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하우스 광화문

 

 

 

오래간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오구리 슌. 이름은 못 외웠어도 얼굴은 알고 있는 유명한 배우, 야쿠쇼 코지. 트위터의 짧은 리뷰만으로도 그냥, 딱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이상한 포인트로 꽂혀서 혼자 울다가(절대 눈물이 나올만한 영화가 아니다) 웃다가. 결국

엄청나게 좋았다.

 

첫 장면, 그 대비부터 좋았다.

 

벌목꾼인 카츠(야쿠쇼 코지)는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다가 영화 촬영 중이니 잠시만 작업을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전기톱을 사용할 수 없어 가지치기를 하기 위해 높은 나무 위로 오르는 그. 그가 올라간 높은 나무 위에서는 저 멀리 마을 촬영 현장이 보이고, 요란하고 시끄러운 전기톱 소리가 그쳐 적막이 도는 가운데... 곧 촬영을 시작하니 조용히 해달라는 외침이 들린다.

 

전기톱의 소음에서 영화 촬영하기 직전의 그 고요.

 

그렇게 영화 촬영팀과 첫 만남을 한 카츠는 이후에 우연히 사고가 난 그들의 차를 발견. 영화 감독인 코이치(오구리 슌)과 스태프를 태워주면서 인연을 맺게 된다. 헌팅도 따라다니고, 엑스트라로 출연하기까지

 

스물 다섯살로 영화 감독인 코이치는 모든 것에 영 자신이 없다. 무엇 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밀고 나가지도 못하고 주위에 휘둘리며 자신의 작품마저도 민망하기만 할 뿐이다. 온갖 징크스를 만들어서 무사히 영화가 끝나기를 바라는 그.

 

처음에는 솔직히 카츠에게 심하게 빙의했었다. 우연히 엑스트라로 참여를 하게 된 카츠가 동료들에게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찍은 필름 상영회를 다녀온 후 목욕탕에서 혼자서 연기를 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렇게 창조된 세계 안에 한번이라도 발을 담갔던 사람은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법이지.’

 

영화나 드라마 등 카메라 앞이나 무대 위에 서봤던 사람은 그 장소와 그 시간에 중독되고 마는 것 같다. 프로이건 아마추어이건 상관 없이카메라나 무대는 또 다른 세계이며, 그 속에 서 있는 자신은 현실과는 다른 또 다른 나이므로.

 

그래서 벌목꾼이었던 그가 영화 현장에 매력을 갖게 되고 그곳에서 막내를 자처하여 촬영을 도울 때, 우리 모두 그럴 수 있으므로. 한 번쯤 그렇게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동경하므로. 그가 절절히 이해가 갔다고 해야 할까.

 

그러다 소심하기 그지 없는 코이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도 없고, 어버버한 캐릭터에 별로 눈에 띄지 않았는데자신이 촬영한 필름을 보고는 도쿄로 도망가려고 하는 그. 우연히 그를 역까지 태워다 주는 카츠의 요청에 못 이겨 영화의 줄거리를 말해주게 된다. 몇 번이고 진짜 재미있냐고 물어보는 코이치.

 

결국 코이치는 자기 작품을 재밌다고 인정해주는 카츠로 인해 변해가기 시작한다. (물론 도쿄로 가기 직전에 스태프에게 붙잡혔기 때문이지만) 자기 작품에 확신이 없던 코이치를 보면서, 나는 또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궁금했다. 그런 코이치가 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코이치는 변한다. 자신의 작품을 보며 웃고 울던 단 한 사람으로 인해.

 

그렇다.

우리는 한 사람이면, 변할 수 있는 것일까.

코이치는 (내 생각에)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기 작품에 확신을 갖지 못했고, 촬영팀을 이끌지 못했었다.

나는? 나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

내게도 나를 알아봐주는, 한 사람이 있다면 변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그런 사람이 있어도, 나는 그 사람조차 믿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패스를 하고.

 

코이치가 변하자 스태프도 변하기 시작한다.

그저 대충 때우려던 스태프들이 코이치가 의욕을 가지자, 조금더 나은 작품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마을 사람들을 배우로 동원한 카츠의 능력이 있었지만.

