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09년 7월 31

공연장: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를 봤을 때 한동안 그 OST에 빠져있었다.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영화 자체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비욘세가 맡았던 디나 존스의 인생보다는 제니퍼 허드슨이 맡은 에피 화이트의 인생이, 그리고 에디 머피가 분했던 제임스 썬더 얼리가 너무나 좋았다.

 

에피 화이트에게 <family>를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당시 나는 많이 울었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한 사람에게 강요되는 희생이, 너무나 싫었다. 그리고 지미얼리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며 바지를 벗어버리는 사고(?)를 칠 때 함께 환호했었다. 자신을 잃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 지미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

 

<드림걸즈>는 내게 그런 작품이었다. 뮤지컬로 찾아온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도 우려와 걱적이 앞섰던 것은 내가 먼저 보았던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승우 등 스타 마케팅도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기는 했다. 한국 배우들이 만드는 <드림걸즈>는 어떤 모습일런지. 그리고 한국과 외국의 합작품의 결과는 어떠한지. 기사 등 언론에서는 김승우 씨는 그나마 괜찮지만, 홍지민 씨에게 소울의 느낌을 많이 받지 못한다고 말했고, 무대에 대해서도 호평이 많았다.

 

내가 본 날의 캐스팅은 홍지민, 오만석 씨였다. 일단 <드림걸즈>가 이렇게 웃길지 몰랐다. 매우 재밌다. 엔터테인먼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하지만 일단 오만석 씨의 노래는 실망스러웠다. 이는 나의 오만석이라는 배우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오만석이라는 배우를 개인적으로 크게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만석 씨가 부르는 노래들을 실제로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부드러운 사랑노래들은 잘한다. 하지만 강한 노래들은 임팩트가 약했다. 매우 불안했다. 물론 최철민 씨도 매우 잘 부르지는 않았다. 최민철씨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우 매력적인데, 소울 음악을 부르려니 어울리지 않는다기보다는 민철 씨의 최대치가 발휘되지 않는다는 느낌. 어쩌면 좋아하니까 괜찮아 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최민철 씨가 맡은 지미는 극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공연의 분위기 메이커. 관객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그의 모습. 너무나 좋았다.

 



홍지민 씨는 정말 엄청난 성량이었다. 솔직히 노래는 잘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단 본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좋았다. 무대 위에 서있는 그녀의 자신감이 객석에 있는 나에게 까지 전달되어 왔다. 그것은 굉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에게 압도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무대는 LED로 는데, 역시나 화려했다. 하지만, 나는 그 화려함과 21세기스러운 느낌이 나는 좋지 않았다. 내가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20세기 사람이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LED로 표현되는 무대보다는 뭔가 사람 냄새가 나는 무대가 좋다. 덜 화려하다 하더라도.

 

무대에서 소울을 깎아먹은 느낌이랄까. 엔터테인먼트 적으로는 매우 즐겁고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말 밖에는 딱히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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