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시작 후 9분이 넘어가고 있는 시점, 이 글을 쓴다. <추적자>를 본 사람이면, 그 당시의 희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중년의 배우를 주인공으로, 그토록 치밀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래서 <추적자>의 손현주와 조남국 연출이 다시 만난 <모범형사>가 내 눈길을 끌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반에는 꽤 재밌게 봤었던 거 같다. 그런데 초반부의 긴장감이나 캐릭터, 스토리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회차에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쌓아놓은 캐릭터가 살짝 망가지는 기분에, 이상하게 어울리지 않는 잔개그(?), 어설픈 멜로가 신경이 쓰였다. 멈춰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참고 보니 또 8회는 힘을 받고! 다시 재밌게 볼까 싶었는데... 한 몇 회 넘어가니까 또 못 참겠는 부분이 생기고... 진짜 계속 볼까 말까를 어마무시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16회까지 와버렸다.

 

마지막까지 보면서 느낀 점은, 큰 그림은 정말 잘 그렸는데 그래서 더욱 아쉽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와 함께 <비밀의 숲 2>를 정주행 중인데... 비숲 2도 시즌 1에 비해서는 아쉽지만... <모범형사>와 비교한다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모범형사>는 비숲에 비하여 1차원적이다. 큰 사건과 결계는 잘 짜놨는데 디테일이 부족하고,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으며, 부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구멍들이 있다.

 

누군가가 말했다. 구멍 없는 작품은 없다고. 아무리 글을 잘 쓰는 기성 작가라도 구멍은 있는 법이고, 문제는 그 구멍의 존재를 자신이 알고 줄이고 없애려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구멍이 많아도 너무 많다. 큰 구멍이 아니라 작은 구멍들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진서경 캐릭터. 진서경이라는 인물을 이렇게밖에 활용하지 못했을까. 나름 이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인데... 가장 흔들리고 우왕좌왕하는 캐릭터다. 오지혁(장승조)와의 러브라인도, 유정석(지승현) 사회부 부장과의 멘토-멘티 관계도, 갑작스러운 윤상미(신동미)와의 언니 동생 라인도...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은 게 없었다. 특히나 윤상미와 갑자기 공조를 하면서 언니 동생을 하는데... 여기서 나온 ‘명품’에 관한 대사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 드라마 자체가 검찰, 경찰, 기자, 정치판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풍자를 하려는 건 알겠는데... 뭐랄까. 모든 이들에게 이유를 주려고 하고, 선과 악을 구분 짓지 않으려고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이율배반적인 행위들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결국은 무엇이 정의인가가 모호해 진다.

 

(이 시점에 드라마를 끝까지 다 봤다) 내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잘못된 부실 수사 등의 이유로 죄가 없는 한 인간을 사형으로 몰고 갔다. 여기서 가장 나쁜 게 진범뿐일까. 경찰이 그걸 반성하고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했다는 이유 하나로 용서 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그들은 그 진범이 죄값을 받게 하게 위해, 진범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뒤집어 씌운다. 그게 이 드라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난 과감하게 이 드라마가 ‘잘못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도 정의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그것을 목표로 달려간다면 그 결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제대로 된 형사’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빌런을 내부 적을 만들어 형사도 추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하지만, 나는 그 목표를 그들이 달성할 수 있었나. 과연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은 모범형상였나. 유정석, 진서경이 진짜 언론인이었나, 하는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서장도 분명히 처음에는 나쁜 인물이었는데, 좋은 인물로 둔갑시키고. 유정석도 어찌 됐던 살인자인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인물로 만들고 (이 과정에 분명 이에 대한 풍자 및 비판이 있었던 것도 동의는 한다. 하지만 최종 결론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나머지 인물마저도 옳고 그름을 혼란스럽게 해놓았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큰 그림은 정말 잘 그렸으나, 그래서 너무 아쉬웠던. 오히려 아쉬움이 너무나 커버린 그런 작품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너무 너무 아쉽고 아깝다. 이렇게 좋은 소재와 컨셉과 그림을 가지고...... 이런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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