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입장.
 

오빠 :
서번트 신드롬 이거 깜이 되겠는데..

동생 :
깜이 되겠다는 의미가?

오빠 : 
서번트 신드롬에 걸린 사람에 대한 사진 인터뷰....자료 조사한 다음에 서번트 신드롬인 사람에 사랑과 영화..

동생 :
영화 레인맨.

오빠 :
그러나 결국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부각시키면서.. 레인맨 지금 봤는데. 이건 우애로 끝나는 거고..

동생 :
소재는 좋지. 사실 그런 신드롬이라던지... 나는 그 서프라이즈 익스트림(?)인가에 나오는 것들만 보면.. 다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오빠 :
천재성에 대한 인간에 욕망과 덧없음.. 서프라이즈 익스트림에 나오는 소재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 거든... 서프라이즈 익스트림에 나오는 것이나 EBS 거시기 등에 나오는 거나 이런 저런 것 많이 봤지만. 서번트 신드롬. 이건 확실히... 스토리가 나올 듯... 상업적이긴 하지만... 국내 영화에서의 소재의 특수성도 그렇궁... 사전 인터뷰나 조사 좀 하면 스토리는 막생길듯...

동생 :
지금 오빠간 준 플롯만 가지고는.... 솔직히 근데 지금 오빠가 말한 걸로는...... 우리 나라 영화에서 지금 또 <다슬이>라고 있어... 이 방향성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어떻게든 가능은 하지. 팔리는 것이냐 의미있는 것이냐.. 상업성을 선택할 것이냐 예술성을 선택할 것이냐인데. 잘 팔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오빠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 유리한 소재라는 거야..

동생 :
천재에 대한 인간의 욕망 이런 거 필요 없고... 자신의 뱃속을 채우기 위해서 서번트 신드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범죄(?)나 희대의 사기극을 준비하려는 사람이 있는 거야.
오빠 :

마지막에 서번트 신드롬인 사람이 뒤통수 치는 것...ㅋㅋㅋ

동생 :
그치!

오빠 :
유주얼 서스팩트 혹은 박신양 나온거..

동생 :
박신양 나온 게 뭐지?

오빠 :
성형수술한 형으로 나와서 형한테 사기친사람들 다 복수하는것.. 내가 좋아하는 건데. 백윤식, 여자는 염정아..

동생 :
... 뭔지 알겠다.. 범죄의 재구성

오빠 :
ㅇㅇ

동생 :
응응~ 팔리려면 그렇게 가야하는 거고... 예술적으로 가려면.. 아까 오빠 말 처럼... 한 사람한테 집중해서..

오빠 :
소소한 일상과

동생 :
그가 겪고있는 고통과 고뇌를 다뤄야 하는 거지.

오빠 :
천재성이란 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두가지 시각. 경외와 멸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노통의 말이 떠오른다..

동생 :
갑자기 왜 이거에 꽂혀가지고~

오빠 :
학교 내부 커뮤니티에 웃게에서 이 신드롬이 나왔는데.. 헬기에서 본 도시에 모습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 다 묘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너무 소재가 좋다는 생각을 해서.. 보니 레인맨이 있긴했는데.. 다르게 갈 수 있는 여지가 너무 풍부하더라궁..

동생 :
오빠가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소재는 다른 사람들도 다 매력적이라고 느껴... 하지만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소재와 스토리텔링만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야.

오빠 :
하긴 너 처럼 능력 딸리는 사람은..ㅋㅋㅋ

동생 :
오빠는 소재를 발굴해내는 능력이 있고, 나는 소재를 발굴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능력이 있을 수 있지만, 좋은 문장과 좋은 단어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없지.

오빠 :
그렇쥐...

동생 :
뇌를 다룬.... 글을 써보고 싶기는 해... 이런 것처럼 천재성 이런 건 아니고........ 사랑에 관한 거지만... 뇌에 관련되게.....

