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블로거는 못 될 것 같다.
파워블로거란 나에게 꿈일뿐이로구.
이상하게 2005년부터 작성한 일기장은 7권을 넘어가고 있지만,
(매일 쓴 건 아니지만)
블로그는 매번 실패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죽어있고, 싸이월드 블로그는 게시글이 5개도 안 되고,
네이버, 이글루스, 다음 블로그 등등등.
만들어 놓기만 했지,
지속시킨 것이 없다.

그냥, 글을 쓰는 게 참 힘들다.
그냥 주저리 주저리 지껄이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이 모양 요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나에게는 쉽지가 않다.

드라마 이야기, 공연 이야기, 음악 이야기.
나의 감정을 적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아니면 글을 쓰는 게 어려운 것일까.

오늘은 2010 SBS 미니시리즈 공모전 마감날이었다.
몇 번 더 확인을 해보고 제출을 했었어야 했는데,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고 나니,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에라모르겠다 제출을 하고,
다시는 그 파일을 열어보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오나타 잘 못된 부분이 있으면
신경이 쓰일 것 같아서.

훌륭한 이야기꾼의 자질도 없으면서,
갖고 태어난 재능도 없으면서
왜 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블로그에 몇 자 끄적이는 것도 이토록 힘들어하면서,
왜 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도 항상 말에만 머물렀던 공모전에 응모를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쁘다.
특히나 이번에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참 행복했었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즐거움.
내가 단막극 정도의 이야기밖에는 만들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든 16부작의 줄거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기특하다.
물론, 이야기는 식상하고 참신함, 새로움, 신선함, 맛갈 나는 대사 따위는 찾아볼 수없지만,
노력하면 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렇게 시작이라는 것을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언젠가는...가능하지 않을까?

내가 쓴 이야기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 희망이 생겨서
참으로 행복했던 1월이었다.

2월에는 영어에 좀 흥미를 붙여봐야지.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성장해가자.
어리지도 않은 나이에.
성장은. 훗.


관람일 : 2010년 1월 16일(토)
전시장 : 일산 MBC 드림센터



나 역시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근무 후 나는 명동으로 <시네도키, 뉴욕>이라는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
일산행 버스가 오자, 나는 거기에 몸을 싣고 말았다.

일산까지 무한도전을 보러, 그 추운날 움직인다는 것이, 몸도 안 좋은 상태에서,
좀 미친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날이 아니면 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6년동안 서울에 살면서, 그렇게 빨빨 거리고 돌아다니는 무한도전 촬영팀을 한 번도 못봤으니까,
촬영은 아닐지언정 이런 흔적은 따라다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일산 MBC 드림센터를 찾아갔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이.
공개 방송 등을 한 번도 참여해본적이 없는 나이기에 그런 광경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더 낯선것은. 무한도전을 보기 위해 서 있는 미친 줄.
나는 정말 그게 무한도展을 보기 위해서 서 있는 줄인건지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다.
너무 길었으므로.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 우피치 미술관 보다 더 긴 줄인 듯.
가족 단위에서부터 친구, 연인까지 정말 많은 인원이 있었다.

정말 그 추운 날, 1시간 가까이 줄을 서 겨우 건무 안으로 입장했다.
헌데 관람시간은 15분 뿐!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 있기 때문에 시간 제한도 솔직히 이해는 됐다.



들어가서 그들의 사진을 보는데,
무한도전의 노력이 여실히 보이는 것 같아서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사랑하고, 내가 장랑스러워하는 무한도전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아서.

무한도전 멤버들의 사진 뿐 아니라,
스태프들의 모습까지.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해졌다.

사진전은 딱 한번씩 보면 15분이 걸리는 정도!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무한도전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만으로 오케이!

그리고, 결국 질러버렸다.
무한도전 다이어리.
이미 산 다이어리는 저 방구석으로 처박혀 버렸을 뿐이고.

나는 이미 무한도전의 노예가 되어버렸나보다.




