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연극제. 이번 서울연극제 작품은 빼먹지 않고 다 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나의 관심의 깊이가 이 정도 뿐인다보다. 쉽지가 않다. <만주전선>도 꽤 보고 싶었는데 놓쳐버렸고. 그나마 <씨름>을 본 게 다행이다.

스토리가 그리 많이 땡기지는 않았지만 (사실 이런 표현이 좀 우숩긴 하지만 ) 전통 연극을 보고 싶기도 하고, 위에서 밝힌 것처럼 서울연극제에 나처럼 우매한 관객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어줍지 않은 생각도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김동현 배우가 보고 싶기도 했다. <헤비메탈 걸즈>에서 워낙 매력적이셨어야지. 하핫!

여하튼 그렇게 보게 된 <씨름>. 간만에 참 좋은 소극장 연극이었다. 영상을 쓴 부분은 극장 구조와 잘 어울리지 않아서 그랬는지 활용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씨름판을 연상케 하는 동그란 단순 무대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마을 한구석 나무도. 나중에 아버지의 죽음을 나무가 부러지는 것으로 연출한 게 참 좋았다. 은유가 너무 훌륭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사람이 소 탈을 쓰고 나와서 보여주는 연출도. 왜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이 이 작품을 우화적이라고 했는지 잘 알 것 같다. 연출이 너무 너무 좋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무엇보다 스토리. 참 좋더라. 한국 전쟁과 그 이후 산업화에 관련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비단 이 스토리가 과거가 아닌 현재에도 대입된다는 게, 이 작품이 가진 힘이 아닌듯 싶다. 인간의 이기.

분면 나쁜 게 맞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만은 할 수 없었던 주인공 남자의 삶. 욕망, 그리고 욕구. 권선징악 따위는 없고 결국은 그렇게 살아가는 게 삶이라도 말하는 풍자를 가장한 현실.

솔직히 본지가 쫌 돼서 완벽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괜찮았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p.s 정말 중요한, 고요한 클라이막스 씬에서 뮤지컬 <빨래>의 쿵짝 쿵짝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씨름은 동양예술극장 2관이고 빨래는 1관이었다) <빨래>의 모든 노래를 외울 수 있을 정도이기에 가사까지도 들리는 느낌이랄까. 하- 내가 민망한 이유가 뭘까. <빨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고... 참... 애매모호하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