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소란극이 너무 좋다.

 

이제 나의 개인적인 취향을 너무 잘 알겠다. 나는 소란극 혹은 시추에이션 코미디에 반응하는 것 같다. <게이 결혼식>은 뭐 때문인지 몰라도 오픈할 때부터 보고 싶은 연극이었다. 포스터였는지 아니면 정말 파격적인 제목 때문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명확히 기억나는 한 가지는 출연 배우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관심 있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것이었다.

 

# 게이 결혼식의 매력적인 배우들

 

아버지(에드몽) 역할의 서현철 배우님코미디 연기 참 맛깔나게 잘 하시는 배우로 머리 속에 각인되어 볼 때마다 즐거워지신다. 내가 왈가왈부할 주제는 못되지만 진짜 리얼리티 넘치는 연기랄까. 연기를 하는 건지, 실제 생활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그게 너무 좋다. 그 분이 나오는 공연이나 하는 연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최근 조연급으로 브라운관에서도 종종 뵙게 되어 더욱 반가운 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 급인(실제로 연극을 보니, 전 캐릭터가 다 주인공 같다) 앙리 역의 배우들이다. 쓰리 캐스팅인데…. 누구 한 명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개인적인 연유로 다 한 번씩은 보고 싶은 배우들. (작품이 마음에 든다는 전제 하에.)

우선 최덕문 배우님. 서현철 배우님이 무대에서 보고 좋아하게 된 케이스라면 최덕문 배우님은 드라마로 시작했다. 드라마 <마왕>에서 얼굴을 익혔고, 그 뒤 드라마 스페셜에서 종종 뵈었고, 최근 종편에서 방영된 <발효가족>까지. 나오실 때마다 인상이 얼마나 깊으시던지. 연극 <서울노트> 때도 무대 위에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 다른 배우님으로 보고 말았다.

그리고 최대훈 배우님. 하나가 좋으면 열이 좋은 성격.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에서 아식스라는 배역으로 등장했는데아무리 조연이었어도 드라마가 좋으면 배우까지 좋아진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 다시 한번 재회. 다시 한번 그 분의 연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이 모든 것을 뛰어 넘을 마지막 한 사람. 바로 이..!

 

 

 

요즘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바로 그 배우 말이다. 처음 관심 갖게 된 건 박연선 작가님의 작품인 <난폭한 로맨스>! (, 그러고 보니 최대훈 배우님을 알게 해준 <얼렁뚱땅 흥신소>도 박연선 작가님의 작품이었는데) 그 뒤, 이희준 배우님이 나온 단막극이나 <화차> 등을 보며 나홀로 애정을 키워왔다. 솔직히 넝굴당도 안 봤었는데이희준 배우님이 나오신다기에, 참다 참다 참다 보기 시작. 이희준 배우님이 나오는 장면만 중심적으로 봤다.

솔직히 이 캐스팅 중 가장 보고 싶은 배우가 최근 애정이 돋고 있는 이희준 배우님이지만 누구 하나 포기하기는 좀 힘들어서 막 막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보고 싶은 건 이희준 배우님. 어떤 캐스팅을 봐야 하나 고민도 되고, 공연 기간도 길어서 계속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신한카드 올댓컬쳐 핫세일에서 당일 공연 50% 할인 발견! 게다가 캐스팅이 이희준. 이건 무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고민의 여지를 없애준 완벽한 할인율과 캐스팅. 나는 그렇게 공연장으로 향했다.