관람일 : 2010년 1월 29일(금) 8시
공연장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시아준수로 인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모차르트!>!
스타마케팅으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공연을 보게 되었다.
시아준수(팬들은 일명 샤차르트라고 부르고 있었다)의 공연은 당연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임태경과 박은태 중,
뮤지컬 초보팬인 내게 좀더 익숙한 이름 '임태경'을 선택했다.
 
근데 그 뒤로 누군가가 하는 말. "박은태가 훨씬 잘한데"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가 하는 말. "완전 재미었대"

어느 정도 거품이 많이 껴 있는 뮤지컬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대작이기에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는데,
공포(?)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정말 재미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막판에 가서 기대치를 낮추고 봐서 그런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대는 굳이 대극장이 필요할까 싶게, 화려하거나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았다.
노래는 오페라풍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팝적인 넘버들일 많았다.
듣기에 부담없는.
그래서 오히려 감흥이 떨어진다고.....생각했으나.
공연을 보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나서 그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몇 곡 정도는.

임태경의 공연도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목소리는 감미로웠으나 약간 웅얼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2막은 꽤나 괜찮았다.
모차르트가 죽으면서 노래할 때는 약간, 멸치똥만큼의 눈물이 날 정도로는!

유럽 뮤지컬들이 은근 매력이 있는 거 같다.
공연을 보고, 급 시아준수의 모차르트가 궁금해지기는 했으나,
뭐, 궁금함은 궁금함으로 끝내는 것이!

뮤지컬이 참, 속상한게
함께 한 친구도 이야기 했지만 에피소드들이 단절되거나 뜬금없거나,
이야기의 힘을 많이 느낄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뮤지컬이 무대의 예술이지만 그래도,
내가 공연을 보고 나서,
모차르트의 삶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라는 소감평이 아니라,
무대가 어땠으며 노래가 어땠으며라고 지껄이고 있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

아직도 귀에 맴도는 것 같은,
넘버때문에 공연 관람 직후에는 별로 없었던 감동과
여운이 생겨버리고 말은,
그런 특이한 공연이었다.

관람일 : 2010년 1월 30일 (토) 4시
공연장 : KT&G 상상 아트홀

나는 아무래도 그냥 윤희석이라는 남자가 좋은가보다.
2005년이었던가? 무튼 과거 엄기준의 <헤드윅>을 봤을 때는 미칠 듯이 좋았다.
그리고 얼마전 송용진의 <헤드윅>을 봤을 땐, 무엇인가가 불만족스러웠다.
예전에 공연을 봤을 때는 소극장에서 미칠 듯한 열기가 느껴졌었는데,
KT&G 아트홀이라는 중극장 때문인지는 물라도,
나란히 보이는 사람들의 머리가 꽤나 거슬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송드윅이 잘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기대보다는 나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번 헤드윅 캐스팅은 윤도현, 강태을, 송용진, 최재웅, 송창의 그리고 윤희석.
얼마전 공연을 보게되었을 때 누구의 캐스팅이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윤희석 님의 <헤드윅>을 보고 싶었고, 송드윅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송드윅의 공연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이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윤희석의 <헤드윅>을 보고 난 후 이렇게 가슴떨려하는 것은,
내 마음속에서 1순위 였기 때문일지도!



윤희석이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것은 무대가 아닌 방송을 통해서였다.
단막극과 <90일 사랑할 시간>을 통해 얼굴을 알게 되었고,
TV문학관 <봄봄>과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 때문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가 뮤지컬 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한 번쯤의 그의 무대를 보고 싶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헤드윅>이라니 잔뜩 기대를 하게 될 수밖에.



무대 뒤에서 등장하는 그의 모습 자체에 나는 이미 이성 및 객관적인 능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첫 노래를 불렀을 때,
나는 이미 그에게 빠져들었다.
일단 목소리가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다.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순간과 과정은 정말 알 수 없는 신비한 타이밍이 있다.
그냥 나는 이 사람의 목소리가 좋다.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못부르는 지 이런 것은 비전문가인 내가 잘 알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송용진의 허스키한 목소리(원래 그런 건지, 그날 목 상태가 안 좋았던 건지는 알 수가 없다. 송용진의 무대는 처음이었으니까.)가 계속 걸렸었다. 높은 음은 괜찮았지만 저음을 부를 때 목소리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도.



