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스토드(Liebestod), 죽음의 사랑.
독일어로 리베(Liebe)는 사랑을, 토드(tod)는 죽음을 뜻한다.

<사랑과 문학의 테마>라는 강의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배우면서,
리베스토드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리베스토드라는 말이 참 좋았다.
(그때 잘못 필기하는 바람에 한동안 '리베스토'로 알고 있었지만;;;)
죽음의 사랑.

사람이 한 번 태어난 이상 그렇게 처절하고도 치열한 사랑을 한 번쯤은 해봐야하지 않을까?
어렸을때부터 존재했던 나의 멜로병.
그래서 생각했다.
리베스토드라는 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그 사람과 만나겠다고.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제목을 '리베스토'로 해놓고
그 말의 뜻을 아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생각해보니까 잘못 알아 적어놓고 그랬다는 게 우습기도 하다)

헌데, 정말 그 말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상대가 정확하게 그 뜻을 문자로 보내왔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결국 그의 손을 잡지는 못했다.
그 말에 내 심장이 반응했다고는 하지만,
혹은 그 뜻을 아는 사람과 무조건 만나겠다고 다짐을 했었도,
결국 움직이지 않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감독: 황수아
출연: 강혜정, 박희순, 이승현(승리)
관람일: 2009년 4월 14일
극장: 용산 CGV



좋아하는 배우 박희순과 강혜정의 조합.
왠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소개해주는 예고편도 꽤나 괜찮아보였다.

특이한 그녀.
3년째 자살 시도중인 그 남자의 집에 무단 침입,
감금을 하기에 이르는데.
그녀가 그의 집에 온 목적은?

영화를 본 전체적인 느낌은
엄청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그래도 약간 긍정의 감정!

홍보 포인트를 '미친X의 사랑이야기'로 잡았더라면.
내가 보기에도 이수강(강혜정)은 정상의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
물론 그리고 심도 깊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가
영화 속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초반 사랑을 옹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사랑 자체를 부정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정상이 아닌 사람도 사랑은 할 수 있는 거잖아.



"아저씨는 다시 누구를 사랑하기 글렀고,
나는 누구한테 사랑받기 글렀다는 말.
아저씨가 맞는 것 같애..."

주목할 것은! 박희순.
박희순과 강혜정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아직까지 박희순이 단독 주연을 하기에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아직 <작전>을 보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며!>
이 영화를 통해 박희순의 가능성을 다시한번 느낄 수가 있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떠올리는 저 장면.
이수강(강혜정)이 참 아름다워 보였고,
그녀를 바라보는 김병희(박희순)의 눈빛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미저리>에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되기 까지.
두 사람의 모습.
서로의 상처를 보이지 않게 치유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누가 나를 집게로 집어서 분리수거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들어갈 곳은 어디일까?

재활용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아니면 섞어서 부패되는 것은 아닐까?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

오늘도 방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하루를 보내자니,
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H양과 오늘부터 도서관에 가기로 했는데,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늦으면 벌금이란 말까지 내가 먼저 했는데,
눈을 떠보니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

제길.

불행 중 다행으로 H양에게 한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치아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난 또 오늘 하루를 방 구석에서 처박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견딜 수가 없어졌다.

무조건 밖으로 나왔다.
나쁘진 않다.
나쁘진 않다.
정말 나쁘진 않은걸까?

지쳐가는 자기 위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그래서 더 괴로운.
차라리 포기가 더 쉬울 거라고,
하지만 무엇이 포기인지조차 모르는
그런 상황 속에 나는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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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눈길을 끄는 것은 현 사회를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의 힘도 있지만,
이에 못지 않은 배우들의 몫이 있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박용하와 박시연에는 별관심이 없다.
(내가 왠만큼 빠졌던 드라마의 배우들은 물불 안가리고 다 좋아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박시연은 MBC <달콤한 인생>에 빠졌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정이 안 생긴다.
뭐 싫은 건 아니지만)

그런데 다크호스는 김강우였다.
이전부터 김강우에게는 꽤나 긍정적인 느낌이었다.
(근데 김강우와 박시연은 한 소속사인가?
세트로 다닌다는 느낌이다.
영화 <마린보이>에서도 그렇고)



김강우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냥 좋았다.
지금 막 생각나는 모습은 영화 <식객>인데,
아!!!!!! MBC <나는 달린다>에서 좋아졌다.