오빠 :
좋은 문장과 좋은 단어을 쓸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거 나한테도 해당하는 거니? ㅋㅋㅋㅋ

동생 :
응응~ 너한테도 해당돼. 오빠 글은... 차라리 시면 시이지.. 소설이나 희곡, 시나리오, 대본 등은 아닌 거 같아. 오히려 시는 나쁘지 않을 듯.

오빠 :
당연하지. 그걸 목적으로 쓴적이 없으니까..

동생 :
중간이 없는 거지.. 시나 혹은 이성적인 글.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글. 목적을 가지고 써도. 내 생각에는.. 흠흠흠.

오빠 :
그래... 근데 중간 중간 대사에 특이성이 나올 수 있을 것도 같긴한데..

동생 :
써보지 않고는 장담할 수 없는 거고....

오빠 :
ㅇㅇ

동생 :
김기덕 아멘 봤어~?

오빠 :
언제꺼야? 아리랑 이후야?

동생 :
가장 최신작.

오빠 :
보내줘

동생 :
영화관 가서 본 거야. 그거는 다시 개봉 안 한다고 하는 거 같던데.

오빠 :
아리랑에 여운이 아직도 맴돈다.. 진짜 많이 울었는데.. 그거 보면서.. 시파. 이건 어떤 감정때문에 우는건지 알수가 없었는데, 그냥 눈물이 너무 흘렀어.. 웃기지 어떤 감정 때문에 우는걸질 알 수 없는데 눈물이 난다는거..

동생 :
왜 웃겨.. 나는 잘 그러는데...

오빠 :
슬파다.

동생 :
물론 그러고 나서... 나중에는 깨닫지만...

오빠 :
불쌍하다. 아름답다. 그립다. 이런 이유가 있잖아.. 근데 아리랑은 참 감정을 알 수 없는 느낌으로.. 그랬음.

동생 :
그 영화 안 봤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아리랑의 흐름과는 전혀 무관한 영화임)

오빠 :
릴리 슈슈. 보내줘..

동생 :
담주 중이나 연말에 줄께.
오빠 :

ok.

동생 :
집에 1테라 짜리 외장하드에 있음...

오빠 :
dd
ㅇㅇ

동생 :
그거랑 <렛미인>

오빠 :
여튼 보내줘.

동생 :
추천할 만한 거 줄께~

오빠 :
글을 잘 쓸수 있다는거. 특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남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거 정말 부러운 능력임..ㅋㅋㅋ 노력해라!!!!ㅋㅋㅋ

동생 :
http://www.~~~~
여기 지원할라구.

오빠 :
합격하면 괜찮긴하겠네... 커리어상으로..

동생 :
요번 년에도 거기서 본 공연들.. 다 좋았거든...

오빠 :
근디.. 여기 취업해서 특히 positioning할때.. 잘해..

동생 :
그게 살짝 고민...

오빠 :
슬슬 해당분야에서도 니 분야를 한쪽으로 몰아가야 할 시점이야 이젠. 마치 석사때는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박사때는 한쪽을 파야하는 것처럼. 연출부로 가기엔 니 능력이 부족하고

동생 :
응응 프로듀서로 나가기는 해야할 것 같아......

오빠 :
프로듀서쪽으로 하기에는 니가 소망하는 바와 조금 다르고..

동생 :
프로듀서로 갔다가... 자리 잡으면... 능력 만들고...하면..

오빠 :
능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잖아..

동생 :
그치.. 단기간에 보는 건 아니고.. 40 먹어서라도.. 할 수 있는 거잖아.

오빠 :
여튼 이젠 예전과 다르게 슬슬 포지션잉을 적절히 해야해..

동생 :
일단 하고 싶은 거 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오빠 :
미래도 생각하면서...

동생 :
응응... 그래야지..

오빠 :
key
임 현시점에서.