윤희석의 경우 노래를 부를 때 여자처럼 부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게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런 윤희석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송용진과는 다른 애드리브들.
역시 뮤지컬의 매력은 이런 게 아닐까?
배우가 다르면 똑같은 공연을 봐도 꼭 다른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윤희석은 감정의 완급을 잘 조절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를 칠 때도 그렇고, 노래를 부를 때도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몸매가.......................................헉.

모르겠다. 그냥 이 배우가 너무나 좋다.
공연을 보고 나면 다른 캐스팅들이 궁금한데.
(특히나 <헤드윅>의 경우 윤도현이 너무 궁금한데)
이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그냥 이 사람의 공연을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공연을 보고 난 후 블로그들을 좀 돌아다녀봤는데,
역시나 평이 극과 극이다.
노래를 못부른 다는 의견도 있고.
나는 Wig in a box 말고는 다 좋았는데.
그리고 이츠학에게도 가장 친절한 <헤드윅>이라는 의견도 봤는데,
엄청 동감했다.
이츠학과 어울려 무대를 만든다는 느낌을 굉장히 강하게 받았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난 후
그 긴 기럭지로 90도 각도로 배꼽인사를 하는 윤희석이라는 배우.
공연을 다 떠나서,
이 배우에게 또 반해버리고 말았다.

멋있다. 윤희석.

새해 첫날부터 울어버렸다. 기뻐서. 훗. 그랬다면. 그랬다면.
왠지 모르게 서러웠다. 아니, 왠지 모르게 라는 말은 거짓말. 이유 있는 서러움의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고향 집에 가지 못하고 홀로 맞이하는 새해 첫 날.
섭섭함 따위는 없었다. 서울에서 홀로 첫 날을 맞이하는 게 처음도 아니고, 지난 주에 내려가서 아빠 엄마 얼굴을 보기도 했고, 내일 친구들과 약속도 있고. 무엇보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섭섭해 하실까, 아침에 잘 걸지 않던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새해 인사를 하려고. 평상시 거의 통화를 하지 않는 아빠와 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내 말이 나가기도 전에 아빠의 입에서는
"얼마나 대단한 일 하느냐고 집에도 못 내려와."
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비꼬는 듯한 말투.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고 못 내려갔을 때도 있었다. 그때는 저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었다. 내 일이 못 마땅하구나. 얼마 벌지도 못하는 일, 야근은 밥 먹듯이 시키면서도 야근 수당도 없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있는 내가 못 마땅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나왔다.

울면서 섭섭하다고 말하면서 웃으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말했다. 뒤늦게 내 눈물에 당황하며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란다는 아빠의 덕담에 울면 웃으면서 아빠 보란 듯이 잘 될 거라고 말했다.

