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5. 18 / 동숭아트홀 소극장

 

 

 

오랜만이었다.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자꾸만 내 입을 틀어막게 되는 것.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워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걸어가게 되는 일.

최근 <키사라기 미키짱> <게이 결혼식(웨딩 스캔들)> 등 재미있고 좋은 작품들을 많이 봤지만,

오늘이 그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던 것 같다.

 

<서툰 사람들>, 류덕환.

그리고 장진 감독님.

 

<서툰 사람들> 1995년도내가 12살 때 초연이 되었던 작품이다.

당연지사그 당시에는 이 공연을 못 봤고,

장진 감독님을 좋아하게 된 16살 이후

동영상을 통해 이 공연을 보게 되었다.

송채환 님이 화이 역할을 맡았었는데영상으로 보는 공연이었지만 너무나 재미있었다.

 

장진 감독님의 작품이라면 뭐든 보고 싶다고 여겼지만

<서툰 사람들> 2007년 연극열전 2에서 라인업 되어 무대에 올라갔을 때….

캐스팅이나 날짜까지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보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정말 돈이 없었던 건지, 마음이 없었던 건지여유가 없었던 건지.

왜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쳤을까 너무나 후회가 된다.

지금은 백수임에도 불구하고 뭐, 까짓 신불자 한번 되어보는 것도 경험이지라는 말도 안 되는 마음으로 지르고 있는데.

 

사실 이번 <서툰 사람들>…

예지원이나 정웅인, 조복래(이 분은 <리턴 투 햄릿>에서 꽤 인상이 깊으셨다) 등 관심 있는 배우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첫 번째는…. 무조건 류덕환 캐스팅을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영화나 브라운관에서만 봤지 아직 류덕환의 무대를 본적은 한번도 없다.

예전 연극열전할 때 <에쿠우스>하는 걸 보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왜 그렇게 공연을 못 보고 산 건지.

무튼, ...

나도 모르게 애정이 점점 깊어진다.

 

내 예매 스타일은 하루 이틀 전에 보고 싶은 공연을 예매하는 건데….

류덕환 캐스팅은 하루 이틀 전이면 정말 좌석이 완전 매진이 되어 있는 것.

심지어 일주일, 열흘 전에도 매진이다ㅠ

이번에 상연 기간이 길어서…. 자꾸만 미루고 있었는데그러다가 또 놓쳐버리게 될 것 같아서

정말한참 후의 공연이라도 예매를 해놓자고 마음을 먹고, 공연을 보러 간 것이다.

누군가가 준다던 뮤지컬 <파리의 연인> 티켓도 거절하고

그렇게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 이게 언제적 유머인가.) 류덕환 캐스팅의 <서툰 사람들>.

 

나는….. 정말…. 이제……. ……… 어쩌면…. ……

커튼콜 때

정말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류덕환, 멋있다!!”라고 소리치고 싶은 걸꾹 참았다.

배우를이렇게까지 격한(?) 마음으로 좋아하게 된 적이 있었던가 싶게….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

 

원래도 이 이야기 자체가 좋다.

어리숙하고 서툰 도둑과 수다스러운 여 선생이도둑과 집주인의 관계에서, 친구가 되고사랑이(?) 되는 과정.

너무 기발한 발상 아닌가..

대략적인 캐릭터나 줄거리, 장면 장면, 분위기 등은 알고 있었지만

동영상을 본지 너무 오래돼서....

디테일한 부분이나 결론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보니…. 정말재밌었다.

상황 하나 하나와 대사 하나 하나가어찌나 웃기던지.

 

극 자체도 좋지만그 캐릭터를 연기해준 류덕환 군은정말 최고였다.

아마지금부터는 적어 내려가는 글들은 류덕환 예찬론이 될 듯.

이번 연극을 통해서 무대 위에서 만난 류덕환은 진짜 디테일이 살아있는 배우였다.

발성도 좋고목소리도 좋았다.

내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 봤던 류덕환과는 또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더군다나 상황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바뀌는 목소리.

정말 관객을 미친 듯이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게다가 표정 하나 하나 하며, 손짓, 발짓 하나 하나.

어쩜 그렇게 한 순간 한 순간, 1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모두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

문을 열었을 때 추워하는 몸짓도 그렇고정말 글로 옮길 수가 없는 표정과 동작들이다.

호흡이나 텐션을 유지하는 것도너무 훌륭했다.

 

안 그래도 여성 관객들이 많은 공연이었는데

마지막에코믹으로 흐르던 연극이 로맨스로 변할 때

진짜…. 여자 관객들의 비명 소리.

그에게 다 반해 버리고 만 것이다.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

나는 류덕환이라는 배우가 코미디도 어울리고심지어 멜로까지도 섭렵할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류덕환에게 찐한 멜로 한 번…… 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내가 보고 싶으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일전에도 그런 말을 한적이 있지만

류덕환에게서 조승우와 박해일의 모습을 봤었는데

오늘은 신하균의 모습까지도 얼핏 얼핏 보였다.

어쩌면 류덕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공연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몰입했던 부분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사실기대하고 갔다가.. 기대한 만큼만 느끼는 경우도 있고, 기대 이하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류덕환을 만나고 온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다.

 

사실, 다른 캐스팅으로 해서 이 공연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류덕환의 캐스팅으로 보고 싶다.

...

없다. 표가 없다. 더 이상 표가 없다.

이제 <신의 퀴즈 3>을 통해 드라마로 다시 류덕환 군의 얼굴을 볼 수 있겠지만

다시 한번 무대 위의 그를 만나고 싶다.

 

P.s 객석에 구혜선이 등장.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하는데뭐랄까. 괜히 연예인이라고 호들갑 떠는 건 싫어서 담담한 척.

근데 살짝 나도 궁금하긴 해서…. 돌아갈 때은근슬쩍 얼굴을 보긴 했다.

근데역시나…. 별 감흥은. 아핫.

, 류덕환 때문에 언급하지 못했지만 영화를 통해 봐 왔던 김병옥 배우님은무섭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정말…. 연기 잘 하셨다.

극장을 바꿔 6월에도 연장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또 다른 배우들로 <서툰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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