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단독 공개로 <키딩>이라는 작품이 올라왔다. 미셀 공드리와 짐 캐리라는 두 명의 인물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년간 내 멜로영화 1위를 차지했던 <미술관 옆 동물원>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터널 선샤인>의 주역들.

 

2005년 처음, 노래방에서 <이터널 선샤인>의 예고편을 보았다. 짐 캐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노래를 부르던 나를 멈추게 했다. 그렇게 영화관으로 달려갔지만, 영화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뭔가 좋은 거 같기는 한데, 완벽하게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얼마 후, DVD를 빌렸다. (그때만 해도 DVD방이 많았는데!!) 집에서 두 번째로 보는 <이터널 선샤인>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재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을 다시 영화관에서 봤다. 그렇게 3, <이터널 선샤인>을 본 후, 그것은 내 최애 영화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짐 캐리의 진가와 미셀 공드리라는 연출을 알게 되었다. 이후 미셀 공드리 특별전에서 <휴먼네이처> (2001), <수면의 과학>(2006)을 봤다. 당시에는 <수면의 과학>이 너무 좋았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내가 겉멋이 든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수면의 과학> 장면이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떠오르고, 다시 볼 자신이 없다.

그 다음 작품인 <비카인드 리와인드>(2007)는 대중성은 있었지만 왠지 미셀 공드리의 느낌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도쿄!>(2008)는 제대로 보지 않았고, <무드 인디고>(2013)는 영화관까지 가서 봤으나 속상하게도 잘 기억에 나지 않는다.

 

나는 그 이후, 미셀 공드리를 잊고 살았는데 그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짐 캐리와의 드라마로. <키딩>

은 어른을 위한 잔혹 동화이자 힐링 동화 같다. 잔혹과 힐링이라는 말이 공존할 수 있다니. 겉멋이라고 생각했던 <수면의 과학>을 가장 많이 닮은 드라마이다. <키딩>은 어린이 방송을 진행하는 유명인 피클스 아저씨(짐 캐리)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무너져가고 다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짐 캐리의 단독 하드캐리인 듯 싶지만, 이렇게 완벽한’ ‘불완전한가족극이라니. 짐 캐리의 아버지, 누나, 아내, 쌍둥이 아들, 아내의 남자친구, 매형, 누나의 딸 등 짐 캐리의 가족을 중심으로 나올 수 있는 가족 문제는 다 나온 거 같다.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 강압적인 아버지. 성정체성이 흔들리는 남편 때문에 무너진 가정. 이혼. 심지어 치매에 이르기까지. 어찌보면 가족극의 전형적인 이야기들을 이토록 독창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니!

 

사실 생각보다 우울한 내용에 1, 2회는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3회를 넘어서기 시작하니까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상실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와 관련해 이것보다 완벽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누구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고, 이야기는 뒤통수에 뒤통수를 친다. 판타지도 섞여 있고, 어린 애들이 마리화나와 대마초를 피기도 하고, 성적인 이야기들과 대사들이 가득한 이 드라마가 이렇게 따뜻하고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짐 캐리의 연기는 여전히 대단하고.

모든 상실에 대하여,

따뜻한 위로가 되는 어른을 위한 드라마.

<키딩>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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