 

# 쓸데 없는 아주 사소한 이야기

 

여기서 주석을 달자면…. 정말 쓸데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비씨라운지나 신한카드 올댓컬쳐참 좋다. 내가 현대 카드는 안 쓰니까 그쪽은 잘 모르지만신한카드, 비씨카드의 이용자이자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름 혜택을 보는 것 같다. 오늘도 비씨라운지에서 만원의 행복으로 <엠 버터플라이> 예매하려다가 컴터 오류 때문에 실패했지만

 

나는 공연은 주로 혼자 보는 편이고, 객석 입장할 때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조금 일찍 입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처음 하는 경험을 했다. 입장해서 자리에 앉으려고 했는데, 내 자리 양 옆으로 남정네 한 명씩이 앉아 있는 것. 중년인줄 알았으나 그렇게까지는 중년이 아닌 듯한 남성 분 한 분이 내 좌측에 홀로, 조금 젊은 듯한 남자가 내 우측에 홀로. 솔직히 여자 중에는 혼자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자가 혼자 온 건 자주 보지 못했다. 물론 아예 못 본 건 아니지만정말 양 쪽이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이의 결혼식이라는 아직은 민감한 소재인데다가 코미디라고 알고 있었는데내가 그 남자들(?) 틈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이 됐다.

...

난 미친 듯이 웃었다. 정말양 쪽 아예 신경 쓰지 않고.

 

# 웃고 싶다면 과감하게 선택하라

 

웃길 줄은 알았지만 정말 이렇게 까지 웃길 줄은 몰랐다. 처음에 이희준 배우님 등장. 솔직히 너무 좋았다. 그냥 실물을 보는 것만으로. 내가 요즘 그분께 푹~ 빠지기는 했나 보다. 희한하게 느끼하게 생긴 사람도 좋은데조금 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소...놈 같이 생긴 사람도 좋은가 보다. 좋아하는 배우 중 내 생각에 비슷한 라인(?)이 윤희석, 박희순 그리고 이희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외모와 상관 없이 반하게 되는 포인트가 각양각색이다.

 

무튼이희준님은 실물이 훨씬 잘 생기셨다. 하지만 그 분에게 채 감탄하기도 전에…. 극에 빠져버렸다. 바람둥이 독신남 앙리(이희준)가 거액의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 게이 결혼(배경이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프랑스이다)을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연극인데. 진짜 재밌다. 특히나 주인공과 결혼하는 친구 역할의 배우가 정말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김늘메라는 개그맨 출신의 배우였다. 개그맨들을 왜 희극 배우라고 하는 지 알 것 같다. 유쾌하고 즐겁다. 감동이 큰 연극은 아니지만 의미 하는 바도 나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연극이 아닌가 싶다. 상황 상황, 행동 하나 하나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제목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절대 절대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동성애라는 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뿐더러, 결국은 이성애와 동성애에 관계없이 그저 사람이 살아가고 소통하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다른 캐스팅으로도, 혹은 이희준 배우의 공연으로라도 다시 한번 보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봐도 좋을 그런 연극이 아닌가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지게 만드는 그런 연극이었다.

 

P.S 이 글을 저정해놓은 사이에 이 연극의 제목이 바뀌어버렸다.

<게이 결혼식>에서 <웨딩 스캔들>로.

솔직히 싫다. <게이 결혼식>이 훨씬 훨씬 훨씬 낫다. 

<웨딩 스캔들>은 그냥 너무 노멀한 로맨틱 코미디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 역시 위에 써 놓을 걸 보니 제목 때문에 거부감을 가질 사람들에 대해 걱정하긴 했지만....

정말 그게 구매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아- 잘. 모. 르. 겠. 다. 

 

2012. 05. 13 / 대학로 CGV

 

 

 

사실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이런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친구가 갑자기 이 영화를 보고 싶은데, 괜찮으냐고 물었다.

제목에서 종교적인 냄새가 폴폴 나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이 되어서, YES라고 대답을 하기 전 영화 정보를 찾아보았다.

종교와 관계 없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친구와 나는 영화관에서 만났다.

 

사실 영화는 정보 페이지에서 확인한 줄거리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를 예측하게 했다.

눈이 멀어 자신에게 오는 편지에 답장을 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게 유일한 낙인 야곱 신부와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가 사면된 세상의 무엇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이미 삶을 포기해버린 듯한 여자. 그 여자가 신부 조수가 되어 편지를 읽어주고 대필해주는 일을 하게 된다. 그녀는 신부가 하는 일이 의미 없다고 여겼지만, 편지가 오지 않게 되어 신부가 실의에 빠지자 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을 하는데

솔직히 결말이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기도 전 분명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유와 위로, 그리고 위안.

