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감독님을 좋아한지 17년. 
17년을 한결 같이 좋아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영화를 더 많이 봤지만, 그를 좋아하게 된 원형이 연극인지라, 
그가 13년만에 들고 나오는 신작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꽃의 비밀> 
 설레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향기로 기다려야지.




**스포있음

나는 다시 공연을 봐야 한다.
나는 다시 글을 써야 한다.

근데, 이 리뷰의 제목을 뭐라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공연을 잊어버리고,
글을 잃어버리고.



오래전부터 꽤나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아마 연극열전 라인업일 때부터?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지는 몰랐다.
보고 싶은 건 왠만하면 리뷰나 감상평도 삼가자는 마음으로 공연 종료 마지막 주...
막차에 올라탔다.

본격적인 공연 얘기에 앞서....
월요일 할인으로 4만원 정가에서 35%할인을 받고자 했는데ㅠ 할인 권종 선택을 잘못하여 차액 지불.
아ㅠㅠㅠ 이런 경우 처음이었는데 처음에는 그 차액 14,000원이 어찌나 아깝던지ㅠ 티켓박스에서 컴플레인 하는 사람들 조금은 심적으로 이해는 갔으나.... 쿨....쿨...쿨하게 원칙은 원칙이다 차액을 지불했다. 나름 업계에 종사한다는 사람이 이런 거에 약해지는 모습에 스스로에게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며...

결론적으로는 4만원이 아깝지 않더라.
3시간이라는 왠만한 대형 뮤지컬 못지 않은 러닝타임에 조금은 후덜덜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2.
참 좋은 공연이었다.

최근 너무 오랫동안 공연을 안 보고, 글을 안 쓴 관계로 솔직히 내가 어떤 감정이었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좋았다'.

솔직히 1막은 좀 길기도 길었고, 1958년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좀 올드하고 과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는 남자와 다가오는 남자. 둘이 어쩌지를 못하고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울부짖을 때는.... 그게 애절한 게 아니라 뭐랄까, 오히려 익숙해서 오글거리는 느낌. 클리셰 가득한 느낌이랄까. 그러다 이어지는 강제 배드신에서는..... 뭐랄까. 여하튼 1막은 약간 갸우뚱이었는데.... 지금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니 1958년이니까.... 그러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2막은 참 좋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1막에서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납득이 가는 거 같다. 1958년의 실비아... 참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멋있는 캐릭터였다는 생각이 들고, 2015년의 실비아는 대놓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고. 현재의 실비아가 게이 친구를 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헐리우드 영화나 미드 예시 들 때 왜 나 혼자 빵 터졌지.

그리고 확실히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되는 거 참 좋았다. 첨에는 정말 너무 드라마 같은, 극적인 스토리 아니야 하는 생각을 했는데... 보면 볼 수록 참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내가 그 세계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퀴어 애즈 포크를 몇번이고 돌려보며(그 역시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 세계를 그나마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와 현재에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과거의 필립이 병원에 갔을 때 깜짝 놀랐음!ㅠ), 그리고 결국 그들이 하고 싶은 말, '사랑' '이야기' '침묵' '역사' 등의 단어들.

너에게... 나에게 '닿는다'는 표현 참 좋았다.

대사들이 참 좋았던 연극이었다. 주고 받는 것도 좋고, 내가 이렇다 저렇다 할 주제는 못되지만 문학성도 있고.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들을 돌려가면서 말하는 공연들을 종종 봐왔는데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이 공연이 참 마음에 들었다.

대본을 구할 수 있다면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작년에 대학로를 강타한 연극이 한 편 있었다. 바로 <유도소년>. 입소문을 듣고 막차를 타려 해보았으나, 연일 매진 사례. 결국 보지 못했다. 궁금함에 결국 그 해 겨울, 서울에서 부평까지 가서 이 공연을 보게 됐다. (물론, 공연만을 위해 간 건 아니었고 겸사 겸사)
부평 극장에서는 2층에 맨 끝줄. 관람을 끝낸 후에는 물음표만 머리속에 둥둥! 물론 재밌고, 재밌지 않다 라는 이분법적 감상평으로 따지자면 '재밌다'이지만... 사실 감상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는 있으나 왜 사람들이 열광했는지까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청춘 스포츠 드라마에서 한 번쯤은 본 적있은 스토리, 응칠과 응사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적 배경과 소품, 음악들이 유행에 편승하려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웃음을 위한 작위적인 개그 코드들. (이렇게 열거하니 이 공연을 재밌게 봤는가 조차 의심스러울 수 있는데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재미가 없지 않다. 기대가 너무 높았을 뿐) 그래서 이 작품은 나에게 물음표로 남게 됐다. 대학로에서는 200석이 안 되는 작은 극장이었는데, 부평은 극장이 커서 그 느낌이 전달되지 않은 거라고 스스로 원인을 규명하면서...

