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초대권이 생겨서 동숭아트센터에서 하는 <조씨고아>를 보러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동숭아트센터에서 하는 <조씨고아>에 대한 정보만 좀 찾아본 상황이었다.

무협 활극이란다.

흠흠흠.

무협이나 활극을 좋아 하는 건 아니지만,

중드 (중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친구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면서 흥미를 표했고,

나 역시 뭔가가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내가 국립극단의 <조씨 고아>를 보게 될 지는 모르고,

국립 극단에서도 똑같은 작품을 올린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더 유심하게 살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갑자기 당일 데이트를 요청했다 .

피곤한 일정이어서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말을 하고,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묻자

명동예술극장에서 하는 <조씨고아 : 복수의 씨앗>을 보러 가자는 것.


두 말 하지 않고 코오오오오오올!!!!!!


결국 동숭의 <조씨 고아>보다 더 먼저 명동의 <조씨 고아>를 보게 되었다. 

원래도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단, 고선웅 연출(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고선웅 연출님의 '푸르른 날에'를 좋아하는 거지만)의 작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보게 된 <조씨 고아>.

나....

진정.....

죽.는.줄.알.았.다.


우선, 나는 동숭 <조씨 고아>가 무협 활극이라서... 막 칼싸움 있고 날라 다니고 그런 내용일 줄 알았다.

뭐... 동양의 <햄릿>이라고 했기 때문에 비극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이 정도 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

고선웅 연출님께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극 제목이 <조씨고아 : 복수의 씨앗>인데... 1막 까지... 조씨 고아가 안 나온다ㅠㅠㅠ

나는 진짜 조씨 고아가 주인공일 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공은 조씨 고아가 아니라 조씨 고아를 거두어 키운 '정영'이었다.

와....

이런 선택과 집중.

솔직히 말하건데, 스토리만 놓고 보자면 대하사극 막장 드라마를 집약해 놓은 듯한 내용이다.

하지만 그게 진정성을 갖게 된 것은, 그 안에 한 인물에 대한 연구(?). 

정말 정영이라는 캐릭터와 하성광이라는 배우 때문에 미춰버리는 줄 알았다. 

그냥 이 스토리를 드라마로 푼다고 하면 당연히 조씨 고아가 주인공일 텐데,

이번 작품에서는 정영이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배치한다. 

나는 그게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정말 1막에서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몰랐다.

솔직히, 정영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태도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거의 비중이 없었다던) 정영 부인이 외쳤던 (정확한 대사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사들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자기 자식까지 희생하면서 그가 지켜야 할 약조, 신의라는 게 과연 무엇이길래.....


정말,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가 이해가 되고 ,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가슴이 아파, 울고 또 울었다.


인터미션...

눈물을 훔치며... 지인에게... "이거 이런 작품이었어ㅠㅠㅠ 이렇게 힘든 작품이었어"


2막은 생각보다는 빠르게, 가볍게 흘러갔는데..

정말 커튼콜이 대박이었다.

모든 복수를 성공했건만... 정영은 자기가 조씨 고아를 지키기 위해 희생 시켰던 사람들의 영혼 틈,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막 속으로 사라진다. 

그게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안 좋은 부분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데.. .해설자 처럼 나오던 여배우가... 나비를 들고 와서 마지막 내레이션을 하는 건...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다.)


커튼콜에 맨 마지막에 하성광 배우가 나오는데...

정영이라는 캐릭터랑 겹쳐 보이면서..

또 그 커튼콜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나는 고선웅 연출님의 비극을 희극화 시키는 연출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하성광이라는 배우.

이번에 처음 이름을 익혔는데...

나중에 기사랑 리뷰들을 찾아보니까.... ㅎㅎㅎㅎㅎ





"하성광, 다들 왜 이 배우에게 난리인가…'조씨고아 복수의씨앗'"

"고선웅 이름 보고 들어가 하성광 품고 나왔다:


나... 너무 너무 동감한다.

정말..... 너무 너무 훌륭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수없이 소비된 이야기로 어떻게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모범 답안을 보여준 공연이 아닌가 싶다.

막장을 수작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너무 부러웠고, 정말 좋았던 작품이었다.

신뢰와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극단과 연출, 배우, 이야기를 만나 참 행복 했다.


P.s 내가 공연을 본 날은, 故 임홍식 배우가 돌아가시기 약 10일 전이었다.

그날도 임홍식 배우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었다.

대사를 잘 알아 들을 수 없어서 지인과 함께... 몸이 많이 좋지 않으신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었다.

그 후에 접하게 된 故 임홍식 배우의 죽음.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자신의 배역을 다 끝 마치고... 숨을 거둔... 그 배우의 삶.

그 삶을 어떻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씨 고아:복수의 씨앗>은 여러 의미에서 나에게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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