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분기 일드.
카세 료 때문에 케이조쿠가 1순위 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 구조라던지
순전히 드라마적으로 본다면
<길티-악마와 계약한 여자>가 내 스타일 1순위이다.

처음에
"13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찾아 복수를 하는 여자와 그녀를 쫓는 형사가 펼치는 미스테리"
라는 한줄 평만으로는 그닥 흥미가 일지 않았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시작했는데,
우선은 감각적인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드라마 중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너무 에피소드식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물론,
<길티> 역시 매회 복수의 대상을 한명 씩 처리해나간다는 점에서는
에피소드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좀더 드라마틱하다고 해야할까?

특히나 타마키 히로시의 스타일도 마음에 들었고,
카라사와 토시아키의 캐릭터도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점점 스토리와 캐릭터들간의 감정선에 이입이 되어 버렸다.

15년전, 형부와 조카를 죽인 누명을 쓰고 20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게 된 노조미 메이코(칸노미호).
그녀는 복역 후, 그 사건의 진상을 알기 위해
자신을 누명에 몰아 넣은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된 살인.
하지만 살인 후 고통스러워하는 그녀.
그년 악마와 계약을 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한 남자.
눈 앞에서 미친 살인귀에 의해 후배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형사.
그가 믿고 따랐던 선배 형사의 실종과 의문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며,
그는 노가미 메이코를 알게 된다.

여기서 부터 시작되는 러브라인.
이 드라마는 단순하 형사물도, 미스터리도 아니었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죄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



남자는 자신이 형사라는 것을 숨기고 그녀에게 접근한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끌린다.
사랑받아본 적이 없는 그녀.
청춘을 알기도 전에 가족으로 부터도 버림받은 그녀.
그녀는 그 남자의 진심을 받아드릴 수가 없다.

보는 내내,
그녀가 그가 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받게 될 고통이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알게 되었다.
그가 형사라는 사실을.

하지만, 결국 진심을 통하게 되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그에게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는 그녀.
아. 미치 것 같은 감정선이다.

메이코 상에 협력하는 존재가 드러나면서
한번의 반전이
소름끼칠 정도로 임팩트 있게 다가왔고,
이제 메이코 상이 범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마키 히로시 군이 어떻게 대처를 해 나갈지 너무 궁금하다.

7회에서 마시마 상이 메이코 상에게
자신이 형사라는 사실을 고백하며,
범죄 여부에 대해서 물었고,
메이코 상은 단호하게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부인하고 나서 얼마나 괴로워할까라는 생각이 들고,
역시나 마시마상이 사라지고 난 후,
자리에 주저 앉아 울음을 터트리며
아직은 멈출 수 없다고 말하는 메이코 상.

더군다나,
마시마 상에게 트라우마를 안겨 준 그 살인마의 재등장도 흥미롭고
(그 남자의 살인마 연기는 정말 죽여준다.
진짜 미친 놈 같다.)
게다가 증거 날조를 도왔던 마시마 상의 선배 형사(미와 상)가
메이코의 죄를 자신이 뒤짚어 씀으로서
그녀에게 평범한 일생을 살게 해주는 것으로 속죄하려는 것도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크게 관심은 없지만,
마시마 상의 옛 연인으로 나오는 인물의 감정도 꽤나 가슴이 아프고.

갈등 구조라더지, 감정선, 배우의 연기
이 모든 게 너무나 훌륭하다.
7화에서 자신이 벗들을 구하기 위해
휘발류를 자신의 몸에 쏟아붙는
타마키 히로시는 치아키 센빠이 보다 멋있었다.

카라사와 토시아키와 칸노 미호의 연기는
정말 후덜덜덜이고.
정말 잘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마지막까지도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오늘을 기념하자.
인생에서 꿈꿔왔던 무엇인가를 포기해버린 날.
완전히 마음 속에서 지워버린 날.

오늘을 기념하자.
다른 시작을 꿈꿔야하는 날.
그래서 괜찮을 수 있는 날.

눈물은 오늘까지.
더 이상 이루지 못한 바보 같은 꿈에
괴로워하거나 아파하지 않아.