이 드라마에서 천의 악역되어 돌아왔다.
1회에서 김강우의 연기를 보았을 때,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김강우, 극중 도우가 다른 회사를 망하게 만들때
들리는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그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손동작.
단연코 최고의 악역이다.
그리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제가 틀렸다고 말하지 마세요. 안.들.려.요."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섬뜩함.
어쩌면 이 사람은 여기서 물 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회에서 약간의 어색한 모습이 보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1회의 김강우의 연기에 비해 아쉽다는 의미이지,
절대로 연기를 못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박용하가 대체적으로 안정된 연기를 보이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박용하의 연기에 큰 느낌을 받지는 못한다.
잘 하는 연기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

반면 김강우에게는 가능성이 보인다.
그저 괜찮은 배우를 뛰어넘을.
아직은 박용하보다 불안한 연기이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무엇인가가 있다.

3회. 그가 왜 그렇게 변해야만 했는지와
그의 사이코틱한 성격이 더욱더 잘 들어났다.
그의 슬픔과 아픔.
마치 <러브스토리>의 이병헌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병헌도 그 <러브스토리>의 이중인격자 연기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는데.
오늘 살기를 띤 그의 연기.
그리고 너무나 아파보이는 그의 연기.

아. 김강우가 정말로 기대가 된다.




또 한 명의 기대주.
안경태로 나오는 (아직 극중에서는 '안경태'라는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름만 보면 <슬램덩크>의 안경 선배가 생각난다;;;)
박기웅이다.
'마징가 헌터'라는 필명으로 주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너무 정확한 예측에 윗분들의 미움을 사 감옥으로 직행.
김신(박용하)의 감방 동기가 된다.
이 안경태와 미네르바와 연관시킨 기사에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상황을 드라마에 삽입해 논란의 여지가 일 수 있다고 써 있었는데,
내가 봤을 때,
그냥 유사한 상황일 뿐 사회적인 문제와 논란이 될 정도는 아닌 듯 싶다.
그저 이러한 설정을 한 송지나 작가님과 연출에 감사할 뿐!
무튼, 중요한 것은
박기웅은 별로 좋다, 싫다가 없었던 배우였는데,
잘. 생. 겼. 다.
자폐기가 있는 연기도 일단 훌륭히 수행해내고 있다.
게다가 잘생겼으니까.
그걸로 관심 충만^^
한번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연출 : 윤성식
극본 : 송지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마초 냄새 가득한 드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
아직 3회까지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더 지켜봐야할 필요성이 다분하지만
아직까지는

"송지나 작가님, 한 건 하셨군요!"

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청률로서 나의 느낌에 확신을 실어주셨으면 좋겠건만,
그냥 송지나 작가님의 작품 중 이렇게 나를 뒤흔들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좋다.

예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BEST 3위 안에 드셨지만,
언제서부터인가
송지나 작가님의 작품이 나의 성향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5년 온 세상을 귀가시계로 만들었던 드라마 <모래시계>!
하지만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였다.
유명했지만 12살의 내가 좋아하기에는 너무 깊이있는 작품이랄까?

오히려 그 후 2000년 <카이스트>와 내가 진정한 퓨전사극의 시초로 인정하는 <대망>으로
송지나 작가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SBS 러브스토리 증 <해바라기>였다.
이승연과 이병헌 주연의 2부작 드라마였는데,
정말 이중인격 인물을 그렇게 생동감(?) 있게 그려낸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그 뒤 <태왕사신기> 등의 나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김종학 감독과 송지나 작가의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낳았으나,
그저 내 눈에는 돈을 들여 겉멋만 부린 작품으로 밖에 기억되지 않았다.
(솔직히 작품을 제대로 보지 않은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는 송지나 작가님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송지나 작가님이 다시 <남자 이야기>로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으로,
이렇게 나를 설레게.

<남자 이야기>를 봐야 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박용하와 박시연이 주연이라는 사실 외에 아는 것도 없었고,
예고편도 흥미를 끌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우연히 보게 된 1회.
역시나 어두웠다.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보고 있는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기업을 먹기 위해 조작된 언론.
그 언론에 희생된 아무 죄도 없는 평범한 시민.
그래서 무너지는 한 가정.
그렇게 형을 잃고 사채에 자신마저도 버려버리게 되는 한 남자.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스토리에 만두 파동과 한 교수의 석궁 사건에,
최근 미네르바 사건까지 끼워맞췄다는 거.
(솔직히 미네르바 사건은 신문에서 설레발을 쳐서 더욱 비슷해보이는 거지,
오늘 실제로 캐릭터의 실체를 보고 나니 아주 유사하지는 않은 듯.
약간 비슷할 뿐.)

남자라면 한 번 감옥에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는 설정과,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결국 상류층의 섹스워커가 된 여성.
이렇게 두 줄만 보면 굉장히 쌍팔년도스러운 이야기이지만,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 있겠지만,
꽤나 튼튼해보인다. 

기대된다.
제발 회를 거듭할 수록 나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말고,
송지나 작가님이 한 건 크게 해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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