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상을 쓰지 않으면, 언젠가는 잊어버릴 것만 같아서,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기분.
아주 오랜만이다.

꽤나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인생의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확언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좋다.
아주, 매우, 엄청 좋다.
마음을 울린다.
눈물이 흐른다.

 

처음에는 그저 '응팔'이라는 ('응팔' 역시 재미있게 보기는 했으나 인생의 드라마 정도는 아니었다) 제작진이 만들었다는 사실,
그리고 관심이 있는 대학로 연극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것.
이 두 가지만 신경을 썼었는데,
볼수록 참... 좋으다.

 

거의 본방 사수를 하다가 이번주에는 좀 늦어져서,
볼까 말까 고민하다 오늘 9-10화를 봤다.
고박사가 이감 때문에 떠날 때 민철 씨와 대화를 나누는 씬은...
그냥 좋다고 생각했는데,
장발장이 면회를 오는 장면에서는 좀 많이 울었다.

그렇게 울다보니, 내가 어떤 장면에서 눈물을 흘려었지 궁금해졌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장발장이 출소할 때,
민철 씨가 지금까지 자신에게 절을 하고 떠난 사람들 중 아무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했던 장면이
꽤나 인상깊게 남았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나 역시 장발장이 다시 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장발장이 오늘 면회를 왔을 때)
그 따뜻함에, 어찌해야 할 지를 몰라했다.
이건 너무 따뜻한 드라마잖아.

범죄자 미화라고 누군가가 욕을 하던 어찌하던, 나에게는 그냥 따뜻한 드라마라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10화까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 주륵 주륵한 적도 있고
찔끔찔끔한적도 있는데,
주륵 주륵은...

 

고박사가 화장실에서 아내의 휴대폰으로 상사에게 문자를 보내는 씬이었다.
회사 사람들이 자신을 욕하는 카톡을 보고도,
못 본척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하면서 아내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고박사의 모습은....
화가 나면서도 슬펐다.
그렇게까지 힘든 회사 생활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내 회사 생활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 수도.
어쩌면. 내가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더 것일 수도.

 

그리고 살짝 울었던 장면은,
민석씨였나. 목공장에서 일하던 가석방 될 줄 알았다가 좌절했었던.
그 민석씨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자,
우리의 제혁씨가 하던 말.
"더 노력하셨어야죠."
그 말이 왜 이렇게 가슴을 때렸던 건지.
그 전에, 제혁씨가 음악을 한다던 교도관의 딸에게 보낸 메시지도 가슴이 아팠지만
(아마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고 했던 말이었나?)
그때 그 말도 너무 가슴이 아팠다.
결국은 "어떻게 더 노력을 하냐"는 말과,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자리인 줄 알았던 것이 그냥 운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았던그 장면이
사무치게 아팠지만....

뭐랄까.
그냥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봤을 때
쿠도 칸쿠로의 <EWGP-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가 많이 생각났다.
양아치(?)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뭘랄까 애환?
분명.. 양아치들인데, 내가 왜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드라마도 감빵 생활을 보면서 내가 왜 울다가 웃다가 아파하다 반성하다 깨닫다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랄까.

 

무튼,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드라마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그.리.고.
배우 열전!


정말 대학로 배우들 및 내가 알지 못했던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우선, 내가 2009년 경이었나? <39계단>이라는 연극에서 보고 너무 좋아서 싸인까지 받았었던 박해수 배우.
다른 무대에서도 봤었고, 드라마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나만 아는 배우인 것처럼, 나는 아는 배우인 것처럼
자랑을 하곤 했었는데 잘 되어서 너무 너무 좋다.

 

그리고, 한양이이자 헤롱이인 이규형 배우.
지난 번에 <비밀의 숲>에서도 너무나 자랑스러웠었는데,
역시나 너무 훌륭하다.
박호산 배우님도 마찬가지이고.
짧게 치고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캐릭터 있는 역할을 맡아준 목공장 이부장님 최연동 배우도...
잘 됐으면 좋겠고.
악마 유대위 형으로 나오는 정문성 배우도.
지난번 <김과장> 때도 좋았지만 역시나 굿굿굿.

 

잘 알지는 못하지만

법자 김성철 배우, 말 많은 교도관 강기둥 배우, 잠깐 치고 빠졌지만 노을이 최성원 배우 등.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진짜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끝까지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고
내 인생의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력하고 싶다.
잘 살아보고 싶다.
죽을 만큼.... 노력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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