전화를 끝고 나자 더 큰 울음이 복받쳐 올랐다. 그러면서도 내가 우는 걸 무엇보다 싫어하는 (안타까워서가 아니다. 아빠는 그냥 내가 우는 것을 싫어한다. 예전부터 아빠에게 꾸중을 들을 때 내가 울면 아빠는 운다면서 나를 더 크게 혼내고는 하셨다.) 아빠에게 울면서 짜증을 낸 건 아닌지 하면서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일을 하러 가면서 부재중으로 찍힌 전화를 봤다. 엄마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뭐라고 안 하더냐는 내 말에,엄마는 아빠가 나한테 혼났다면서 술을 드셨다고 했다.(물론 나때문에 마신 술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차피 오늘 술을 마셔야하는 모임이 있으셨으니까.) 나는 엄마는....엄마만큼은 나를 이해해줄 줄 알았다. 아빠의 '아'다르고 '어'다른 말에 내가 그런 반응을 했다는 것을. 무뚝뚝한 아빠를 똑같이 바라온 엄마와 나였으니까. 이 세상 누구보다 친구같은 나의 엄마니까. 나는 엄마가
"니네 아빠가 원래 그렇게 무드가 없지 않느냐, 아빠를 한 두해 겪어보냐. 멋도 없고 그런 게 너의 아빠다"
라고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아빠가 틀린 말 한거 아니지. 빨간 날 일시키면서 돈도 안주고"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그리고 또 눈물이 흘렀다.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오늘의 근무도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회사는 나를 위해 최선을 배려를 해주었다. 오늘도 안 나가려면 안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일에 있어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 아빠에게 상황 상황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다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설명없는 나의 일은 엄마 아빠의 눈에는 하찮은 것이었다. 나는 노동착취를 당하는 미련한 아이일 뿐이었다. 그렇게 생각이 되자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나왔다. 엄마 아빠가 나의 일을 이토록 못 마땅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엄마는 지하철 벽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는 내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괜히 전화해서 울게 만들었다고. 대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느냐고 처음으로 새해 첫 날을 가족이 아닌 홀로 보내던 그 지난버린 어느날. 엄마는 12시가 넘은 시각, 하숙집 방에 앉아 쓸쓸히 홀로 보식각 종을 치는 모습을 TV로 바라보는 내게 전화를 걸어
"우리 딸 한 해동안 고생많았어"
라고 말해주던 사람이었다. 그 말이 너무 따뜻해서, 너무나 따뜻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따뜻함은 커녕 비참함 만이 가득했다. 알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하지만 눈물이 났다. 울고 있는 내게 엄마는 밥은 챙겨먹었느냐고 물어왔다. 홀로 방에 앉아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고민했다. 햇반을 데워먹을까 라면을 끓여먹을까. 새해의 첫 끼니부터 라면이라니, 왠지 일년이 우울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빠의 전화를 받고 나서, 어차피 울음으로 시작한 한해 라면이 첫 끼니면 무엇이 어떠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짜파게티를 끓여먹었다.

하지만 엄마의 물음에 나는 도저히 라면을 먹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밥은 안 해먹는 걸 알기에 햇반을 먹었냐고 묻는 엄마에게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무슨 반찬과 먹었냐는 엄마의 말에 있는 반찬 없는 반찬을 모두 갖다 붙였다. 파래자반, 김, 계란후라이, 참치 그리고 김치.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빨갛에 부어버린 눈으로 마스카라가 덕지 덕지 붙은 눈으로 지하철을 탈 수 없는 나는 여전히 한참을 지하철 역 벽면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어쩌면 어쩌면 엄마 아빠에게 당당할 수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초라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내 일을 하찮게 여기는 엄마 아빠에게 화가 난게 아니라, 내가 내 스스로가 내 일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작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내가 내 스스로가 당당하다면, 나는 그런 엄마 아빠의 말에 상처 받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에게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부끄러움인가 보다. 엄마, 아빠에게. 그래서 그 부끄러움을 들켜버려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엄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일까. 과연. 나는 이렇게 괜찮다라는 말을 읊조리며 가다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길을 걷게 될까. 나는 행복하다. 라는 말을 주문이 아닌 진심으로 내뱉을 수 있을까. 오늘 나는 아마도 내가 상처받기 이전에 내 눈물로 부모님을 상처받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차마 전화를 걸지 못해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시키신 부모님. 내가 속상하고 섭섭했을 거라고 말하는 부모님. 그런 엄마 아빠.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 분들 앞에 서야하는 것일까. 이대로 가면 길이 있다고 길이 보일꺼라고 내가 그길을 잘 만들어 갈꺼라고, 그래서 결국 나는 꿈이라는 곳에 당도할 것이라고.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고. 현실이라고. 맥주한잔에 안주 삼아. 지껄여본다.
오늘도.
나는.
괜찮다고.
괜찮을꺼라고.
괜찮고 싶다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