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공연을 보고... 글을 쓰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 게.
나 혼자만의 감정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어서...
혹은...오늘의 이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글을 쓰고 싶은 게 오랜만이다.

뮤지컬 <빨래>를 처음 본 때는 2011년 정도였을까.
홍광호의 팬인 친구가 내 손을 잡아 끌고 학전그린소극장의 빨래 무대에 나를 앉혀놨다.
빨래라는 뮤지컬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임창정 등이 나왔다는 사실도 알았고, 좋은 공연이라는 이야기도 익히 들었지만..
오픈런의 폐혜인지... 아니면 그때만 해도 뮤지컬 보다는 연극을 선호했던 성향 때문이었는지 쉽게 손이 가지... 발이 가지 않았다.
언젠가의 봐야지... 언제라도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
그러던 중 친구의 영업으로 보게 된 빨래.
거짓말 하고 처음 넘버부터 엉엉 울었다.
나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라면... 그때 당시 회사에서 부당하고 여기는 대접을 받고 있었기에....
정말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사람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공연을 다 보고 친구가 말했다.
내가 너무 신파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을 했었다고.
물론 신파도 있기는 했었다.
당연히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업는 감정선을 건들이는 부분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좋았다.
정말 나영이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니..."라고 노래를 부를 때는 .... 미칠 듯이 울었다.
그렇게 빨래는 나에게 좋은 공연...
마니아가 아닌 가끔... 스페셜한 날에만 공연을 보는 이에게 내가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공연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2013년 3월에 아트원씨어터에서 다시 본 빨래.
역시나 좋다. 
역시나 위로 받아 버렸다.
처음 빨래를 봤을 땐 어쩔 수 없이 '서울살이 몇 핸가요'나 '내 딸 둘아', '한 걸음 두 걸음' 등의 넘버가 좋았다.
약간은 감정을 다이렉트로 자극하는.
하지만 몇 번 빨래를 다시 보면서... '비오는 날에면'이 왜 이렇게 좋은 것인지.
오늘 역시 그랬다. 

"누가 안쓰러운 우리 삶을 위로해줄까요.
누가 서글픈 우리 삶을 위로해줄까요." 

정말... 미칠 것 같다.
특히 오늘은 최연동 배우가.... 그 솔로 부분을 부를 때....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한 손에서는 버스 노선도 같은 것을 들고... 마을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운전사에게 길을 묻는다. 
처음에는 그냥 배우가 선택하고 만든 컨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산을 쓰고 길을 거닐다가... 자신이 찾아가려는 곳을 결국 찾지 못한 듯...
허탈하게 그 노래를 부르는데...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솔롱고를 맡은 김경수 배우.
김경수 배우의 공연은 사실 처음이었다.
그런데...... 너무 좋았다. 
순박한 느낌. 
성실한 느낌. 
상대를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는 느낌.
솔롱고라는 배역의 그도 좋았지만...
실제 배우가 그 배역을, 그리고 빨래라는 공연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게 정말 좋았다.
아직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어색하고 과장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러한 모든 것을 상쇄 시킬 만큼....
'진심'이 느껴졌다.
아마 앞으로 오랫동안 김경수의 솔롱고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홍지희 배우의 나영도 매력적이었고.
나영들이 조금은 더 강단 있어지고... 씩씩해진 것 같다.
주인 할머니로 봤던 김국희 배우가 희정 엄마를 맡았는데....
희정 엄마가 눈물도 많고... 화(?)도 많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새롭기도 했고... 가슴이 찡하기도 했다.
짠하기도 했다.
특히나 국희 배우가 만든 김지숙 역시... 좋았다.
아...... 말 하다 보니... 좋은 것 투성이다.
내가 처음 빨래를 봤을 때 봤던 조민정 배우의 할머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이외에도 장격수 배우나 스페셜레터에서 봤던 서인권 배우...
처음 보지만 꽤나 매력적이었던 여직원 역의 송나영 배우까지도.
아마도 이 모든 배우들과 캐랙터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빨래>라는 작품이 고맙고도 슬프다.
이런 작픔을 알게 되서... 점점 정이 들게 해줘서...
배우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줘서 고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프고 서글픈 삶을 콕콕 찔러대서... 슬프다.

그래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충분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공연이니까.
많이 웃어주고... 많이 울어주고... 같이 아파해주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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