그래서 올해, 다시 아트원 씨어터 3관에서 공연을 올린다 했을 때 확인해보고 싶었다. 감동받지 못한 이유가 정말 극장 크기 때문이었는지.
그런데 정말 극장 때문이었나보다. 물음표는 어느새 느낌표가 되어 둥실 둥실 떠 다닌다. 너무 좋아!!!!!!! 너무 너무 재밌어!!! 진짜 대박!!!!!

솔직히 위에 언급한 통속적인 스토리, 향수 가득한 소재와 음악, 개그 코드가 바뀐 건 아니다. 그것들은 여전한데... 소극장에는 그 모든 것을 뒤덮는 배우가 있었다. 내가 왜 처음 소극장 연극을 좋아하게 됐었는지 생각난다. 배우와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배우의 숨결이 느껴져서. 관객을 무대 속으로 끌여들어와서.

배우의 땀과 열정, 호흡이 그대로 느껴지니 몰입이 더 잘 됐다. 사실 관객들 때문에도 너무 너무 재밌었다. 관객들 리액션이 장난 아니었음. 배우가 짝사랑에 가슴 아파할 때, 들려오는 탄식과 탄성. 진짜 같이 안타까워 해준다는 느낌이랄까.

청춘, 풋사랑, 열정에 관한 뻔하고 뻔한 얘기들이 가슴 팍에 팍!!!하고 꽂혀서 솔직히 조금은 눈물이 났다.

유도를 왜 하냐는 질문...
요셉이 술에 취해 경찬에게 하는 말들.
그 때 선배는 웃고 있었어요.
운동을 왜 하냐고 묻는 경찬에게 재밌으니까, 라고 말하는 민욱.

살짝 오글거릴 수 있는 말들이 어찌나 가슴을 후벼파던지.

그리고 화영의 '감정의 색깔'.
아- 최고의 대사이자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가장 잘 설명한 디테일한 심리묘사 ㅋㅋㅋㅋㅋ
진짜 좋았다. 봉구 설정도 그렇고.

그리고 우리의 박해수 배우님!!!!! 아아아아아- 넘 잘하신다! 첨에는 고등학생 역이라니... 내가 이입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걱정은 NO, NO, NO. 연기를 잘하면 다 커버가 되는구나 싶었다. 정연 배우 역시 나이와 살짝 안 맞아보이는 게 있었지만 그래도 그 털털함이 나쁘지는 않았고. 차용학 배우. 처음 본 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였었나? 무튼 그 뒤로 간다 작품에서 종종 보았는데... 나한테는 참 매력적인 배우이다. 내가 배우 이름을 잘 못 외우는데 비교적 쉽게 외운 배우. 뭐- 이런 건 중요하지 않고. 이번에도 꽤 괜찮은 느낌이다.
그리고 오.의.식. 두둥!!!!!!! 얼마전 <로기수>에서도 참 좋았는데... <유도소년>에서는 거짓말 안 하고 미칠 듯 좋다!! 아, 연기에 감칠맛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 거라면! 하하하-. 배우들의 합도 너무 너무 좋구!

너무 너무 좋았다,
에서 끝났어야 하는데.
세번째 <유도소년> 관람.
바로 전에 너무 재밌게 봐서 실망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간혹 그런 공연들이 있다) '실망'까지는 아닌데... 전만큼 좋지는 않았다. 하아- 하아-.
아쉬워. 남녀 주인공을 빼고는 캐스트가 다 바뀌었는데... 이전 캐스트에 비해서는 살짝 약한 느낌. 특히 두 명은 솔직히 불안 불안할 정도였다. 물론 이 공연을 처음 봤다면 엄청 재밌다고 했갰지만.

배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극장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이게 바로 연극이며 무대인 거 같다. 그래서 아쉬울 때도 있지만, 또 감명 받게 되며 계속해서 찾게 되는.
극장과 배우의 중요성을 느끼면서도, 살아숨쉬는 공연의 매력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드림걸즈>를 봤던, 그 때의 그 감정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참 많이 흥겨워했고, 뭐가 그리 아팠는지 참 많이 울었다.

