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과의 짧고 짧은 하룻밤.
잠잘 곳이 없어 방황한 밤.
머물 곳이 정해질때까지 헤맬 때는
날 찾아와준 벗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
하지만,
이내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안했어.
함께 할 수 있음에, 그저 그 사실 하나로...
서울까지 올라오느냐 엄청 피곤했을텐데 괜찮다고 말해주는 너로 인해서 그냥 나도 미안한 마음 따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뻔뻔해지기로 했어.
나의 최대 장점이잖아.

내가 유일하게 이 블로그의 주소를 알려준 벗.
너와 이렇게라도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던 거겠지. 아마 나는.

어제도
나는 너를 만나기 위해 핸드폰으로 "도착했어?"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공중전화로 걸려온 너의 전화에 "청담역 8번 출구 신한은행에서 만나"라고 장소를 지정한 후,
언제 도착할지 예상할 수 없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우리가 만나는 건 이렇게 쉽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일년에 한번, 2년에 한 번 밖에는 볼 수 없는 너이지만...
어색함 따위 하나 없이 어제 만났다 헤어진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도 신기한 일일지도...
아마 우리의 10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허투루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너.
어쩜 이 글을 읽는다면 살며시 눈을 흘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네가 읽으라고 쓴거야!
고마웠다고, 즐거웠다고.
보고 싶단 말보다 보러와줘서...
고마워.

네가,
읽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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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애에 별 관심 없다.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고, 때때로 곁에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 바람은 지속성을 띄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를 원한다는 것은 내게 스쳐 지나갈 바람일 뿐이다.
이는 내가 엄청난 사랑에 상처가 있거나 그래서가 아니다.
그저 습관과 천성의 그 어딘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봤을 때 나는 남녀에 구분없이 누구와도 친할 것만 같은, 심지어 남자와 더 친할 수 있는 성격이다.
하지만 실제의 나는 남자를 굉장히 어색해하고 불편해 하는 스타일이다.
아마도 이는 엄청나게 보수적이었던 부모님의 영향이었을 것다.
이성교제를 반대하며 자식을 억압하는 부모님이 아니었음에도 부모님의 성향은 자식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내 핸드폰에 저장 되어 있는 남자의 수는 극소수이며, 심지어 환경조차 이십 몇년 째 주위에 남자가 없다.
그러면 찾아 다니려는 노력이라도 해야하는데 나느 그게 되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게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찾아 오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게 사랑라는 게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도 있다.
나는 아마도 타인 보다 스스로를 너무나 사랑하나보다.
내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없드면 내게 사랑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게 있다면 사랑 따위, 라는 마음.
물론 여성으로 자신 없는 것도 있고.

그래서 나는 나보다 날 더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렇기 이기적인 날, 사랑에 있어 못나고 못난 날 보듬아줄 사람이...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다.
오늘 남자 친구와의 교제에 있어 부모님의 반대에 붖힌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는 게 너무나 힘들면서도, 상대를 놓을 수조차 없는 그 친구가 답답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과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물론 나도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아프지도, 미칠 듯이 보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마음이 작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누구를 만나도 똑같을 거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미칠듯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면 나는,
어떤 글도 쓸 수 없을 거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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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 근면함이라고는 국에 말아 먹어버렸나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성실해질 수가 없다.
훗. 노력하지 않았기에 성실해질 수 없는 것이겠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어제.
그리고, 정말 미루고 미루고 미뤄왔던 머리를 하고 온 오늘.
(심지어 나 자신을 꾸미는 일조차에도 성실하지 못하다.)

올해 계획했던 것 중 유일하게 지켜지고 있는 운동.
하지만 어제도 하지 않았고,
오늘 멈춰버리면 내일도 멈춰질 것만 같아서,
아파트 계단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벗에게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벗이,
연합 뉴스에 김은숙 작가가 인터뷰한 것을 읽어보았냐고 물었다.

보지 않았으며, 보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벗은 말했다.
그것을 본다면 내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지 못한다.
보지 않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한다.
처음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그 드라마를 보고 싶어했지만,
송혜교가 드라마 PD로 나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드라마를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서 있지 못한 자리.
그 자리를 지켜보는 것은,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비참한 거니까.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도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나를 아프고, 비참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

벗과 전화를 끊고,
금요일에 아마추어 연극 공연을 올린
고등학교 연극부 후배들을 떠올렸다.

학생 연극일지언정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지가
이제 10년.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선생님과 꾸준히 연락하며,
대학교 때는 서울에 있었어도 가끔씩 후배들을 찾아보았고,
심지어 내가 쓴 희곡으로 후배들이 공연을 올린 적도 있었지만,
대학교 졸업과 함께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작품을 쓰라는 것도,
가끔씩 찾아와 후배들을 챙기라는 것도,
모두 모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선생님의 연락을 받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내 마지막 끈을 내가 놓아버렸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연극과 글에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던,
나의 끈이 떨어져버렸구나.
이제 연극은 내게,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라고.

선생님은 몇달 전에도 졸업생을 모아,
아마추어 연극 공연을 올린다며,
참여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내가,
그 곳까지 가서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핑계,
결국은 마음의 문제일 뿐이다.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내 마음이 얼마나 작은 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문제는 두 가지.
첫째,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둘째, 그래서 나는 한 가지가 절실하거나 간절하지 않다.

