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7

홍콩에서의 둘째날.
정말 덥구나. 선크림 따위를 무시하는 내가 스스로 선크림을 찾아 바를정도이니!
호텔에의 조식은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다.
조금더 당당하게 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확신이 없다는 것은 내게 너무나 큰 불안이며 삶의 장애요인 같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난 영어의 중요성을 느꼈다. 모두에게 필수이기 때문이 아니다. 좀더 자유롭기 위하여! 좀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하여! 좀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하여! 라고, 쓰고는 내게 버럭한다.
이미 알고 있었잖아, 라며!

예쁘다. 밥을 먹을 때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항상 밥때가 문제인 것인가? 아무튼 일적인 부분은 그냥 후루룩 물에 밥 말아먹듯 넘겨버리고!
HOMELESS! (1881 헤리티지는 사실 가볼일이 별로 없겠다. 살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흐흙. 슬프다. 정말 가난이 싫어! 가난이 싫어!) 무튼 인테리어샵인 HOMELESS는 진짜 예쁜 아이디어 소품들이 한가득! 너무 예쁘고 재밌는 게 많았다. 사고픈 것도 많은데 돈이 웬수이지. 서울에서라면 절대 안 샀을 금액이지만...이상하게 아이폰에 한해서는 관대해진다. 커버인지는 모르고 샀는데....짱 마음에 든다. 필요하기도 했으니 그 금액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까워하지 않으리.(근데 색깔은 좀 아깝다! 커버라고는 생각을 못해서...검정색을 선택했는데...회색이 더 예쁠 뻔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나에대한 관용은 그만. 지금 선물들 챙기기도 너무 버거워서. 에휴휴휴. 이 놈의 인생.

이 출장.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다. 물론 기대하지 않아 서글플 것은 없지만...그래도 새로운 풍광이 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 담아둘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 시간과 공간이 공으로 흐르는 것은 아니나 자유롭지 못함. 얽혀 있음이 참...그렇네.

일을 할수록...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약한 소리이지만 내가 더 잘할꺼야, 나라면...이라는 말을 하는 대신, 하고 싶지 않아. 저렇게 머리 아픈 일 따위. 이렇게 생각을 해 버리고 만다. 내가 변한 것일까? 내가 변해버린 것일까?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멈칫 멈칫하게 되고 그런 나를 또 다른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딤섬은...짜다. 이제는 잘 모르겠다.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다가도 또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어렸을 때는 스스로를 내성적이라고 말 했었는데...! 물론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상처 받고 싶지 않아 욕심을 버렸던 그 순간부터였을까? 스스로가 내성적이다 여기지 않게 된 것이...발표를 하기 위해 수십, 수백번 마음 속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했던 소녀는 아예 발표를 하지 않기 시작했으니까. 이렇게 쓰다보니 욕심을 버렸던 게 아니라 그냥 나는 본연의 나를 찾았던 것 뿐일까? 무리하지 않고 편하고 싶었던. 하지만 지금 나의 이런 성격을 본성이라 한다면 그 이전의 니의 성격은? 누가 나에게 무리하기를 강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발표를 하라고, 앞에 나서는 사람이 되라고 등 떠민 게 아니지 않은가. 그게 나였는데...수십, 수 백번 시뮬레이션 해서라도 발표를 하고 싶었던, 손을 든 아이들 중에서 선택받길 바라던, 발표 후에는 잘 했다고 칭찬받고 모든 아이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받길 바라던 그게 나였는데...그 모든 걸 포기한 채 바뀌어져 버린 내가 원래 나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글이란 게 이래서 좋은가보다. 물론 삼천포로 빠져버린 거지만...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게 좋다. 뭐. 아무리 생각핻 그 어떤 것도 결론 내릴 수 없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럼, 다시 딤섬은 짜다, 로 돌아가볼까?

지금도 눈 앞에 있는 큰 문제에는 담대하게 구는 편이지만 잔 걱정들, 사소한 걱정들이 굉장히 많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때문에 눈치를 보고, 자꾸만 쉬운 길로 가려한다던지. 너무나도 타협이란 단어와 친해진 듯 하다. 그리고 그 타협의 이면에는 불확실함과 가치관의 상실이 있다. 미정립된 가칙한은 불확실성을 낳았고, 그 어떤 것에도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아니, 나는 확신을 가지면 된다. 이런 나라도, 내 온 능력을 다해 최고의 것을 난 만들어낼 수 있다.

라고 쓰고 싶었다. 그리고 여전히 쓰고 싶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타인의 아픔과 힘듦이 마치 내 것인 것마냥 느껴져 뼈 마디마디가 아려온다. 역시나 거짓말쟁이. 냥 맘이 너무 불편하다. 시선이 다르다는 것, 그리하여 모두가 다른 곳을 바라본다는 것.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각기 다른 곳을 걷고, 각기 다른 곳을 보고, 각기 다른 것을 듣고.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의 울렁거림이 사라질까? 내가 나서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그런 문제라면...

어디까지...얼마만큼이 나의 영역일까? 어디까지...얼마만큼이나 이해해야 하는 걸까? 내가 이해한다고, 내가 용인한다고 가능한 일일까? 지킨다고 지켜지는 영역인가? 나의 이기는 아닌가.

한가지다. 내게는 한 가지다. 평화. 갈등이 너무나 싫다. 왜 서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가. 인간이기에? 아니,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잔인한 인간이 원숭이로 실험을 했단다. 자신이 먹이를 먹을 때마다 옆 칸에 있는 다른 원숭이에게 정기 충격을 가했다. 처음에 먹이를 먹던 원숭이들은 점점 그 상황을 인지하고 더 이상 먹이 먹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하물며 인간인데...하물며 인간인데...인간이란 그 두 글자가 가볍지만은 않게 살아가고 싶다. 그 두 글자에 책임감과 '다움'이라는 무게의 무거움을 안고 살아가고 싶다. 머리에서 못 되고 나쁜 생각을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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