 어떤 드라마로 남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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