사실, 이런 넋두리를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닌데.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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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1년 01월 08일 (토)
상영관 : 씨네큐브



지난 달, 벗이 보고 싶다고 말하던 영화 였다.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사실 최근 영화에 좀 관심을 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게다가 대부분의 상영관이 이 영화를 내린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째째한 로맨스>를 봤다.

지난 주말, 혼자 영화라도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씨네큐브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이 영화가 있는 것.
벗에게 연락을 해서 아직도 이 영화가 보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콜'을 외치길래 나도 아무 생각없이 덩달아 '콜'을 외쳤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난 이 영화의 제목이 <톨스토이의 마지막 사랑> 인줄 알았다.

그렇게 사전 정보 없이 본 영화였는데,
좋.았.다.
전기 영화 자체가 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나는 왜이렇게 젊은이들의 사랑보다
중년의 사랑에 더 반응하는 것일까.

뭐, 사랑 이야기는 일단 잠시 접어두고.
우선 인상 깊었던 장면이
톨스토이 사상에 심취한 문학 청년 발렌틴 불가코프(제임스 맥어보이)가  
톨스토이의 수제자, 블라디미르 체르트코프(폴 지아매티)에 의해 톨스토이의 개인 비서로 고용되어,
톨스토이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톨스토이가 발렌틴에게 묻는다.
자네의 에세이를 읽어보았다고.
그러자 발렌틴은 너무나 감동하여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의 의미.
동경하던 사람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기쁨.
그 사람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일적으로 한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그 영광.
내 머릿 속에서 한 사람이 스치고 지나가면서,
내게도.
내게도.
라는 세 글자가 맴돌았다.

그리고,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 소피아.
톨스토이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작품의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하겠고 하지만,
소피아는 가족보다도 신념을 선택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두 사람을 언론은 심각한 불화가 있는 듯 포장하지만,
실상 두 사람은 그러한 대립 외에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신경질적인 아내와 무뚝뚝한 남편으로만 보이던 두 사람.
식사 시간에도 생각의 대립으로 말다툼을 한다.
그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주치의는 선물로 가지고 온 축음기를 튼다.
그 축음기에서는 녹음이 된 톨스토이의 목소리가 흐른다.
점차 기계화가 되는 게 싫었던 톨스토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때 그의 아내가 녹음된 목소리를 음악으로 바꾼 후 톨스토이를 꼭 안아준다.

그 모습이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만이 알수 있는
위로법인 것만 같아서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요란스러운 아내는,
남편인 톨스토이가 신념에 빠지기 전, 소설을 쓰는 것에 몰두 했을 때,
그의 글씨를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어,
자신이 필사해주면서 의견을 나누었던 그 기억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렇게 톨스토이의 작품은 그녀에게
남편과 함께 해온 사랑의 증표였으며,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그 작품은 남편만의 것도 아니었고,
당연히 사회의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히
톨스토이가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자신을 버리는 것 처럼 느껴졌으리라.

톨스토이를 너무나 사랑했던,
그래서 그 사람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그녀가
안쓰럽고 또 안쓰러워서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신념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던 톨스토이는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결국 아내는 광기에 가까운 발작을 일으킨다.

사실 서로에게 화가 나고, 싸웠을 때도,
그들은 화해를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사랑했으니까.
30년이 넘는 시간은 공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하지만, 마지막!
결국 톨스토이는 그녀의 곁을 떠난다.
아니, 결국은 떠나지 못한다.

사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지 알 수는 없지만
꽤나 가슴이 먹먹했다.

여러가지가 생각났다.
선구자(혹은 선지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
남편이 혹은 가족이 선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범한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는 거.
그녀가 저작권을 주장하는 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톨스토이가 선지자였기에,
상대적으로 그녀는 속물적인 인간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다.
(일전에 봤던 안중근 의사의 아들 이야기를 다룬 <나는 너다>가 생각났다)

그리고 한 사람을 향한 너무나 강렬한 사랑은,
사랑받는 사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거.
톨스토이가 아내에 지쳐갔던 것 처럼.
톨스토이가 자신을 떠났을 때,
살아갈 수 없었던 것 처럼.

또한 신념과 사랑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이건 아무도 정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신념보다 사랑이 하찮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회사에서는 열심히 회사일에 집중하자고 다짐을 했건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가 흩어져 있는 글들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누군가가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남겨놓은 방명록 때문이었다.
몇 달째, 아니 그 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거의 폐허 수준.
사람의 발자취도 없고, 스산한 바람만이 불 뿐이다.

그런데, 남겨져 있는 새 방명록 표시에
나도 모르게 클릭질을 하니,
누군가가 자기 생일인데 이벤트로 동명이인인 사람들한테 축하 멘트를 받고 있는단다.
그래서 자기 여친 홈피가서 축하한다는 한마디 해달라고.
안 해줬다.
(나 좀 치사한가.)

하여튼.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오랜만에 간 미니홈피에서 내 글을 읽다가,
그렇게 처박혀 있는게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기 티스토리의 글들은 지하철에서라던지
스마트 폰으로 가끔 읽으니까.

그리고,
이곳에 좀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싶으니까.
내가 본 영화, 공연, 책,
그리고 내 이야기.

그러기 위해 이 공간을 조금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미니홈피의 글들이 이곳으로 옮겨져왔듯이,
언젠간 이 곳도 황폐해져 사라지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모든 게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그래도,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삶의 흔적.
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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