이번에,
내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스스로 포기해버린 예전과는 달라.

정말,
이제는 그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어.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예감하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그토록 어긋났을 때,
그 어긋남을 이어붙이려고 노력하지 않았어.
어긋남은,
그래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일지도 모르니까.

확인 사살 따위 당한 게 아니니까,
그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내게 말을 했었을지도.

하지만,
확인 사살을 당한 오늘,
하나의 내가 죽고,
또다른 내가 태어났다.

괜찮아.
괜찮을 수 있어.
이제 더 이상 미련 따위 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13살의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18살의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이젠, 안녕.
이젠, 안녕.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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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오지 않는다.
느낌이 오지 않는 것을 보니,
안 될 수도 있겠다.
안 되면, 안 되면,
이 길은 그냥 접으면 되는 거지.

잘 모르겠다.
지금 내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인생이라는 게 참 재밌는 게,
졸업 후 뭘 해야할지 막막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려 했지만,
나는 그만큼의 노력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자신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최선의 노력을 했을 때도,
실패를 맛보게 될까봐.
겁이 났던 것 같다.
실패하기 전에, 도전하지 말자.

비.겁.자.의.변.명.

졸업과 더불어
모 회사의 영업지원 부분에 지원을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함께 제출했다.
희망 직업란에는 기자-연출가-연출가.
라고 적혀 있었다.
풋. 하고 웃음이 났다.
이런 내가 '영업지원'?
그리고 나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슬프지는 않았다.
내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언론고시를 다시 준비하고 싶어,
그냥 아르바이트 삼아 일을 할 만한 곳을 알아보았고,
6개월 계약으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언론고시를 준비하자 했는데,
역시나 나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며칠 후,
영업지원을 했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불합격 통보 이후 한달만에,
그것도 홍보팀에 티오가 났다면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나는 고민 없이 거절을 했다.
첨부터 그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는 생각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그때 그 면접을 승낙했더라면.
아마도 나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까?

엄마가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연극영화과를 지원하고 싶어할 때,
그것을 반대하는 아빠에게,
내가 연극영화과에 지원조차 안해서,
다른 삶을 살아가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연극을 하던,
연극영화과에 가서 처절한 실패나 힘듬을 겪어본 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도,
어차피 그 시간은 똑같은 것이 아니냐고.

결국 연극영화과는 입시 실패로 불합격했지만,
여전히 그 변두리에서 서성이고 있는 나.

문득 문득 엄마의 그 말이 떠올린다.
실패가 되었던, 성공이 되었던
마음 속에 있는 무엇인가의 길은
걸어보아야 한다고.

4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는 백수생활.
1개월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어, 목표 있는 시간을 보냈고,
2개월 째는 생각없이 놀았고,
3개월 째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선택은 어렵다.
그리고 선택을 받는 것도 어렵다.

나는 내일이면,
뭔가를 선택해야 한다.

내일 이후에는,
아무 것도 뒤돌아 보지 말자.

그냥,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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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영화였다.
하지만 절대 혼자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꽤나 쓸쓸해질 것 같아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온 벗이 '별로'라는 평을 내렸다.
그래서, 그냥 잊고 있었는데....
결국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벗과는 달리 나의 평은 'GOOD'이다.

가볍긴 하지만 나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요란스럽지 않지만,
로맨스에 대한 여자의 심리를 잘 꿰뚫어본 영화가 아닐까?

대필 연애편지를 다룬 희곡 '시라노'를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재구성한 점도 좋았고,
쓰러져가는 극단을 살리기 위해 연애 컨설팅을 해주는 것도
재밌는 발상이었다.

엄태웅-이민정, 이민정-최다니엘 커플의 이야기가 교차 편집되었던 부분이
구성적으로도 마음에 들었다.
이민정이 엄태웅과 헤어지며 조개탕에 반지를 버리는데,
최다니엘은 조개 속에 반지를 넣어 이민정에게 고백을 한다.
이런 부분들이 가슴이 떨리더라.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가슴이 조금 설레는,
사랑이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재밌고 유쾌한
그런 영화였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
첫방전 예고편은 꽤나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요소가 된다.
예고편이 너무 무겁거나 어두워보이면
별로 드라마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반면, 영상이 무자게 예쁘거나 톡톡 튀는 발랄한 느낌의
예고편은 눈길은 끈다.