 

카츠가 마을 사람들을 대동하는 장면은 꼭 미셸공드리의 <비카인드 리와인드>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유쾌하고 즐거웠다.

두 사람의 나름의 위기를 극복하고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크랭크업 장면은 솔직히 너무 작위적이고 교훈적이며 따뜻한 느낌이 있어서살짝 아쉬웠지만

전체가 좋으니까 그정도는 OK이다.

 

60살인 나무와 25살인 나무.

카츠와 코이치.

 

두 사람의 이야기도 좋았지만카츠와 그 아들의 이야기도 좋았다.

역시 일본스러운 부자 관계다.

막 패고 대들다가도 진짜 세게 맞자 걱정하고집어 던진 거 아무렇지 않게 주워오고.

 

나무만 찍어대던 딱따구리는 비가 오자,

다른 세계에 잠시 내려 앉아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 다시 나무를 찍어야하지만

딱따구리를 만났던 누군가에게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내리는 비는 곧 멈출 거라는 믿음을….

딱따구리가 준 것이다.

 

민망하다며 감독 의자에 조차 앉지 못했던 코이치에게 카츠가 직접 만들어준 나무 의자.

바닷가에 놓여 있는 그 의자를 배경으로 한 엔딩컷은 정말 예뻤던 것 같다.

 

이 영화는 결국, 사람만이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영화라는 것이 사람을 꿈꾸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결국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비는 곧 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속삭여 보았다.

코이치의 대본 마지막장에 쓰여있던 자신이라는 단어처럼

‘自分らしく 지분라시쿠

‘自分らしく 지분라시쿠

‘自分らしく 지분라시쿠

 

2012.05.08/ 강남동양아트홀

 

 

 

12시에 오천원으로 연극보기.

쉽게 할 수는 없는 경험인데정말 시간만 많다면 저렴한 방법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많은 것 같다.

KB국민은행 문화 브런치로 보게 된 <옥탑방 고양이>.

 

사실 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초연 때 이미 한번 본적 있는 연극이다.

젊은 두 남녀의 동거 이야기.

그 당시에도 꽤 재미있게 봤었다.

중간에 살짝 졸던 친구는 어느새 눈물을 훌쩍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옥탑방 고양이>는 여전히 유쾌했다.

4명이라는 적은 인원이지만남녀 고양이 역을 맡은 배우들이 쉼 없이 역할을 달리하며 웃음을 책임진다.

사실공연 시작하기 전부터 분위기가 너무 좋았었다.

배우가 나와서 공연 전에 안내 멘트를 하는데

이렇게 아침에 공연하기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목소리도 안 나오고 좋다며능청스러운 멘트로 관객들을 빵빵 터트려주었다.

KB국민은행 홍보하는 것 때문에 회사 이름도 섞어가면서 멘트를 하는데일부러 버벅(일부러가 아닐 수도 있지만)거리고안 하던 말 하려니까 힘들다면서 웃는데

그 분 재미있으셨다.

 

그리고 남자 배우.

장지우라는 배우였는데, 정말 훤칠하셨다.

내가 공연을 본 날이 어버이날 12시라서 관객 중 중년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정말 많았었다.

특히나 아주머니들이그 남배우를 어찌나 좋아들 하시는지.

그가 복근을 공개할 때.

정말 나는 관객석이 떠나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투닥투닥하며 알콩달콩해지던 남녀 주인공이 술을 먹고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되는 장면에서암전 후 조명이 켜지니두 사람이 한 이불을 덮고 있는데

그 때 객석에서 들려오는 소리.

, 좋겠다

정말….. 순간 정적이 감돌다가 사람들이 다 박장대소하는데 나도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관객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공연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듯 했다.

사실 가볍게 보기에는 좋은 것 같다.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감동.

연인과 함께 봐도 좋고친구나 가족과 함께 봐도 무리가 없을 만한 그런 작품이 아닌가 싶다.

 

 

 

 

 

뮤지컬에서 스토리를 기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나의 욕심일 뿐인 것일까.

뮤지컬을 볼 때, 가장 아쉬운 점들이 바로 스토리가 약하다는 것이다.

스토리가 아니어도 볼거리가 있으니 괜찮다는 것인지.

 

<풍월주>는 조금 보고 싶은 뮤지컬이었다.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이라는 사실도 조금 관심을 갖게 했고, 주위에 이 공연을 기대하는 눈길들이 좀 많았었다.

