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하우스 모모

 

 

 

아주 사소하고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라는 사람에게 영화란 과연 무엇일까.

영화를 단순한 흥미나 오락거리로 여기는 사람에 비해서는 영화를 좋아하며 예술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나.

하지만 영화 마니아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나.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

왜 나는 이 정도까지밖에 되지 못했는가.

문화 생활과는 단절된 가정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적었기 때문인가.

영화가 정말 좋았더라면 환경에 상관없이 보려는 노력을 하고,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실제로 영화를 보는 눈을 가졌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그런 생각.

알고 있다.

영화 하나에 이렇게까지 거창할 필요 없다는 것.

근데…. 남들이 대작이라고 하는 작품 앞에서는 나는 이렇게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들에 빠질 수밖에 없다.

 

<7의 봉인>.

솔직히 말하면 처음 듣는 영화이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

유명한 감독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영화들을 만들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위터에 어찌나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좋은 평들을 많이 올려놓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옛날 영화라는 사실, 그리고 그리 쉽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을 하면서

역시나 더 이상의 정보 없이 영화관을 찾았다.

흑백 영화. .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된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영화, 1957년 작품이다.)

아주 짧게, 내용이고 뭐고 상관 없이 보고 난 느낌을 말하자면

 

지루하진 않았다.

결말이 궁금해지기도 했고.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딱 이정도.

엄청 좋았다.’ ‘왜 이 영화를 걸작, 수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 될 테니까.

내가 정말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객관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는 영화니까그렇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 수밖에 없다.

 

신의 존재와 구원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위대한 여정

 

영화 홍보 전단지에 박혀있는 문구이다.

이 영화가 어려웠던 지점이 바로 이거다.

나는 종교적인 부분에 너무 약하다.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거기서부터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부터 나오니까.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자체가 없다.

그러니 남 주인공의 고뇌를 내 것인 듯 이입해서 느낄 수 없었다.

 

10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사실 내가 이런 멘트에 진짜 약하다.

뭐 상 하나 받았다고 하면, 일단 판단이나 감상 기준이 후해진다.

바람직하지 못 하다고 본다. 하하!

 

“<7의 봉인>은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 에릭 로메르

인간의 삶의 여정에 대한, 가슴을 꿰뚫는 강렬한 성찰” - 뉴욕타임즈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상징적 이미지 그리고 희망적인 휴머니티의 감동” “삶의 의미에 관한 가장 세련된 철학적 묵상의 영화” - BBC

 

솔직히 세련된 철학적 묵상이런 건 모르겠고… ‘희망적인 휴머니티이 부분은 조금 동감.

영화를 보는 내내, 종말을 앞두고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광기를 느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누군가는 살아남았으니까.

살아남게 해주었으니까.

 

신이 침묵한 세상에서 신의 존재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라는 문구도 있었는데

이 정도는 먼저 보고영화를 봤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가장 쉽게 표현해준 것 같다.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전체적인 줄거리나 영상 이런 것을 떠나서

우선설정.

사신과의 대화를 하고체스를 통해 시간을 번다는 발상 자체가 좋았다.

그리고 주인공인 기사보다도 그의 시종인 옌스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거침 없고 솔직하고그가 길을 물은 사람이 죽어있었을 때, 그 이야기를 기사에게 하지 않은 것도 좋았고교회에서 죽음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하는 대화들도 좋았고기사를 십자군 전쟁에 가도록 권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대하는 행동도 좋았다. 마녀 취급 당해 화형 당하는 여인을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차마 볼 수 없다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좋았고끝끝내 죽음이 다시 찾아왔을 때 담담 하라고 말하는 그도 좋았다.

 

아직 내게 영화적 지식이나 안목이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보고 느끼며 하나 하나 성장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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