 

우리는 영화를 통해 그런 걸 바라게 되는 거니까.

참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나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는 생각했던 것만큼 조금은 루즈하다.

어제 피로했던 일정 때문에 조금은 하품이 나오기도 했고, 영화를 보자고 했던 친구도 살짝 졸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은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 조금은 울었던 것 같다.

 

편지를 통해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눈 먼, 노 신부.

그 노 신부는 더 이상 편지가 오지 않자 실의에 빠지게 되고, 결국 정신력이 약해져 버린다. 치매에 걸린 듯 착각을 하는 그 신부를 보면서 결국 그 편지로 인해 위로 받고 버틸 수 있었던 건 노 신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신부 역시 말한다.

하느님이 자신을 위해 그 편지들을 보내준 것이라고.

 

정신을 놓아버린 신부를 보면서, 그의 행동이 부질 없는 것이라 여겼던 그녀는 그곳을 떠나려 한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

결국 그곳에 남아 마지막 편지를 신부에게 읽어준다.

 

그녀는 묻는다 누가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언니의 남편을 죽인 그녀.

언니의 인생 조차 망쳐버렸다고 생각한 그녀.

그래서 언니에게 갈 수 없는 그녀.

 

있지도 않은 편지를 읽을 때 그녀가 흘리던 눈물.

나도 그 눈물에 함께 슬퍼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에서야 자신의 언니가 자신을 위해 야곱 신부에게 편지를 보내왔다는 걸 알게 된다.

 

거창하게 죄를 누가 용서할 수 있는가.

거기까지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사람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신에게든, 그 누구에게든.)

 

영화를 보는 내내 <애도하는 사람>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다니는 남자.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알지도 못하는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고 다니는 한 남자.

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채,

그저 죽은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사랑 받는 사람이었음을

그거 하나만을 믿으며 애도하던 그 사람이 생각났다.

사실, 그 소설을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위로는, 내가 상대에게 건네는 순간,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그것을 기억하고 싶었다.

 

 

2012. 03. 어느날 / 서울극장

 

 

내가 이선균을 참 많이 좋아하기는 하나보다.

물론 이선균, 한 명 때문에 선택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한참 온라인 서점에 들락거렸을 때,

빼놓지 않고 들르는 페이지가 50% 반값 할인 코너였다.

그때 계속 살까 말까 고민했던 책이 있었는데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였다.

사회파 추리 소설이라는 홍보 문구가 적혀 있었던 것 같다.

몇 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사서 읽지 않았는데,

나중에 변영주 감독이 영화화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낮은 목소리>때문에 알게 된 변영주 감독님. 사실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을 외우듯 감독님의 이름을 기억했지,

작품을 감동적으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밀애> <발레교습소>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영화관에서 본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그래도 관심의 범주 안에 있는 변영주 감독의 영화와 이선균 출연.

그 두 가지 이유로 선택한 영화.

그리고 연기 변신에 성공한 김민희라는 주변의 평가들에도 조금은 관심이 생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기대했던 탓일까.

기대 이상의 것을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잘 모르겠다.

아니, 알고 있는데 느껴지는 것과 다르니 그 사이에서 괴리감이 발생할 수밖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이 영화는, 아니 이 소설은 사라진 약혼자를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선영이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그녀를 그렇게 몰고 간 사회적 부조리나 경제적 착취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설에서 미약했던 약혼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영화는 멜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초점 자체가 약혼녀가 사라져서 혼란스러워하는 남자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왜! 그렇게 되어야 만 했느냐가 아니라 그래서 남자가 얼마나 괴로운지… (물론 이는 내가 너무 이선균만 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도 그녀 때문에 슬프고 아픈 게 아니라 그 때문에서 슬프고 아파져 버렸다.

멜로인 줄 알고 봤더라면 뭐, 그냥 그런 줄 알았을 텐데….

뭔가 좀더 있을 줄 알고 봤다가 멜로의 느낌을 받아버렸으니 조금은 당황했을 수밖에.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좋아하는 배우들이 종종 등장해서 즐거웠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희준 밖에 딱히 생각 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살짝 당황.