어떨까.

어떤 공연일까.

남자 기생 이야기라는 사실 하나 외에는 아는 것 하나 없었다.

 

공연을 보기 직전에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진성 여왕과 남자 기생(), 그리고 그 운주(객주)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열의 가장 친한 벗인 사담과의 삼각관계.

동성애 코드에 그리 큰 거부감은 없으니그냥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에서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무대는 단순했다.

계단 형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객석 위, 천정에 걸어놓은 홍등(?)이 인상적이었다.

고대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의상은 오히려 중세 유럽을 떠올리게 했다.

, 일단은 나쁘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이 진행이 되며,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이거 시대상만 신라로 바꿔놓았을 뿐, 결국은 호빠 이야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바람과 달의 주인인 풍월주라 불리며 귀한 부인들을 모시는 남자 기생.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녀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천한 신분.

허드렛일을 하는 사담이 그녀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열이 그 모습을 보고 자기 목숨을 걸고 대들고열을 좋아하는 진성여왕이 그 모습을 보고 질투를 하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딱 싫어하는 스토리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나가 있고, 가난하고 천한 신분(특히 성노동자…)이지만 너무 매력적인 사람 하나 있고, 그 사람을 곁에서 지켜주는 오랜 친구 같고 착하기만 한 사람 하나 있고권력을 가진 사람이 둘을 갈라놓기 위해 음모를 꾸민고오랜 친구(연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위해 자신이 물러나고….

 

성별만 바꾸어놓았고시대만 바꾸어놓았지.. 무수히 반복되어온 줄거리이다.

동성애 코드적인 측면에서는 <후회하지 않아>도 생각났고, 시대적인 배경, 동성애 코드로 <쌍화점>도 생각났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결국은 비슷비슷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비슷한 줄거리를 가지고도 <풍월주>만은 특색을 만들어 놓았어야 하는데그런 게 없다.

나는 연극 <>를 좋아하는데동성애 코드뿐 아니라 시대적인 배경이나 왕의 고뇌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뮤지컬도 시대를 가지고 왔으면 그에 따른 플러스 알파를 보여줘야 했는데

내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았다.

이 뮤지컬은 무조건멜로다. 아주 슬프고 절절한 남자와 남자의 사랑.

근데 그것만으로는 나를 감동시키지 못했다.

물론, 내 감정이 메말라서일 수도 있지만.

내 친구도 울고, 주변에 우는 여자 관객들이 꽤 있었다.

 

꽤 뮤지컬 공식에 잘 짜여 있는 짜임새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내게는 감동이 없어서 조금은 애매모호한 공연이 되어버렸다.

다만, 열을 맡은 성두섭 배우와 사담을 맡은 김재범 배우…….

....

목소리도 좋고.

성두섭 배우님은 예전에 한 두어 작품 공연을 보기는 했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타마키 히로시 닮을 듯.

살이 굉장히 많이 빠진 것 같은데어쩜 그렇게 샤프해지셨는지.

하핫.

김재범 배우는 연기가 굉장히 좋았다.

 

 

 

두 배우를 보는 즐거움은 꽤 괜찮았다.

아마 팬들한테는 굉장히 좋아할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열이 좀더 메인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어쨌든 두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니까) 오히려 사담 캐릭터가 좀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안타까운 건 진성 여왕 역을 맡은 여배우.

노래는 괜찮았는데…. 연기가영 몰입이 안 됐다.

특히나 칼을 들고 위협하는 장면.

굉장히 카리스마가 넘치고 위엄 있어 보이는 캐릭터여야 하는데

(나름 여왕으로서의 고뇌 등을 좀더 잘 보여줬다면 캐릭터가 더 살지 않았을까)

그녀가 칼만 들면…. 애가 장난감 칼 들고 장난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

가장 많이 아쉬웠다.

 

넘버는…. 나름 다시 듣고 싶은 넘버들이 있긴 한데...

굉장히 팝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임팩트가 조금 더 강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몇 곡은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한가지 더.

칼춤 추는데좀더 멋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초반에 3명이서 출 때.