<시크릿 가든>은 예고편부터 눈길이 가는 드라마였다.
당신의 정체성을 찾아 준다는 카피도 꽤나 마음에 들었고,
벤치 위 키스신도 예뻤다.
그렇게 크게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현빈과 하지원의 조합도 꽤나 기대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시크릿 가든> 1회.
이거 이거 대박이라는 생각과 함께,
작가가 누구인지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너무 재밌고,
살아있다는 느낌이랄까?
캐릭터 구성도 그렇다.
까칠 도도 왕자, 주원(현빈)도 그렇고,
멋있다는 말이 더 좋은 스턴트 우먼, 라임(하지원)의 캐릭터도
생생했다.

이렇게 재밌는 대본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누굴까?
한 사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인터넷을 하고 있는 오빠에게 <시크릿 가든>의 작가를 찾아보라고 했다.
역시나, 예상한대로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 시리즈의 김은숙 작가였다.

솔직히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끝까지 열성적으로 본 작품이 없다.
오락적으로는 매우 재미있었지만,
항상 끝까지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어느샌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그런 드라마가 되었다.
항상 부자집 남자와 가난한 여자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설정이,
뭐랄까.
진부하게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예상가능한 범위의 이야기 전개라던지,
아니면 지극히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나와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더욱이 현빈과 함껙 했던 <백만장자의 첫사랑>의 경우에는,
더더욱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백만장자의 첫사랑>은 너무나 예쁘게 그린 로맨스였다.
사랑이란게 그렇게 예쁘기만 한건 아니라는 생각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그런 내가,
그런 내가,
이토록 <시크릿 가든>에 열광하고 있다니.

이전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과 <시크릿 가든>이 뭐가 다르기에,
내가 이토록 빠져들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우선, 판타지다.
이 드라마는 아예 판타지를 처음부터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심지어 소재 자체도 영혼 교환이다.
처음에는 남녀의 영혼이 바뀐다는 것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된 소재이기에 달갑지 않았는데,
4회까지 시청한 지금은,
빨리 영혼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가 살아있기 때문에,
영혼이 교환되도 진부함보다는 더욱 신선하고 재밌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 중간 주원이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난 후,
자꾸만 라임이 생각나는 장면을
아예 라임을 등장 시켜버리는 것으로 연출했는데,
그런 판타지가 너무 마음에 든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앨리맥빌>에서 앨리가 자꾸만 환영이나 환청을 듣는 것처럼
주원도 그렇제 판타지 속에 살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여러권의 시집으로 한 편의 시처럼 화면에 써내려간 것도 참신하면서도 눈길을 끌었고,
다 떼어낸 꽃잎이 주원이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자라난 장면은 조금 유치하기는 했으나,
드라마의 흐름상으로 봤을 때는 아기자기 하고 예뻤다.
판타지가 없었더라면 이 드라마는 또 그렇게 현실성 제로의
뻔하고 뻔한 변형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판타지가 있음으로서 이 드라마는 차별성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캐릭터와 대사의 힘, 연기력의 삼위일체랄까.
어떻게 그런 캐릭터를 창조해냈을까 싶을 정도로,
주원의 말과 행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빈이 너무나 잘 연기해주고 있다.
현빈이 물이 올랐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원도 매우 안정되어 있고.

대사는 정말 대박.
부럽다.
그런 대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것.

나중에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보았다.
<시티홀>의 참패 이후,
대놓고 재밌게 쓰려고 작정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김은숙 작가는 대사는 좋은데, 구성은 별 볼일 없다는 그동안의 비판 때문에,
구성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재밌게 쓰자고 마음을 먹으면,
재밌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능력이 있다는 소리일까.

아직은 4회가 끝난 초반부이니,
좀더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너무 재밌다.
주원과 라임의 감정선은 사람을 미치도록 설레게 만들고.
한번 지켜보자.
<시크릿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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