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상수

 

 

 

 

임상수 감독이 내게는 그렇게 의미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감독을 보고 영화를 볼 만큼, 영화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었고.

그랬던 그 감독의 이름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 <하녀>였다.

그 당시에는 유명한 감독이라던가 혹은 해외 영화제가 선택한 영화들을 봐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부족한 영화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질 수 있으리라

그런 어이 없는 믿음을 가졌다.

 

그래서 본 <하녀>.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큰 감흥이나 인상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생각보다 그로테스크 했고, 이정재의 마초스러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상류층의 허위를 풍자하고 있다 해도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돈의 맛> 자체도 크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좋아하는 배우인 윤여정 님과 김강우의 포스터를 봤을 때는 궁금함도 있었지만,

왠지 <하녀>와 비슷할 것 같다는 느낌.

그리고 실제로 하녀 2’라는 이야기도 나돌았으니까.

내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영화를, 의무감을 본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결국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말았다.

 

예상치 못하게 영화가 너무 웃겼다.

<하녀>처럼 어둡고 힘들고, 무거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영화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피식. 피식.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 꽤나 많았다.

상황 자체는 <하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극중 김효진이어렸을 때 불에 타 죽은 하녀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스핀오프의 느낌을 폴폴 풍기기까지 한다.

그들의 개인 영화관에서는 <하녀>를 틀어주고 상영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상위 1%의 이야기.

그들의 삶에 대한 풍자.

생각보다 웃겨서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그냥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었다.

물론, 이 영화를 이런 시선과 이런 마음으로 봐도 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은 들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 돈 좀 있는 것들은 저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구나.

돈 있으면 뭐하나, 저 따위 정신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데.

나는 저런 삶이 부럽지 않다.

돈의 맛에 중독되는 것은 결국 모욕을 견뎌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모욕을 거부해야 한다.

생각보다는 야하지 않군.

김강우는 멋있구나.

<하녀>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하녀의 죽음을 목격한 재벌 2세 아이가 도대체 멀쩡한 정신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김효진은 <돈의 맛>에서 꽤나 제대로 잘 자랐구나.

 

하는 정도?

정말 나름 재미있게 봤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마지막 장면이 당황스러웠다.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

뒤에 앉은 어떤 커플이 말했다.

마지막 장면만 아니었더라도 괜찮았을 텐데.”

앞에 앉은 어떤 커플 중 남자가 말했다.

오빠가, 이 영화 안 본댔잖아’”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내게는 어떤 영화였을까.

나 역시 마지막 장면이 아니었더라면그냥 적당한 영화 정도로는 기억했을까.

보는데 지루함은 없었지만

뭐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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