칼춤은 나의 편견일지는 몰라도…. 괜히 딱딱 맞아야지 더 멋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춤도 공연을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인데

좀더 멋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실좋았던 부분도 있었고아쉬웠던 부분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아쉬웠다는 내 의견에 함께 본 친구는….

운주 안에서 풍월주들이 겪는 일들을 보면서 사회 생활의 힘듦도 느꼈다고 했고

열과 사담의 사랑에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고 한다.

. 똑 같은 걸 봐도 느끼는 건 다들 다르니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캐스팅으로 한번 더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트하우스 모모

 

 

 

아주 사소하고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라는 사람에게 영화란 과연 무엇일까.

영화를 단순한 흥미나 오락거리로 여기는 사람에 비해서는 영화를 좋아하며 예술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나.

하지만 영화 마니아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나.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

왜 나는 이 정도까지밖에 되지 못했는가.

문화 생활과는 단절된 가정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단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적었기 때문인가.

영화가 정말 좋았더라면 환경에 상관없이 보려는 노력을 하고, 배우려는 마음을 갖고, 실제로 영화를 보는 눈을 가졌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그런 생각.

알고 있다.

영화 하나에 이렇게까지 거창할 필요 없다는 것.

근데…. 남들이 대작이라고 하는 작품 앞에서는 나는 이렇게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들에 빠질 수밖에 없다.

 

<7의 봉인>.

솔직히 말하면 처음 듣는 영화이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

유명한 감독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영화들을 만들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트위터에 어찌나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좋은 평들을 많이 올려놓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옛날 영화라는 사실, 그리고 그리 쉽지는 않을 거라는 예상을 하면서

역시나 더 이상의 정보 없이 영화관을 찾았다.

흑백 영화. .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된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영화, 1957년 작품이다.)

아주 짧게, 내용이고 뭐고 상관 없이 보고 난 느낌을 말하자면

 

지루하진 않았다.

결말이 궁금해지기도 했고.

호기심이 일기도 했다.

조금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딱 이정도.

엄청 좋았다.’ ‘왜 이 영화를 걸작, 수작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면……. 그건 거짓말이 될 테니까.

내가 정말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객관적으로 그런 평가를 받는 영화니까그렇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 수밖에 없다.

 

신의 존재와 구원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위대한 여정

 

영화 홍보 전단지에 박혀있는 문구이다.

이 영화가 어려웠던 지점이 바로 이거다.

나는 종교적인 부분에 너무 약하다.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거기서부터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부터 나오니까.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자체가 없다.

그러니 남 주인공의 고뇌를 내 것인 듯 이입해서 느낄 수 없었다.

 

10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사실 내가 이런 멘트에 진짜 약하다.

뭐 상 하나 받았다고 하면, 일단 판단이나 감상 기준이 후해진다.

바람직하지 못 하다고 본다. 하하!

 

“<7의 봉인>은 영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 에릭 로메르

인간의 삶의 여정에 대한, 가슴을 꿰뚫는 강렬한 성찰” - 뉴욕타임즈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상징적 이미지 그리고 희망적인 휴머니티의 감동” “삶의 의미에 관한 가장 세련된 철학적 묵상의 영화” - BBC

 

솔직히 세련된 철학적 묵상이런 건 모르겠고… ‘희망적인 휴머니티이 부분은 조금 동감.

영화를 보는 내내, 종말을 앞두고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광기를 느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누군가는 살아남았으니까.

살아남게 해주었으니까.

 

신이 침묵한 세상에서 신의 존재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라는 문구도 있었는데

이 정도는 먼저 보고영화를 봤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가장 쉽게 표현해준 것 같다.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전체적인 줄거리나 영상 이런 것을 떠나서

우선설정.

사신과의 대화를 하고체스를 통해 시간을 번다는 발상 자체가 좋았다.

그리고 주인공인 기사보다도 그의 시종인 옌스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거침 없고 솔직하고그가 길을 물은 사람이 죽어있었을 때, 그 이야기를 기사에게 하지 않은 것도 좋았고교회에서 죽음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자신의 자화상을 그려 하는 대화들도 좋았고기사를 십자군 전쟁에 가도록 권한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대하는 행동도 좋았다. 마녀 취급 당해 화형 당하는 여인을 마지막을 함께 하면서 차마 볼 수 없다고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좋았고끝끝내 죽음이 다시 찾아왔을 때 담담 하라고 말하는 그도 좋았다.