아무래도 이 작품 역시 소설로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2012.05.02 / 예술마당 2

 

 

 

내게는 아주 아주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애증의 작품이 된 <키사라기 미키짱>. 물론 보다는 가 훨씬 크지만. 작년에도 3번이나 본 작품이다. 올해 다시 올라온다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고, 손꼽아 기다린 것까지는 아니지만 오픈한다는 소식에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프리뷰 기간을 놓치지 말자며 예매를 했는데, 지인으로부터 주말에 초대 티켓이 나왔다. 물론 주말에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는 못했지만 괜시리 아쉬운 이 마음은 무엇일까. 예매를 해놓은 게 아쉬운 게 아니라, 한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무자게 아....

 

며칠의 프리뷰 기간 중 내가 금요일 공연을 선택한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정상훈배우님이었다. 작년 캐스팅이 김남진 배우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캐스팅이 많이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한 세 분 정도를 빼놓고는 모두 바뀐 것. 살짝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발견한 정상훈 배우님의 이름 석자! 그래, 정상훈 배우님이 나온다면 그깟 섭섭함 따위 훌훌 털어버리자 마음 먹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정상훈 배우님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한 창작뮤지컬 <점점>에서였다. 대중에게 조금은 외면당한 작품이었는데, 나는 꽤 재재미있게 봤었다. 특히나 그 작품에서 능청스럽게 코미디 연기를 하는 정상훈 배우님께 반해버리고 말았다. 정성화 배우랑 친하다는 인터뷰를 본적이 있는데, 코미디언에서 시작해 연기자를 거쳐, 무대 위에서 반짝 반짝 빛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스스로 쓰고 있는 작품도 있다고 말한 것이 인상 깊었다. 후에 <올슉업>애서도 꽤 멋졌고, <폴링 포 이브>라는 작품도 정상훈 배우 때문에 보았는데, 사실 그 작품에 대해서는 그닥….. 말은 없….없다.

 

무튼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정상훈 배우가, 내가 좋아하는 연극에 출연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기쁘던지. 무대는 작년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더 극장이 작아진 듯한 느낌. 공연 시작 전에는 빔 프로젝터에서는 <키사라기 미키짱> 배우들의 인터뷰 영상과 홍보 영상, 광고들이 나오고 있었다. CJ E&M이 상업적으로 머리를 참 잘 쓴다는 그런 엉뚱한 생각도 한번! 공연 시작 전 공연 관람 예절에 대한 영상도 나왔는데, 이에모토 역을 맡은 이율 배우와 정상훈 배우가 함께 등장해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여기에서부터 정상훈 배우님은 어찌나 능청스러우시던지. 정말주의 영상 만으로도 완전 관객들을 포복절도의 현장으로 이끄셨다.

 

영화로도 몇 번을 봤고, 연극으로도 3번이나 본 작품인데도 볼 때마다 기대가 되고 설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 건지. 이번에 홍보 카피로 의심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데, 꽤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자살로 죽은 키사라기 미키짱의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팬들.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의혹이 제시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사이에 드러나는 키사라기 미키짱과의 관계들. 미스터리와 추리를 적절히 가미한 시추에이션 코미디.

 

