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통영에 갔을 때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랐다.
전망을 봐야 하건만, 안개 때문에 한치 앞도 볼 수가 업었다.
정말 백색 스크린을 보고 있는 듯.
그대로 폭 감싸안기면 나를 그대로 포근하게 안아줄 것만 같았다.
그러다 바람이라도 불면
살짝, 아주 살짝 저 아래 모습을 보여주고 다시 안개로 뒤덮였다.
그게 아쉽기보다는 신기했다.
정말 안개라는 게 무섭고도 신기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그렇다.
무섭고 신기하다.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듯,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불안한데. 궁금하다.
앞에 뭐가 있을지.
한걸음 내딛으면, 나는 산꼭대기에서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버리는 걸까.
정말 아무 것도 없을까.

요즘 시시때때로 중얼거린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어쩌다,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게 되어버렸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지.
눈물이 스며나올 정도로 좋아하는데,
왜 나는 달려가지 못하지.
달려가지 못한다는 건, 내 모든 걸 다 걸지 못한다는 건,
결국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잖아.
그럴까.
나는 간.절.함이 없는 것일까.

이사를 간다.
낯선 사람과 함께 살아야한다.
20살,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이후, 낯선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하지만 아무일이 되려고 한다.
내가 선망하던 직업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살게 되다니.
나는 무섭고도 두렵다.
내가 선망하던 직업의 사람 앞에서도
나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게 될까봐 두렵고,
내가 정말 그 길로 뛰어들게 될까봐 그것도 두렵다.

어떻게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타인이었을 뿐인데.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되었는데.
나는 그 분 앞에서 내 꿈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게 내 꿈이 맞기는 한 걸까.
그 분이 누군지 조차 몰랐던 내가.
그 분의 직업을 선망해왔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은 어디까지 해야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좋아하는 것일까,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일까, 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안개가 걷히면, 나는 어느 곳 위에 서 있게 될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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