 

아직 내게 영화적 지식이나 안목이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 보고 느끼며 하나 하나 성장해가고 싶다.

 

1. 슬랩스틱 브라더스

 

 

 

 

출연 사토 류타, 카미지 유스케

 

유쾌한 영화였다.

부천국제영화제 때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그 영화제 자체를 못 갔다.

익숙한 얼굴인 사토 류타.

일본의 개그 만담 콤비에 관한 영화!

종종 일본 버라이어티 방송에서 개그 만담 콤비를 봤었기 때문에 더 재밌게 봤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가족애나 이런 거 다 떠나서 그들의 개그 만담이 웃겼다.

조금 손발 오그라드는 감동이기는 하지만,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배합된 소프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2. 남극의 쉐프

 

 

 

감독 오키타 슈이치

출연 사카이 마사토

 

사카이 마사토 아저씨 때문에 보고 싶었던 영화.

사실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계속 보고 싶다고만 생각하고 보지 못했던 영화였다.

우연한 기회에 감상 완료!

사실 이 영화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다.

극한의 남극 기지에서 1년 반동안 살아가야 하는 관측 대원들과 조리 담당인 니시무라.(사카이 마사토)

큰 사건이나 갈등은 없지만 소소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그리고 음식을 보는 즐거움도 최고!

사카이 마사토 아저씨는 역시 매력적이다.

 

3. 래빗 홀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출연 니콜 키드먼

 

상실의 고통은 또 그렇게 극복되는 구나.

<래빗 홀>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존 카메론 미첼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발견하고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헤드윅> <숏버스>로 기억되는 존 카메론 미첼.

그가 그린 상실에 관한 영화라면 왠지 조금은 특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로 아이를 잃어버린 베카(니콜 키드먼)이 가해자와 소통을 하면서,

동일한 다른 세계들이 있다는 래빗 홀의 존재를 알면서 평화를 찾게 된다는 내용.

양자역학과 비슷한 래빗 홀이라는 것에는 조금 관심이 가기는 했으나,

사실 너무 잔잔하고 심심해서 큰 감흥을 얻지는 못했다.

당시 상실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른 영화나 작품들을 많이 접하게 된 이유도 있고.

 

4.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참 좋은 스토리텔링이었던 것 같다.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개인사와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이념이나 관습과 어우러져 의미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일단 상황 설정도 너무 좋았었고.

시간이 꽤 흐르고 기억에 남는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지는 않지만(꼬마 아이가 천진 난만한 얼굴로 할아버지의 호흡기를 떼던 장면이나 딸이 아버지에게 왜 거짓말을 하냐고 묻는 장면 정도? 그리고 이혼 법정에 선 부모 사이에서 그 딸에게 누구를 따라갈 거냐고 물으면서 대답을 보여주지 않고 엔딩이 되던 장면 정도? 생각이 안 난다고 하고 줄줄 나온다) 좋은 영화였다는 느낌만이 남아있다.

 

5. 비우티풀

 

 

 

부성애에 관한 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생각보다 선정적인고 범인류적인(?) 내용에 조금은 당황했었다.

그들의 의도와 의미를 따라가기에는 내 수준이 낮은 걸 수도 있지만,

편하지만은 않았다.

보기가 조금 어렵고 힘들었던 영화가 아닌가 싶다.

 

6. 풍산개

 

  

 

사실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였다.

아주 간략한 정보만 가지고 있었는데, 괜히 다운을 받아서 보면 스킵을 할 것만 같았다.

<풍산개>는 왠지 우울하거나 불편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아주 다행이 스킵은 하지 않고 <풍산개>를 다 봤다.

워낙 윤계상이 말 없는 연기를 잘 해줬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확실히 나쁘지는 않았다.

영화 전체적으로도 딱히 나쁘지도, 그렇다고 미치도록 좋지도 않았던

임팩트가 조금은 약했던 영화.

 

7. 고지전

 

 

 

기본적으로 전쟁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영화관에 가서 봤을까.

솔직히 말하면 신하균이나 고수보다도 이제훈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였다.