시즌2로 돌아온 <키사라기 미키짱>은 작년보다 훨훨훨훨훨훨훨씬 웃겼다. 진짜 웃기려고 작정하고 만든 것 같다. 정말 쉴새 없이 웃었다. 그런데, 솔직히! 워낙 좋아하는 연극이니 좋은 말만 쓰고 싶은데, 너무 심하게웃겼다. 작년에도 리뷰에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조금만 눌러주면 좋을 것 같다고. 그때는 야스오의 화장실 개그 때문에 그런 말을 했었는데이번에는 전체적으로 다 웃긴다. 상황이 다 코미디고, 캐릭터가 다 개그맨이다. 특히나 스네이크 역할을 맡은, 내가 위에서 좋아 죽겠다고 한 정상훈 배우님. 진짜 개그의 최고봉을 찍으셨다. 등장하면서부터 슬랩스틱 개그를 작렬해주신다.… 웃기긴 너무 웃긴데…… 이 뭐라 표현하기 힘든 이 마음은 무엇일까. 너무 웃기다 보니까 다른 배우들의 진지한 부분이 조금 죽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작년 캐스팅의 경우에는 연기를 못한다고 느낀 배우가 없다. (김남진 제외) 합도 좋고 개개인의 기량도 굉장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배우들의 연기를 또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도 합은 무자게 좋고, 연기도 나쁘지는 않은데 배우들의 임팩트가 약간 적은 것 같다. 그래서 각자가 확 주목돼야 할 부분들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 나는 이 연극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배우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다. 배우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주목 받을 수 있는 장면이 하나씩은 있다. 그런데, 계속 웃기기만 하다 보니까 그게 사라진 것만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감동이 쫙~~~ 밀려와야 하는데…. 그것도 적은 것 같고.

 

이에모토 역을 맡은 이율 배우님은 소극장 뮤지컬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뮤지컬 배우라서 그런지 역시나 발성은 참 좋으셨다. 그리고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바람직한 기럭지를 가지고 계시니까. 그리고 기무라 타쿠야 역을 맡은 윤상호 님은 지금 리뷰를 쓰려다작년 캐스팅에서 야스오 역할을 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매칭이 잘 안 되었는데점점 생각이 난다. 역시 배우는 캐릭터에 따라 천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보다. 연극이 시작되고, 10분도 안 돼서 배우들은 땀 범벅이 된다. 저렇게 에너지를 소진하다 이 공연을 마지막 날까지 무사히 끌고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느낌이다. 땀들이 뚝뚝 떨어지는데. (그래서 더욱 눌러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인 아쉬움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까지 웃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른다. 커튼콜 때, 정상훈 배우님이 마이크를 잡고 인터파크 예매 1위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심하게 공감하며, - 이 연극 인터파크 예매 1위 만들어 드리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배우들 인터뷰 영상을 보다 보면, 농담삼아 여배우가 없어서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남자 배우들만 나오기 때문인지, 정말 객석의 대부분이 여성 관객이었다. 원래도 공연이 여성 관객의 비율의 높기는 하지만 <키사라기 미키짱>은 정말 압도적이었던 듯. 인터파크 예매 1위와 남성 관객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그런 <키사라기 미키짱>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쾌한 연극이 보고 싶을 때, 정말 생각 없이 미칠 듯이 웃고 싶을 때, 그러면서도 눈물이 주룩주룩은 아니지만 코끝 찡한 감동을 얻고 싶다면, 배우들의 땀이 뚝뚝 떨어지는 열정을 마주하고 싶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공연이 아닐까.

* 영화 <키사라기 미키짱> 감상평 바로 가기

*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2011) 감상평 바로 가기

 

20120425 / 세실극장

 

 

 

