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 근면함이라고는 국에 말아 먹어버렸나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성실해질 수가 없다.
훗. 노력하지 않았기에 성실해질 수 없는 것이겠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어제.
그리고, 정말 미루고 미루고 미뤄왔던 머리를 하고 온 오늘.
(심지어 나 자신을 꾸미는 일조차에도 성실하지 못하다.)

올해 계획했던 것 중 유일하게 지켜지고 있는 운동.
하지만 어제도 하지 않았고,
오늘 멈춰버리면 내일도 멈춰질 것만 같아서,
아파트 계단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벗에게 전화가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벗이,
연합 뉴스에 김은숙 작가가 인터뷰한 것을 읽어보았냐고 물었다.

보지 않았으며, 보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벗은 말했다.
그것을 본다면 내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을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지 못한다.
보지 않는 게 아니라, 보지 못한다.
처음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그 드라마를 보고 싶어했지만,
송혜교가 드라마 PD로 나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드라마를 볼 수가 없었다.

내가 서 있지 못한 자리.
그 자리를 지켜보는 것은,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아프고, 비참한 거니까.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도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나를 아프고, 비참하게 만들 것만 같았다.

벗과 전화를 끊고,
금요일에 아마추어 연극 공연을 올린
고등학교 연극부 후배들을 떠올렸다.

학생 연극일지언정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지가
이제 10년.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선생님과 꾸준히 연락하며,
대학교 때는 서울에 있었어도 가끔씩 후배들을 찾아보았고,
심지어 내가 쓴 희곡으로 후배들이 공연을 올린 적도 있었지만,
대학교 졸업과 함께 점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작품을 쓰라는 것도,
가끔씩 찾아와 후배들을 챙기라는 것도,
모두 모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선생님의 연락을 받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내 마지막 끈을 내가 놓아버렸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연극과 글에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던,
나의 끈이 떨어져버렸구나.
이제 연극은 내게,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라고.

선생님은 몇달 전에도 졸업생을 모아,
아마추어 연극 공연을 올린다며,
참여해 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서울에 있는 내가,
그 곳까지 가서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핑계,
결국은 마음의 문제일 뿐이다.

김은숙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며,
다시 한번,
내 마음이 얼마나 작은 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문제는 두 가지.
첫째,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둘째, 그래서 나는 한 가지가 절실하거나 간절하지 않다.

사실, 이런 넋두리를 하려고 시작한 건 아닌데.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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