잔인한 전쟁의 실상…. 이런 건 기본적으로 흥미가 없어서

그저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괜찮다고 여겼던 이제훈이 이제 정말 만인의 배우가 되었구나라는 생각 정도가 남아있다.

 

8. 세 얼간이

 

 

 

오빠에게 추천 받은 영화였다. 우리 오빠라는 사람도 영화 취향이 나쁘지 않다. 뭔가를 볼 때 쉽게 보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대중적이지 않다. 그래서 나랑 잘 맞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빠가 <세 얼간이>를 말했을 때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당시 상영관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결국은 어둠의 경로로 봐야 했는데 쉽지 않아서 계속 놓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한국판으로 편집해 러닝타임을 줄여 논란이 된다는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꼭 편집이 되지 않은 인도판으로 보게 되었다.

 

솔직히 정말 좋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많이 슬펐다. 그러다 화가 났다. 우선 그들의 캐릭터는 진짜 죽음이다. 그들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천재니까. 모든 걸 다 가진 그가 조금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질투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친구. 그도 나름 열심히 산 건데... 계속 바보 취급을 당하는 게 내가 범인의 대표자가 된 것마냥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좋은 영화라는 건 변함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알 이즈 웰'이란 말만 맴돈다.

알.이.즈.웰.

 

9. 데스 노트 – L : 새로운 시작

 

 

 

출연 마츠야마 켄이치, 후쿠다 마유코

 

내 취향은 아니나 그냥 시간 때우기, 타임 킬링용으로 본 영화.

이 시리즈 자체를 그런 이유로 봤었으니까. 솔직히 집중해서 봤었던 것도 아니고.

데스 노트의 스핀오프 격이라 키라 라이토와의 대결은 나오지 않았으나 나름의 재미는 있었던 듯 싶다.

그냥 나는 L의 캐릭터가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마츠야마 켄이치가 그 연기를 너무 잘 해주는 것 같고.

특히나 이번 영화는 후쿠다 마유코를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보는 순간 드라마 <백야행>의 그 꼬마가 생각났는데역시나 동일 인물이었다.

그 때도 연기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진짜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10. 욕망

 

 

 

감독 시노하라 테츠오

출연 이타야 유카, 무라카미 준

 

오밤중에 텔레비전 채널을 마구 마구 마구 돌리다가 이 영화를 발견했다.

<욕망>이라는 단어만큼 조금은 선정적인(?) 영화였다.

어쩌면 나도 그냥 그렇고 그런 야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채널을 돌려버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에서 나는 그저 을 보여주기에 머무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인해 성불구자가 된 한 남자.

그리고 유부남과 성적인 즐거움을 누리던 한 여자.

그리고 그들과 동창이었던 또 다른 여자.

그 세 명의 이야기들이 사람이 원초적으로 원하는 욕망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육체적인 욕망과 정신적인 사랑.

과연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육체적인 관계가 배제된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지.... 

나름 생각할 게 많은 영화였다.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11. 헬프

 

 

 

의미는 있었으나, 재미는 살짝 잘 모르겠다.

그닥 마구 마구 지루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는데....

사실....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라던지....

대사가 없다.

그냥 전체적인 상황이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 정도만....

어렴풋이 마음에 남은 그런 영화였다.

 

12. 우린 액션배우다

 

 

 

난 이 영화가 너무 좋은 가보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으로 작은 영화관을 갔었다.(씨네큐브)

영화관 분위기도 좋았지만, 남들과는 다른 영화를 본다는 것도 꽤 큰 즐거움이었다.

더군다나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

작정하고 웃기고 슬퍼서 인위적이라고 말하는 주위 평도 있었지만,

나는 정말 진심으로 웃고 진심으로 울었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 이 영화가 계속 있었는데...

<두레소리>를 보고 이상하게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올레tv를 통해 재 감상.

다시 봐도 또 좋다.

영화의 전부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지는 못했는데....

영화의 끝을 보면 액션 스쿨 동기 중 유일하게 1명이 남는다.

영화를 본 후에 옥탑방 왕세자를 보는데 그 한명이 나왔다. 대사도 있었는데....

영화를 다시 안 보았더라면 나 역시 또 그를 알아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좋은 것이다.

그들의 얼굴을... (비록 시간이 지나면 또 잊을 수도 있지만) 기억하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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