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은 그저 개인의 취향일뿐.
그 무엇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
내가 꼭 보고 싶은 영화의 기사나 정보를 검색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취향이라는 것이 타인에 의해 휘둘리게 될까봐.
나는 아직까지 내 의견과 줏대를 밀고 나가는 능력이 없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아직 나의 눈과 나의 지식과 나의 감각에 자신이 없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못나게,
누군가 이름 있는 이들의 의견에 그저 다리 한 짝을 올려놓고 따라갈 수밖에.

그냥 우연히 오늘 보게 된 드라마 작가 '김수현'과 영화 <아바타>에 대한 기사가 생각이 나서,
몇 자 끄적여본다.

씨네21을 한참 재밌게 읽었었을 때,
몇 주동안 <아바타>에 대한 기사들이 끊이지를 않았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살짝 흘낏 쳐다만봐도 내 스타일의 영화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혁명이네, 어쩌네 외쳐대는 미디어를 보면서,
그래도 한 번 봐줘야 문화인답겠구나...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개봉 후 보고 온 몇 명 친구들의 극찬, 극찬, 극찬.
생각했던 것보다는 재밌을 수도 있겠어.
라고 생각하며, 영화관을 찾았지만,
역시나였다.
취향이 아닌 건 어쩔 수가 없어.

막 졸린 것은 아니었지만 지루했다.
볼거리는 훌륭했다.
하지만 감동스럽지 않았다.
나의 감정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야기의 힘이 없는 영화.
영화가 영상의 예술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야기의 힘이 없는 영화는 좋지가 않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에도 <아바타>가 별로 였다는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저 내 취향은 아니다...
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내 감상을 덮었을 뿐.

개인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그렇기에 그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걸 즐기면 될 뿐이다.
자신에게 재미가 없었던 것을 재미가 없다라고 말하고,
재밌었던 것을 재밌었다고 말하는 것.

그게.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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