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하려고 키오스크 줄에 서 있었다.

한쪽에는 젊은 커플이, 한쪽에는 나이가 살짝 있는 중년 여성이 주문을 하고 있었다.

얼마전 할아버지까지는 아닌 중년 남성이 나에게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꽤나 앞에 있는 여성이 신경 쓰였다.

사뭇 잘 하시는 듯 싶었는데 위기는 빵을 업그레이드 하는 단계에서 발생했다.

선택사항 없음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계속 X표시 버튼을 누르시는 게 아닌가.

그 분이 똑같은 과정을 두 번째 반복하고 있을 때즈음

손가락을 뻗어 살그머니 선택사항 없음버튼을 눌러드렸다.

그리고 나는 옆 키오스크에서 그 여성 보다 훨씬 더 빨리 결제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번 대신 주문을 해드렸던 아저씨가, 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면서

한번은 시킨 대로 했는데 금액이 훨씬 더 많이 나왔다고...

더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장삿속이라고 궁시렁대던 게 생각 났다.

 

그렇게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고 있는데, 중년 여성보다 나이가 더 지긋한 할머니가 카운터로 다가왔다.

, 키오스크 이용이 힘든 분이시구나.

하지만 3-4명의 알바생은 그 누구도 그 할머니를 거들떠 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한 알바생이 다가왔지만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도 저기 기계 이용하세요.”

할 줄 몰라요.”
그래도 한 번 해보세요.”

. 마이 갓. 저게 할 소리란 말인가. 그 분이 해보지도 않고 카운터로 왔을까.

카운터에서 오지 않는 알바생을 기다리며, 알바생이 왔을 때 조심스럽게 말하는 할머니의 심정이 어땠을까.

그 알바생은 그렇게 할머니를 두고 자리를 떴고, 할머니는 또 한참을 기다렸다.

다가가서 도와드리겠다고 말해볼까... 고민이 되었지만 선뜻이 되지 않았다.

내가 도와드린다 한들 그건 1회성일 뿐일테니까.

저 할머니에게는 모르는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보다는 알바생이 조금은 더 낫기에 카운터로 향한 걸 것이다.

그리고 한참 뒤, 다른 알바생이 주문을 받았다. ]

저거 2개요.”

정확히 어떤 건지 말씀해주세요.”

저거 6,900원짜리요.”

메뉴 명으로 말씀해주세요.”

누가 봐도 할머니가 가리키는 손끝과 그 가격대에는 하나의 메뉴밖에는 없었다.

할머니는 기나긴 메뉴명을 조심스럽게 읊었다.

물론 주문을 이상하게 하고 컴플레인을 거는 고객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일머리가 조금만 있다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진상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주문한 음식을 받아들고 나오면서, 이 패스트푸드를 이용하지 말까 하는 생각을 잠시 잠깐 해보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하기가 이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키오스크를 이용하던 엄마가 울었다는 글의 제목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신문물에 약한 우리 엄마와 아빠를 떠올린다.

나는 키오스크가 싫다.

편함을 위해 친절함을 포기한.... 이 각박한 세상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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