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 료라는 배우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인가?
아니다. 그 이전부터 <인스턴트의 늪>이라는 영화에 관심이 있었다. 쿠도 칸쿠로가 나오기 때문이었나?
무튼 한참을 찾아도 발견할 수 없어서 못 봤는데, 얼마전에 발견! 감상 완료!

처음에는 그냥 어느 정도 엉뚱한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했고, 시작부터 휘몰아치는 여 주인공의 독백이며 화면 편집 구성하며, 이 영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 주인공은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편집장!
인생이 점점 빈곤해진다고 느껴지던 어느날, 여 주인공의 엄마가 그녀에게 갓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갓파를 잡으러 갔다가 연못에 빠져 혼수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러면서 발견된 30년 전에 도난 당한 우체통. 그 안에는 자신의 엄마가 한 남자에게 보낸 편지가 들어있었고, 8살 때 자신을 버리고 간 아버지가 친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가 편지를 보낸 자신의 친 아버지를 찾아 나서게 된 여 주인공. 그는 친 아버지로 여겨지는 남자를 만나며 골동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빈곤한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를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상식적이고 수수한 펑크 락 가수 가스, 바로 카세 료이다! (뭐, 이 영화 속에서는 카세 료가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카세 료라는 배우의 극대치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카세 료의 머리 스타일을 보는 재미?)

처음에는 그저 소소한 재미 뿐이었다. 여주인공이 큰 인형탈을 쓰고 창문에 서 있을 때 길을 걷다 그 광경을 보게 된 아저씨가 매번 그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자기 인생의 결정을 해 나가는 것. 그리고 텐션이 바닥을 치는 주인공에게 수도꼭지 하나로 기분을 업 시켜 주는 것도. 세면대에 물을 틀고 주스를 사러 가거나, 욕조에 물을 틀고 밥을 먹으러 가거나. 물이 넘지 않을 시간에 맞춰 오려고 서두르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즐거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엄마가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그녀에게 갓파를 보여주기 위해 갓파를 잡으려고 연못에 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도. 그런 엄마가 혼수상태에서 갑자기 심장박동이 멈췄을 때, 딸이 말한다. 아무렇지 않게, 놀라지도 않고, 담담하게. 죽은 척 장난치지 말라고. 그러자 엄마의 심장박동이 정말 뛰기 시작한다. 장난친 거 처럼. 그럼 딸은 말한다. 의식이 있는 게 맞다고.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좋다.

여주인공은 친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결국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그를 떠나보낸다. 그러면서 그가 남긴 집안대대로 내려오던 창고 열쇠를 돈을 주고 받게 된다. 그 창고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진귀한 보물이 아닌 그저 흙과 모래 뿐.

상실하기 보다 고민에 빠진 그녀는 그 흙과 모래가 이전에 늪을 말린 거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 모래를 자신이 살던 곳으로 옮겨온다. 그리고 그 모래에 물을 뿌려 인스턴트 늪을 만든다. 완성되었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여 주인공에게 가스가 말한다. 재밌었다고. 그 순간. 늪에서 일어난 일은? 볼 수 없는 것은 믿지 않던 그녀 앞에 상상 속에서만 살고 있는 존재가 등장한다. 늪에서 상상의 동물이 나올 때, 정말 최고의 결말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정도의 엉뚱함이라면,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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