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6

네 번째 해외 여행.
아니, 첫 번째 해외 출장.
꽤나 오래간만에 나가는 외국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설레지 않는다.
일이란 게 아마도 그런가보다.

아침 7시 인천 공항 도착.
새벽 4시 경에 일어나 좀 꽃단장이라도 하고 나오려했건만 10분 단위로 울리는 알람을 4번이나 허공 속의 메아리로 사라지게 한 후 4시 40분 쯤 겨우겨우 눈을 떴다.
꽃단장은 커녕 늦지 않기 위해서는 후딱 정신을 차리고 고양이 세수만 한 채 나가야 했다.
설상가상 짐도 안 싸 놓았으니, 그 새벽에 그냥 가방에 옷가지들을 쑤셔 넣고 나왔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고 그 안에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지만...어차피 렌즈가 찢어져 안경을 써야해, 그깟 화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지만...그래도 일말의 양심이라고 해야할까.

인천 공항에 약속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스태프들을 만났다. 잠시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다.
몇달도 아니고 5박 6일, 내가 뭐 그리 재수가 없을까 싶어 사실 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는데 꼭!!!! 들어야한다는 벗이자 동료의 말에...일단 가입!

돈도 없겠다 면세점 구경을 하면 가슴만 미어질 것 같아 곧바로 탑승구로 갔다. 그 동안 온갖 나의 신경은 멀티 어댑터(변환 어댑터)에 꽂혀서! 분명히 예전에 여행을 갔을 때 샀는데 어디에 뒀는지 절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방을 온통 다 뒤집었는데도....나타날 생각을 안 하니! 결국은 포기.
인터넷으로 미리 샀더라면 조금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을텐데....! 인천 공항 내 잡화점에서 만원에 구입! 분명 호텔에도 있을 거 같긴 했지만 어차피 하나 정도는 필요하니까.

L양과 맥모닝 버거를 하나 나눠먹고 제주 항공에 몸을 실었다.
제주항공.
홍콩을 가는 가장 저렴한 비행기.
당연히 작다. 의자에 모니터도 없다.
아니, 그 어디에도 모니터가 없다.
기류가 불안정해 덜덜 거릴 땐 여성들의 나즈막한, 수줍은 비명 소리가 들릴 정도!
놀이기구 타는 것 같이.
조금 무섭기는 하더라.
조금은 재밌기도 하고.
배가 꽤나 고팠는데 기내식은....
정말 안습이었다.
차라리 핑거푸드 같은 걸 주는 게 낫지 않을까?
밥은 차고, 단 하나뿐인 반찬은 시큼한 맛이 너무 강하고...아무튼 먹을 수가....없었다.
에잇! 제주항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살짝 고개를 들려고 할 때.
이벤트를 했다. 승무원을 이겨라, 가위 바위 보!
슈퍼맨 의상을 입은 잘 생긴 남 승무원이 고객들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선물을 주는 것이다.
여 승무원도 백설공주 의상을 입고 선물을 나눠주거나 폴라로이드로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줬다.
매번 하는 이벤트인지, 가끔 하는 이벤트인데 방송 나온다고 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애쓴다는 생각? 거대 항공사와 싸워 이기기 위한 그들만의 방법! 친숙함으로 승부한다!
그런 노력이 나쁘지 않았다.(절대 남 승무원이 잘 생겨서가 아니다 ㅋㅋ)
이제 몇 십분 후면 나는 홍콩 하늘 아래 서게 된다.(아. 귀가 너무 아프다ㅠ 뚫릴 생각을 안 한다. 하도 오랜만에 비행기를 탔더니 어떻게 하는지 기억도 안난다. 아....뚫렸다. 이렇게 뚫린 귀처럼 홍콩 출장도 문제 없이 뻥뻥 뚫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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