동생 :
근데, 뭐 받아줘야 이것 저것도 가능한 거지... 이렇게 말해놓고 떨어지면 말짱 도루묵인데.

오빠 :
ㅋㅋ

동생 :
또 방황하면서.. 뭐 해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거고. 근데, 이렇게 까지 망설임 없이 쓰고 싶은 곳은 또 나오기 쉽지 않은데..

오빠 :
/파일 전송/ 아 우선 서류라도 경험삼아서 볼까... 내정자가 있다고는 하던데... 최소 3300만원. 수당 빼고.


...중간 생략...

동생 :

일단 무조건 써보는 거야.. 무튼 쓸만한 곳 있으면 내정자가 있든 없든.. 다 써봐... 오빠는 돈 많이 버는 곳으로 가라.. 내가 살아보니까... 그게 최고더라... 근데 이미 나는 틀린 것 같고...(당분간은.........젊었을 때는... 어렸을 때는,,, 30대 초반까지는) 오빠라도 노선 잘 타서... 시작해. 정말 시작이 커. 오빠 말대로..

오빠 :
ㅋㅋㅋ

동생 :
나는 키를 잘 잡을 터이니,

오빠 :
무조건 큰 직장

동생 :
오빠는 시작을 잘해.

오빠 :
높은 직장. 갑기관

동생 :
응응. 무조건.

오빠 :
을병정 말고

동생 :
응응..무조건 무조건.

오빠 :
똥싸야해.. ㅋㅋ

동생 :
ㅋㅋㅋ

오빠 :
안녕

동생 :
가라.

오빠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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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있던 자리

                                       - 천양희


잎인 줄 알았는데 새네
저런 곳에도 앉을 수 있다니
새는 가벼우니까
바람 속에 쉴 수 있으니까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을 보고 있을 때
내 뼈가 자꾸 부서진다
새들은 몇번이나 바닥을 쳐야
하늘에다 발을 옮기는 것일까
비상은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었다
한수 앞이 아니라
한치 앞을 못 보았다
얼마를 더 많이 걸어야 인간이 되나*
아직 덜 되어서
언젠가는 더 되려는 것
미완이나 미로 같은 것
노력하는 동안 우리 모두 방황한다
나는 다시 배운다
미로 없는 길 없고 미완 없는 완성도 없다
없으므로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
뼈가 자꾸 부서지는 오늘.
바닥에서 비상을 꿈꿔야 하는 나날들.
방황하며 노력하려는 순간들.
너와 나,
그리고 또다른 너와 나에게 힘들었던 하루.
한치 앞을 모르는 세상사에서
오늘은 이 시가 그나마 차가워진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가 되었다.
너에게도.
부디, 그대들에게도
내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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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담배를 핀 게 언제였을까.
스물 한 두살.
사랑에 꽤나 아파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좋아하던 사람이 몇 개비 남기고 간 담배. 그 담배를 보며 슬퍼하는 친구를 지켜 보며, 대신 그 담배들을 다 태웠다. 담뱃갑에서 줄어드는 담배처럼, 빨간 불을 내며 타들어가는 담배처럼, 금방 공기 속으로 사라져버릴 담배 연기처럼 그 친구의 슬픔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피운 담배.
하지만 즐기지는 못했다.
제대로 피울 줄도 몰랐고,
담배를 피면 몽롱한 기분을 느낀다던 고등학교 선배들처럼 좋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그저 나는 금기시 되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뒤로 아주 종종 술을 마실 때 담배를 찾곤 했다.
유일하게 내가 담배 피는 모습을 보여준 친구들.
담배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유일하게 용납하는 담배를 피워도 괜찮은 단 한 사람, 나.
술에 취해 담배를 찾았다가도 항상 그 한 갑을 다 태우지 못하고 버리곤 했다.