그래서 2009년 다시 무대에서 <드림걸즈>를봤을 땐, 걱정이 앞섰다. 그리곤 엄마 오리를 잊지 못하듯 뮤지컬 <드림걸즈>는 내게 실망이 되었다. 지금 기억하는 이유는 '소울'이 느껴지지 않아였던 것 같다. 그리고 2015년에, 6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드림걸즈>. 사실 기대보다도 찾아온 기회이자 의무였다.

무대와 앙상블이 전처럼 화려하지 않다는 건 다른 리뷰를 통해 봤었다. 하지만 잘 기억 나지 않지만 2009년 당시에는 화려한 무대도 나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그 당시 소울 가득해야 하고, 향수 가득해야 하는 무대가 화려한 LED로 채워지는 게 싫었었다. 그래서 인지... 나는 이번 무대가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의상과 안무는....... 하아- 하아-.

게다가 캐스팅도 사실은 원했던 배우들이 아니었다. 최현선, 박은미 배우. 박은미 배우는 좀 궁금하긴 했으나, 최현선 배우는... 글쎄. 사실, 에피라는 캐릭터를 가장 애정하는 입장에서 차지연 배우의 공연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최현선 배우도 좋았음. 참 잘 어울리셨다. 그리고 잘 하셨고. 박은미 배우는 살짝 매력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감정이 있는 배우인지라 OK!

이번 공연 최고의 수확은 박은석 배우. 이 분은 <주홍글씨>에서 눈 여겨 보게 됐는데... 좋아 좋아 좋아!! 원래 최민철 배우를 좋아하는데... 박은석 배우 완전 매력적임! 매력덩어리! 이렇게 공연에서 관심가는 배우를 만나게 되는 게 참 좋다.

이번 공연은 좋아하는 넘버들을 라이브로 듣게 된 것에 만족한다. 작품이 전반적으로 엄청 좋다의 느낌은 아니지만 음악이 주는 힘은 위대한 거니까. 그리고 스토리 역시!

기회가 된다면 차지연 배우가 부르는 넘버들은 라이브로 한번 들어보고 싶다!



지난 번에 충무아트홀에서 올라갔을 때,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고, 동양예술극장에 다시 오른 공연을 보게 됐다.

사실 2인극에 살짝 관심이 있다. 두 명으로 이끌어내는 스토리라... 매력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심리 스릴러(?)라니. 기대를 한껏 품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날의 캐스트는 박호산 배우와 김철진 배우.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이 바로 박호산 배우이다. 사실 <빨래>나 <내 사랑 내 곁에> 같은 뮤지컬을 봤을 때 박호산 배우가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갈매기>라는 연극을 봤을 때도 그리 호불호가 있는 배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애정이 폭발한 공연이 있었으니 <벚꽃동산>. (<올모스트 메인>과 뭐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벚꽃 동산>의 경우, 작품 자체가 만족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박호산 배우의 연기 스타일과 화해를 한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 호산 배우의 연기 스타일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동화되게 되어버린. 정점을 찍은 게 <줄리어스 시저> 라는 작품. 왜이렇게 섹시하신 건지. 중년 남성의 섹시함을 (나, 너무 없어보이나 ㅋㅋ) 정말 100퍼 어필해주셨다. 그러고 나니 그저 좋아지는 단계로. 뮤지컬 <러브레터>도 좋았고, 이번 <도둑맞은 책>도 최고!!! 진짜 잘하신다. 너무 너무 너무.

무대 활용이나 조명, 음악도 너무 좋았다. 다만... 스토리가... 2/3까지는 솔직히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뒷심이....ㅠㅠ 마지막이 루즈하다고ㅠㅠ 더 이상의 기대감도 사라지고. 무엇보다 이해가... 잘 안 갔다. 나름 공연을 본다면 본다는 사람이도, 스토리텔링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모.르.겠.다.
결론이 뭔지도. 내가 뭘놓친 건지... 머리가 나빠서 혼자 이해하지 못한 건지... 함께 본 후배에게 물어봤지만... 우리 모두는 미궁 속으로.
멋있고 꽤 그럴듯한 작품이지만. 배우의 연기를 보기 위해 충분히 다시 볼 의사가 있는 작품이지만... 뭐랄까.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듯 싶다.

뭐, 그래도.
결론은 박호산 배우님... 사...사... 좋아합니다.
좋은 작품 많이 해주세요!
보러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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