지난 3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할 때부터 보고 싶은 연극이었다. 아마도 윤주상 배우님의 얼굴이 크게 박혀 있는 포스터 때문이었을 것이다. 포스터에서 살짝 코미디의 느낌도 나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구하다 결국 놓쳐버리고 말았는데, 세실극장에서 재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 저렴한 평일 낮 공연으로 예매를 완료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솔직히 살짜쿵 귀찮은 마음도 생겼다. ...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꾸역꾸역 준비를 해서 공연장으로 향했다. 비가 너무나 많이 내려서, 사실 관객이 별로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에 급하게 예매를 했는데, 당시에도 꽤 예매 가능 좌석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청 근처에 위치한 세실극장은 처음 가보는 공연장이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살짝 별로였다. 너무 구식이었는데, 그게 고풍스럽거나 예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조금 촌스러운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내 우려와는 달리 공연장은 관객으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학생 단체가 왔던 까닭이었다. 정말 나도 중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수다가 어찌나 거슬리던지. 죽는 줄 알았다. 로비도 좁아서 그 안에 있자니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낮 공연이다 보니 학생 외에는 대부분 중장년층 관객들. 그 사이에서 홀로 덩그러니 서 있다가 객석을 오픈하자마자 서둘러 들어갔다. 객석에서도 그 부산스러움은 끊이질 않아서 아이들의 수다와 플래시를 켜고 사진을 찍어대는 수녀님 및 어르신 때문에 멘붕이 오기 직전이었다. 러닝타임이 길 것 같다며 투덜거리거나 끊임없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과연 연극이 시작하고 나서 그들이 공연에 집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우려와 달리, 그날의 관객 분위기는 대박!!! 아마도 공연이 재밌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호응이 너무 좋아서 무대 위 배우들도 조금씩 업이 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중년의 아주머니들도 공연을 보는 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옆 사람의 허벅지를 쳐가며 웃어대는데, 그 모습에 왜 내가 뿌듯한 것인지. (참 이상한 성격이지만 내가 보는 공연을 다른 관객들도 함께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좋아진다) 포스터에 박혀있는 홍보 문구 꽉 막힌 회장님과 까칠한 소설가. 그들이 만들어가는 귀기울이기프로젝트!”처럼 이 연극은 보청기 회사 회장님과 그의 자서전을 써주는 소설가가 만나 작업을 하면서 서로의 내면에 갖고 있던 어둠과 마주하고, 결국 그 상처와 아픔을 위로 받는다는 내용이다.

 

우선! 나는 윤주상 배우님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다. 리얼하게 말하자면 그 분의 목소리 때문에 먹고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그냥 하나가 좋으니 다 좋게 느껴지나 보다. 처음 윤주상 배우님을 뵙게 된 건, 연극 <웰컴 투 동막골>(2002, LG아트센터)에서. , 그곳에 나온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좋아하게 되었지만, 윤주상 배우님은 특히나 그 목소리 때문에. 나는 왜 그렇게 그런 중저음 목소리에 미치는지 모르겠다. 그 뒤로는 드라마에서만 종종 뵈었을 뿐, 무대를 보지는 못했었다. 10년 만에 보는 그 분의 연기. 게다가 소극장에서 가깝게 보니, 더더욱 멋지셨다. 중간에 이순재 님의 보험 광고를 패러디한 부분이 있었는데거기서 성대모사를 하시는데 정말 똑같았다. 웃음 대폭발! 게다가 극중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연기할 때는주루룩 떨어지는 눈물. 솔직히 그 장면이 가장 잊혀지지 않는다. 아프다고 슬프다고 힘들다고 온몸으로, 큰 목소리로 소리지르는 연기보다 담담하게 말해 내려가는 연기가 더 아프고 슬프다. 담담하게 말하는데 흐르는 눈물. , 같이 울어버리고 말았다.

 

보청기 회사를 배경으로 해서,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것에 대해서, 자신 내면의 말을 듣는다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갔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소재 선택이 탁월했던 것 같다. 물론 갈등 구조 등은 어떤 드라마나 스토리에서도 볼 수 있는 평이한 느낌도 있었지만회장님의 아내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래도 많이 식상하지는 않았는데, 따님과의 대화는…. 흠흠흠. 나쁘지는 않았으나 너무 과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연결이나 흐름이 조금 끊기는 느낌이랄까. 중반부까지는그래도 굉장히 좋았는데…. 후반부가 살짝 아쉬웠다. 회장님이 젊은 자신을 만나 서로를 안는 장면까지는 괜찮은데…(그 무대 배경이나 음악, 에코 등은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조금은 촌스러웠다) 작가의 비밀이 드러나는 부분은 조금 소프트하게 표현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적으로 흐르던 연극 무대가 갑자기 실험극이 된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좋았던 연극이라 약간의 아쉬움이 더 크게 남았다.   

 

그래도 중년의 관객도, 청소년 관객도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었던 연극. 젊은 배우들이 주연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이가 많은 배우의 열연이 돋보였던 연극. 개인적으로는 윤주상 님의 연기를 볼 수 있어 의미 있었던 연극. 그런 연극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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