스물 넷.
처음으로 담배 맛을 알았다.
내가 이제야 담배를 제대로 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아이러니하게도 왜 내가 담배를 피면 안 되는지도 깨달았다.
이내 찾아온 목의 고통. 물론 당시의 컨디션 때문이었겠지만 편도선이 부은 것처럼 침을 삼키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한 대의 담배와 감기를 교환한 그날 밤. 그토록 담배를 피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놓고, 며칠 뒤 두꺼운 외투까지 입고 베란다로 향한 내가 있었지만.

담배를 피는 아저씨 뒤에서 연기를 피해 몸을 45도 각도로 기울이는 나와는 모순된 나. 오빠가 일본에 다녀와 친구들의 선물용으로 사 온 담배 한 갑을 빼앗아 온 나. (근데 여동생한테 그걸 순순히 주는 우리 오빠는 뭐냐. 대체.)

나를 스치고 간 담배들은 일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잊혀져 갈 때쯤 한 번씩 내 앞에 나타났던 것 같다. 그래두 한 2년 정도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중간에 한 두 번쯤 피우기는 했지만)

스물 아홉을 열 하루 남겨둔 오늘.
아주 오랜만에 다시 담배 한 개비를 집어들었다. 이불을 둘둘 말고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너무 오랜만에 피는 담배라 그런지 마치 드라마에서 담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그러하듯 기침이 나왔다.

역시나 좋은 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꽤나 오래 담배를 피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삶이 너무 어려워서.
담배 따위 의지도, 위로도, 용기도 될 수 없다는 거 아는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볼 그 시간이 필요해서.
아니, 생각으로 가득한 그 시간이 필요해서.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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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이유없이, 너무나 우울했다.
아니, 이유 없다 여기며 우울해했다.

미숙하고 완벽하지 못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탈하게 큰일을 해결했으니
그리 슬퍼하거나 우울할 것이 아니었다.

일 때문에 욕 좀 먹고, 많은 이들을 힘들어하게 만들어 조금은 찝찝하고 짜증이 났지만
불가항력이 너무나 심했기에 자책에 휩싸일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옥죄어온 그것.
숨통을 막고 왈칵 눈물이 나게 만든 그것.
그것의 존재를 알 수가 없었다.
완벽하지 못함. 그것에 따른 불만족.
그것만은 아닌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암흑은 아니았지만
희뿌연 안개가 가득한 어딘지 모를 길을 걷고 있는 듯한 그 느낌.
자꾸만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그런 밤이 지났다.

그리고 아침.
그 하루가 지난 다음날.
씻다가 문득 한 단어가 생각났다.

스.포.트.라.이.트.

내가 받지 못한 그 스포트라이트.
내가 받을 이유가 없었던 그 스포트라이트.
하지만 서 있어야만 했던 그 자리.
나를 비켜간 그 무수한 불빛들.
그 자리에 있었지만 받을 수 없었던
스.포.트.라.이.트.
어쩜 나를 그토록 괴롭힌 건 그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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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하루였고,
지친 일주일이었고,
지친 일년이었고,
지친 스물여덟해였어.

목구멍에 울음이 걸려있네.

반문하지 못했던 거,
그대들이 틀렸다고 말하지 못했던 거,
그건,
나 역시 떳떳하지는 못했기 때문이야.

뭐라고 해야할까.
방관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손을 놓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정신 한 구석을 그 어느 산골짜기에 숨겨놓고
살았던 것 같아.

헛말이 튀어나오고,
헛글을 끄적이고.

기억은 파편처럼 흩날리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다가
결국, 견디지 못하는 것뿐 아니냐고 하다가,
그냥, 견뎌야 하는게 삶이라는 사실이
진짜, 못견디게 싫어진다.

서 있는데 비틀거리고,
걷는데 누워 있고,
그렇게 모든 삶은 슬로우모션처럼.

어지러워서 이리 저리,
삐굴 삐굴.
떼구르르르르.

그렇게 굴러다니는 생각의 단상들.
오.늘.
그리고 어.제.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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